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이의 생전 모습 (출처: 상암이 지킴이들)

지난 8월 말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숨은 틀린계약서 찾기’ 캠페인 홍보 차 상암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수줍은 황구, 상암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암이는 몇 개월 전부터 놀이터 주변과 공원을 떠도는 유기견이었습니다. 주인이 없어 놀이터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놀이터를 방문하는 강아지 친구들과 곧잘 어울리곤 했습니다. 짖음 한 번 없이 주민들과 강아지 친구들 주변을 수줍게 맴돌던 상암이를 위해 주민들은 아침, 저녁으로 밥과 간식을 챙겨주었습니다. 상암이와 함께 놀기 위해 반려견 놀이터를 찾는다는 주민들은 집없이 떠도는 상암이를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는 것 보다, 주민들이 돌보며 반려견 놀이터 앞에 임시 집도 마련해 주고 입양자도 찾아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9월 28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상암이가 마취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공원을 담당하는 서부공원녹지사업소는 유기견 상암이를 포획해야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월드컵 공원 내 많은 축제가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하루 빨리 상암이를 포획하고자 했습니다. 사무소는 자체적으로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포획이 쉽지 않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을 진행했으나 마취총으로 인한 쇼크사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상암이가 안타깝게 생명을 잃게 되었습니다.

상암이의 죽음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고’였던 걸까요? 유기견 상암이의 죽음은 많은 아쉬움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남겼습니다.

첫째, 마취총 보다 안전한 방법 통해 포획하려는 노력이 충분히 했는가입니다.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유기동물을 포획할 때에는 관찰을 통해 동물의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동물의 고통 및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방법으로 포획, 구조하여야 하고 마취총은 사람을 기피하거나 인명에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취총 사용은 포획틀이나 포획그물 등 다른 방법을 시도 한 후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상암이의 경우, 포획틀 내 음식물을 활용해 포획틀 안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급여를 제한하는 등 주민들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설령, 포획틀을 이용한 구조가 실패했더라도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럽지만 다른 강아지들과는 잘 어울려 놀던 상암이의 성격을 고려하면, 주민들의 반려견을 통해 유인하는 방법 또한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는 엽사를 고용하기 이전에 동물구조협회나 동물보호단체에 요청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둘째, 적절한 방법으로 마취총을 사용했으며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였는가입니다.
마취 약물의 사용은 동물의 체중과 몸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 적절한 용량과 근육이 많은 부위에만 사용해야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관계자 확인 결과, 마취총은 왼쪽 앞다리 위쪽인 심장 부근에 발사됐으며, 상암이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용량의 마취 약물이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마취로 인한 쇼크같이 마취총 사용으로 인한 응급상황에 대응하지 못 했습니다. 마취총을 맞은 상암이의 상태를 확인한 후, 혹시 모를 응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으나 11시 포획 후 연계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셋째, 상암이를 누구보다도 오래 지켜보고 돌봐온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는 없었는가입니다.
상암이가 수 개월 동안 공원을 떠돌았지만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상암이를 아침 저녁으로 살뜰히 보살펴 준 많은 주민들 덕분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상암이가 포획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모여 상암이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입양처까지 마련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측은 이러한 주민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취총 포획일을 사전에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마취총 발사 시각과 병원 이송 시각에 대해서도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사업소의 대처방식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죽음에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시는 상암이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물자유연대는 다음과 사항을 요구합니다.

  • 구조 및 포획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상암이의 포획 과정이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서부공원녹지사업소는 1) 마취총 사용 전 포획틀 혹은 포획 그물 등을 이용한 구조를 충분히 시도하였는지, 2) 마취 약물의 사용량이 적절했는지, 3) 동물구조 및 포획에 적합한 인력이 투입되었는지 4) 마취총 발사 시각과 병원 이송 시각이 처음 사실과 왜 다른지 5) 주민들과의 협력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 안전한 유기동물 구조 및 포획을 위해, 지자체의 유기동물 구조 및 포획 절차와 그 방법이 재정비 되어야 합니다. 지자체는 유기동물의 상태를 고려한 구조 및 포획 방법 절차를 명시하고 구조 및 포획을 위해 동물구조협회 및 동물보호단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관련 내용을 포함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마취총 사용의 경우 그 위험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양의 마취제 사용, 수의사의 동행, 응급상황 대비 등 구체적인 절차와 규정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상암이가 밥을 먹던 곳에는 상암이를 그리워하는 많은 분들의 메시지와 꽃이 가득합니다. 상암이를 기억하며, 동물자유연대는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길 위의 생명도 안전하고 소중하게 다뤄지고 사람의 편의가 아니라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상암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유기동물의 구조 및 포획에 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링크: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923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