12일 동물자유연대와 제주비건이 ‘도축장 가는 길’ 네 번째 행진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여러 시민과 함께 참여한 행진은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전 행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행진은 KBS 인기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출연된 까미(예명)를 포함하여 경제적 가치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희생된 퇴역 경주마들을 위한 추모제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월 8일에 진행된 세 번째 행진을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에 알려진 ‘까미’의 죽음은 시민 모두가 분노하는 사건으로, 퇴역 경주마들의 비극적인 삶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드디어 수면 위로 떠 오른 퇴역 경주마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이제라도 추모하기 위해 추모제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추모제는 이번 사건으로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까미’와 희생된 여러 퇴역 경주마들을 위해 모든 참여자와 활동가들의 묵념을 시작으로 제주 비건 활동가의 까미가 띄우는 편지인 ’까미가 사람들에게‘ 낭독하였습니다. 까미의 입장에서 쓴 편지가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며, 인간의 이기심으로 죽어간 까미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박민영 무용가’의 추모 공연은 더욱더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구슬픈 음악이 켜지고, 퇴역 경주마들의 슬픔과 아픔이 깃든 무용가의 몸짓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순간 내내 퇴역 경주마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갖고 죽어갔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추모 공연이 끝나고, 관중들 사이에 고요한 침묵이 흐르다가 천천히 박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든 참여자와 활동가들은 추모 퍼포먼스를 보고 느끼면서 세상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켜보는 모두에게 슬픔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슬픈 마음을 진정시키고, 행진을 시작하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말들에 대한 슬픔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의 발을 내딛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별로 지나지 않아 방목장에 말들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날이었나 봅니다. 방목장에 말들이 풀어져 있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여러 말들은 저희의 모습이 신기한지 사람들이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자유롭게 있는 저 말들도 언젠간 도축장으로 가게 될 운명이겠지요. 저희는 말들과 대면하는 이 순간이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미래에 다가올 인위적인 죽음에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하루빨리 퇴역 경주마들의 복지체계가 수립되어 그들이 조금이라도 고통 없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방목장에서 말들은 도축장을 가고 있는 저희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그들을 생각하며 걸었던 도축장 가는 길. 모두 조용히 그들을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우리는 이 걸음이 헛된 발걸음이 아니라, 희망찬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추모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1부로 이번 12일에 진행된 행진과 추모제였으며, 2부는 19일에 진행 예정입니다. 말과의 공존을 위한 다큐멘터리 상영 및 대화의 시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대화의 시간은 희생된 퇴역 경주마들의 안타까운 삶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함께해주신 시민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