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 잘못은 인간이, 대가는 퓨마의 목숨으로?

무책임한 동물전시를 규탄한다

 

지난 18일 오후 5시경 대전시립동물원 오월드 사육사는 퓨마 1마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특공대와 119특수구조단 현장기동대의 수색이 시작됐고, 우리를 나온 퓨마는 1시간 만에 발견되며 마취총 한 발을 맞았다. 그러나 의식을 잃지 않았고 퓨마는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다시 발견된 건 최초 수색을 시작한 지 4시간 정도 경과한 시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며 사살 명령이 내려졌고, 끝내 퓨마는 엽사가 쏜 총에 사살됐다.

해당 퓨마는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이후 8년 동안 일평생 감옥 같은 철창에 감금되어 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8일 퓨마는 난생 처음, 8년 만에 철창 없는 세상을 만났다. 단 몇 시간, 원래는 자연에서 일상적으로 누렸어야 할 자유, 분명 처음 맞이했기에 어리둥절했을 그 상황. 그러나 짧은 자유의 대가는 혹독했고, 그 무엇보다 값진 목숨을 내놔야 했다.

애초 동물원 측이 사육장 뒷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고 했다. 출입문이 2중이었지만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서 퓨마가 우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와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자는 보유 생물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동물원을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와 관리 직원들은 해당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인명피해 예방이라는 단 한 문장으로 퓨마의 죽음이 정당화될 리는 없다. 문고리조차 제대로 잠그지 못할 거면서 자연에 있어야 할 맹수를 도심이 들여왔으며, 맹수를 도심에 들여왔으면서도 이런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 없이 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응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동물원과 관련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그 책임은 인간들에게 있었다. 그런데 여느 유사사건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대가는 죄 없는 동물, 이번에는 퓨마가 그 목숨으로 치렀다.

이번 사건은 전시동물의 현실과 동물원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줬다. 과거에도 동물들의 탈출 사건과 물림사고, 스트레스로 인한 동물의 폐사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이 동물원의 구조적 문제를 입증해 왔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맹수를 포함해 동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 유희를 위하여 야생 동물을 감금해도 된다는 오만이 자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그동안 △비좁은 사육공간과 생태적 습성이 제한되는 사육공간 △은폐공간의 부족 및 노출을 피할 수 없는 전시구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소음과 체험활동 △종보존을 빙지한 동물의 증식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오랜 논쟁 끝에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그저 선언적 수준에 머무는 등 우리사회는 동물원의 어두운 이면을 애써 외면해왔다.

또한, 지금처럼 동물원에 박제된, 그리하여 야생의 본성을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본성을 잃고 있는 동물에 종 보존 목적이라는 말은 허울일 뿐이다. 오히려 종 보존을 빌미로 한 무분별한 증식사업은 개체의 고통만 가중시키며, 이번 사건처럼 인간에 의한 동물의 죽음만 양산할 뿐이다. 현재의 동물원 종 보존은 동물에 잔혹한 동물원 사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얄팍한 수단이자 명목이다.

이제 우리는 한 생명의 비극적인 생애와 죽음을 목도하며, 전시시설에 계속 동물의 자유와 생태적 습성을 빼앗고 가두어도 되는지, 현재 갇힌 동물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며, 그 대답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 동물자유연대는 다음과 같은 정부와 동물원 등의 책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형식적인 종보존 등을 핑계로 한 전시시설 내 동물의 증식을 중단하라.

하나, 현재 전시시설에 있는 동물에 대해서는 그 생태적 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생육환경을 제공하라.

하나, 허울뿐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불필요한 전시를 금지하라.

 

2018년 9월 19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