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공동기자회견문] 정부는 보호소 사칭하는 ‘신종 펫숍’ 제재 방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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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문] 정부는 보호소 사칭하는 ‘신종 펫숍’ 제재 방안 마련하라!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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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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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보호소를 사칭한 신종펫숍에서 발생한 대규모 동물학살 사건이 방영됐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신종펫숍의 잔악한 실체는 국민들을 공분에 빠뜨렸다. 해당 업체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 등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해 수 백~수 천 만원에 이르는 파양비를 요구했으며, 그 결과 데려온 동물은 두당 10~30만원에 동물처리업자에게 넘겨 부당이득을 챙겼다. 동물을 넘겨받은 처리업자들은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 일대의 야산에서 동물들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장소에서 발굴한 동물 사체는 총 118두로, 개 86두, 고양이 32두가 사체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는 더 참혹하다. 수의검역본부는 대부분의 동물이 살아있을 때 매장되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그 중 개 23마리, 고양이 5마리, 총 28마리는 둔기에 의해 두개골이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상당수의 동물이 위에 음식물이 없는 상태로 밝혀져 살아있는 동안 최소한의 돌봄 조차 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동물자유연대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보호소를 사칭하여 동물로 돈벌이를 하는 소위 ‘신종펫숍’의 규제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안락사가 없는 진짜 보호소’, ‘무료 입양 무료 파양’ 등의 문구를 사용하여 포털, SNS 등을 통한 광고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왔다. 한편으로는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파양자들의 죄책감을 약점으로 삼아 고액의 파양 비용을 요구하여 이득을 취했다. 파양자들에게는 파양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며 입양보내고 추후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방송을 통해 드러났듯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수많은 동물이 고통에 신음하다 살해당했다.


신종펫숍은 막대한 동물 파양 비용으로 수익을 얻는 동시에 ‘무료 입양’ 등의 문구를 사용하며 보호소로 가장해 소비자를 유인한다. 이를 통해 펫숍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정작 업체에 방문한 소비자들에게는 파양 동물을 알선하거나 경매장에서 들여온 어린 동물의 분양을 부추겼다. 보호소라는 명칭을 내걸고 있으나 사실상 펫숍과 다를바 없는 영업 행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동물자유연대는 신종펫숍이 등장한 초기부터 그 부작용을 우려하며 규제를 요구했으나, 적절한 규제책 없이 방치한 사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퍼져갔다. 그 결과 수 년 사이 전국에 수 십 여 곳의 지점을 둔 업체만 해도 여러 개다. 이번에 방송을 통해 끔찍한 실체가 드러난 업체 역시 남양주, 인천 등 타 지역에서도 지점을 운영했거나 아직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펫숍과 같은 영업 행태를 통한 범죄 행위가 가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의 부실한 동물 정책에 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동물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규제를 위한 강력한 기준 마련과 관리·감독을 요구해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는 무한정 허용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로드샵, 민속 시장, 심지어 온라인에서까지 누구나 동물을 팔 수 있고 아무나 동물을 살 수 있다. 쉽게 동물을 사고 파는 풍조는 결국 파양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신종펫숍이라는 기이한 영업을 만들어냈다.

 

동물생산업이 허가제로 전환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기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일례로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 허가 기준은 관리 인원 한 명이 개, 고양이 50마리까지 사육,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한 사람이 50마리나 되는 동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한 허술한 규정은 허가받은 생산 업체에서의 합법적 동물학대를 용인한다.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이 금지되지 않는 이상 누구나 쉽게 동물을 키우고 또 다시 쉽게 포기하는 지금의 행태는 지속될 것이며, 신종펫숍과 같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세를 키우는 불법 행위 역시 제지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우리 사회에 올바른 생명 존중 의식을 뿌리내리기 위하여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백 여 마리 동물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관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 처벌하라!


하나.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 신종펫숍 현황 파악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펫숍이 보호소를 사칭할 수 없도록 보호소 명칭 사용 금지 등 대책을 세워라!



2023년 5월 30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