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입법

[동물 법을 묻다] 저는 물건이 아니에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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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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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중한 반려동물이 법적으로는 물건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물건이라니 당황스러울텐데요. 실제로 우리 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나 인형 등 물건을 훼손하는 것과 살아 있는 강아지를 다치게 하는 것 모두 동일하게 '재물손괴'로 판단됩니다.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을 좀 더 특별하게 다루고 있긴 하나, 여전히 법적으로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생명 그 자체로 볼 수는 없는건지 믹스견씨의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사는 강아지입니다.

어제 같이 사는 반려인이 이야기하는걸 얼핏 들었는데,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일 뿐이다"라고 했어요. 물건은 간식이나 침대 같은거 아니에요? 비록 생긴 모양이나 대화하는 방식은 좀 다르지만 저도 사랑하고 슬퍼하고, 살아 숨쉬는 생명인데 물건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있는 동물이 법적으로는 물건일 뿐이라니, 정말 황당하죠? 더 황당한 건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민법 제98조에 의하면, 법적으로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합니다. 또한 민법은 ‘권리능력’, 즉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사람에게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한적으로 법인의 경우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권리능력을 가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유체물’에 해당하는 동물은 민법상 ‘물건’으로 분류될 뿐이고,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생명체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달라고 하는 등의 권리는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법적으로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동물이 책상이나 의자와 같은 일반적인 ‘물건’과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에, 우리 법은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을 다소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타인의 물건에 해를 입히면 형법상의 손괴죄가 문제 될 뿐이지만, 타인의 동물에 해를 입힌 경우라면 해를 입힌 경위에 따라서 동물보호법상의 동물학대행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법원도 동물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물건과는 다소 다르게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동물 자체는 권리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물에게 해를 입힌 행위에 대해서 동물을 주체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은 불가능하지만, 해당 동물의 소유자가 주체가 되어 위자료 청구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동물이 법적으로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지위에 있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물건과는 다른 지위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별도로 규정하여 일반적인 물건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별도로 규정하자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으나, 실제 통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우리 법 체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인식이 곧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관련법규

민법 제98조(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민법 제34조(법인의 권리능력)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관련사례

"애완견은 법적으로 물건… 위자료 청구 주체 안돼 (법률신문 2013.04.30)

평소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모(26·여)씨는 개인 사정으로 2년간 남에게 개들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김씨는 애완견을 믿고 맡길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곳을 찾았다. 평소 동물 권익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였기 때문에, 김씨는 안심하고 2년간 300여만원을 내고 개 2마리를 맡기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김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협회가 김씨의 애완견들을 유기견으로 오인해 안락사시킨 것이다.

법적으로 애완견은 김씨 소유의 물건이므로, 김씨는 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개들이 법적으로 '물건'취급 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는 협회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 외에 "애완견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마리당 200만원씩을 별도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죽은 애완견들에게도 위자료 청구권이 있고, 그 청구권을 주인인 자신이 상속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김씨에 대한 위자료 600만원만 인정하고 안락사한 개들의 위자료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5일 김씨와 동물 애호단체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가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11859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민법이나 그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 동물이 애완견 등 이른바 반려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4698 손해배상 판결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려견주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고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애1급인 원고가 애정과 정성으로 개를 키워왔고, 자신의 개가 물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사고로 인한 반려견의 상해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피고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위자해야 한다.


[동물, 법을 묻다 시리즈]

📂18탄 : 제가 뱀 먹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