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두 번째 별나무를 심던 날, "잘 지내, 어디서든."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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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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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 번째 별나무를 심은지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동물들이 온센터에서 마지막을 보냈습니다.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영이가, 다모가, 하늘이가. 수십 마리의 동물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동물 보호소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온센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버스커>



<골육종 투병 중, 버스커>

아직도 동물들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버스커는 골육종 투병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지만, 마지막까지 활동가들과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버스커가 개농장에서 구조되어 사랑받는 그냥 개가 되기까지, 버스커는 개농장에서 굶어 죽어가는 다른 동물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도사견 버스커가 기적처럼 새롭게 시작한 삶의 끝도 보호소였습니다. 활동가들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생명으로써 꽤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다가도 도사견이라는 이유로 결국 보호소에서 눈을 감았다는 현실이 마음 아파 아직도 버스커를 잊지 못했습니다. (버스커 이야기)





<사랑을 기다리던 건이>


유골들을 묻기 위해 땅을 파는데 문득 건이가 생각났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보호소에 자신을 버렸지만, 건이는 여전히 사람이 좋아 활동가 다리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애교를 부렸습니다. 건이의 가족은 다시 건이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 날까지 연락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건이, 이제 모든 것이 평안할 거야.'라고 생각하다가도 기다림이 익숙해진 건이가 어쩌면 아직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동물들이 떠나고 남겨진 활동가들은 혹시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채 하늘나라로 떠난 건 아닌지 걱정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건이 이야기)








<행복이>

유골함에 붙은 사진들을 보며 함께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세심히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깊게 파낸 자리에 친구들을 묻습니다.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되었던 행복이의 유골을 묻으려는데 어쩐지 유골함 뚜껑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유골함 뚜껑을 열기 위해 고생하던 그때, 행복이가 구조 당시부터 졸졸 쫓아다니던 활동가가 별나무를 심는 곳에 왔습니다. 어쩌면 행복이가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어 활동가를 기다린 건 아닐까요?(행복이 부고문)





<다모의 장례를 치루고 활동가들이 유골함에 썼던 편지>


신기하게도 다른 친구들 역시 유골함을 꺼내들면, 그 친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활동가가 나타났습니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 있는지 꼭 동물들이 활동가를 부르는 듯 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랑하는 동물들을 묻으며 결국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잘 보내주었다고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무도 괜찮지 않았나 봅니다. 함께 꾸던 가족이란 꿈을 끝내 이루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활동가와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맑음이>

아직 동물들과 함께한 공간들에 다정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산책하고, 목욕하고, 간식을 먹던 작지만 소중한 일상들이 가득 떠오르지만, 무거운 마음 꾹 누르고 두 번째 별나무에 55마리의 친구들을 묻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별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만큼 보호소에서 마지막을 보낸 동물이 많았다는 뜻이겠지요. 한 십 년 후에 세 번째 별나무를 심는 건, 혹은 아예 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온센터에서 삶을 시작한 친구들이 마지막만큼은 꼭 가족 곁에서 함께하길 바라고 바랍니다.





가을이백구백두구름이파운이초롱이도화
모리쁘띠송이토란이차돌이메리푸우
주디금순이둥이핑크예쁜이카카오짱아
행복이버스커왕초동안이호동이번쩍이
인흥이구찌슈슈하임이땅콩이다솜1다희
큰마음1사하1다모블레니진주아리청단이
삐삐영이하늘이미소우리구슬이라라
미달이맑음이홍차이슬이장화녹두

첫 번째 별나무가 푸른 잎을 내고 꽃을 피웠듯, 두 번째 별나무도 무사히 자라나길 기원하며 별이 된 55마리의 동물들에게 두 번째 안녕을 전합니다. "우리가 항상 함께할게. 모두 잘 지내,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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