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3km 예방적 살처분정부의 무고죄를 고발한다

지난 9월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발생 없는 원년’ 달성을 위해 조류인플루엔자(AI) 및 구제역 방역 보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3대 분야, 12개 주요과제, 2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이번 방안은 예방 중심 방역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AI 발생 시 살처분 범위를 기존 500m에서 3km로 기계적으로 확대 실행하겠다는 것은 무고한 생명체의 살생으로 추후 방역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AI발생 시 발생농가의 500m 이내 살처분을 진행하고 3km까지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에만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명백한 지자체장의 선택권한임에도 실제 살처분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저울질 없이 무분별하게 살처분이 진행되어 온 것이 최근의 방역 행태였다. 그런데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내 놓은 이번 방역안에는 기본적으로 3km까지 살처분을 진행하되, 살처분 범위를 축소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심의를 거쳐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더욱 무분별하게 살처분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살처분 범위가 발생농가 500m 이내에서 3km로 확대되면, 살처분 대상 지역은 무려 36배로 확대된다. 그만큼 더 많은 생명이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했던 지난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미명 아래 살처분된 가금류가 모두 ‘무고’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살처분 3km 확대 정책은 그 효과의 근거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 3월 8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 AI 분과위원회는 지난겨울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한 농가 가운데 AI 양성인 경우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방적 살처분으로 죽임을 당한 가금류 중 단 한 마리도 AI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닭, 오리, 메추리 등 무려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예방적 살처분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죽었지만 모두 무죄였다.

무분별한 살처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심각하다. 우리나라 보다 더 자주 AI가 발생하는 중국의 경우는 살처분이 아닌, 백신접종을 주요 정책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일본은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에 살처분, 반경 3km 이내는 이동제한 명령으로, 미국의 경우는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 살처분, 반경 3.2km 이내는 모니터링 정책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AI의 확산과 창궐은 철새나 축사 내 감염된 가금류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오염된 차량, 오염된 관계자들의 이동을 통한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한마디로 인재(人災)다. 인재에는 책임자가 있을터, 이 책임 있는 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철새를 탓하고 가금류를 무분별하게 죽임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숨기는 것이다. 지난겨울의 방역이 성공적이었다고 정부는 자화자찬했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듯 방역의 성공요소는 예방적 살처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오염 전파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노력 덕분이었다.

2017년, 2018년 전국에서 도 단위로는 유일하게 단 한건의 구제역과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있다. 바로 경상남도다. 경상남도는 무엇보다 한 마리의 살처분도 없이 특별방역을 마무리 했다. 경상남도는 AI 발생지역 가금 및 가금산물 반입금지,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 24시간 운영, 철새도래지 및 전통시장 소독, 8대 방역취약지역 방역관리 강화 등 모든 가축질병 예방 수단을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동원했다.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전염병 발생 없는 원년’을 진정 추구한다면, 엄청난 세금이 동원되면서도 정작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살처분 정책, 인간을 위해 고통 받는 가축의 생명을 무분별하게 빼앗는 비인도적인 살처분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고한 동물을 학살하는 대신, AI 창궐의 진짜 원인인 인재(人災)적 요소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8년 10월 1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