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Future Researchers] '도시 읽는 감각'을 확장하는 박소영 연구원

 Fuuture Researchers  | 박소영 서울대 통합설계미학연구실 연구원


도시의 조경과 식물에서 출발한 박소영 연구원의 시선은 이제 가로수와 새, 길고양이 등 다채로운 비인간 존재들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2025 동물과미래포럼 연구 지원작인 '경계적 존재에 대한 도시 민족지'를 통해 인공과 자연의 모호한 경계에 선 생명들의 복잡한 얽힘을 탐구합니다. 익숙했던 도시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생태적 그물망으로 읽어내는 그의 흥미로운 연구 여정을 들어 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도시에서 인간과 동식물이 어떻게 마주치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조경과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식물에 도취되어 천리포수목원에서 열한 달, 서울식물원에서 열두 달을 보냈습니다. 정원 식물에서 출발한 관심이 가로수, 새, 길고양이로 확장되어, 지금은 서울대 통합설계·미학연구실(IDLA)에서 도시의 비인간 존재들을 쫓아다니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연구를 하고, 주말에는 텃밭 생활을 통해 동식물과 관계 맺고 있는 박소영 연구원입니다.

Q. 조경학을 전공하셨는데, 동물과 인연은 어떻게?
A. 저는 원래는 플랜팅 디자인, 그러니까 식물로 공간을 조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조경학에서는 식물을 살아 있는 생물이라기보다 화가의 물감처럼, 디자인의 재료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거든요.
2018년 천리포수목원에서 교육생으로 지내면서 처음으로 식물을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감각이 열렸어요. 식물에 대한 감수성이 많이 바뀌었고, 서울식물원에서 식물 전시 일을 하다가, 인간-식물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죠.
동물 연구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한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석사과정 중인 코로나19 시기에 도시 탐조 붐이 있었고 호기심이 생겨 한번 해봤어요. 되게 재밌었던 게, 저는 조경학 전공자니까 도시공원을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를 보기 시작하니까 완전히 다른 공간인 거예요. “이 공원에 이렇게 새가 많았나? 저 산수유나무가 직박구리의 파티 장소네?” 이러면서요. 도시를 읽는 감각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이었어요.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그때 열린 거죠.
 그때 어떤 비인간 생물에 시선을 두게 되면 도시 공간이 완전히 새롭게 읽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같은 맥락으로, 비슷한 시기에 길고양이 프로젝트를 하는 연구실 동료가 있어서 저도 참여했어요. 길고양이의 삶이 도시의 제도나 공간 구조, 인간의 생활 방식 및 태도와 굉장히 깊게 얽혀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탐조인과 캣맘 등 인간 집단들의 관점이나 철학이 다른 것도 그때 실감했고요. 
 이렇게 스리슬쩍 식물에서 동물로 연구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인간 연구’의 인적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특히 권소희 연구원(서울대 도시계획학 박사과정), 김윤정 연구원(독일 쾰른대 사회문화인류학 박사과정)과 교류가 깊어졌고, 동물과미래포럼 연구 지원 대상에 선정된 ‘경계적 존재에 대한 도시 민족지: 제주도의 제비, 들개, 가로수를 중심으로’(이하 ‘경계적 존재’ 연구)까지 함께 기획하게 된 거죠.

왼쪽부터 박소영, 권소희, 김윤정 연구원. 


Q. ‘경계적 존재에 대한 도시 민족지: 제주도의 제비, 들개, 가로수를 중심으로’ 연구를 소개해 주세요. 왜 이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A. 저희는 ‘경계적 존재’라는 말을 조금 넓게 쓰고 있어요. 원래 경계동물이라는 용어는 야생동물과 가축동물 사이처럼 애매한 위치에 있는 동물들을 이야기해요. 특히 도시에서 발견되는 생물을 보면 그렇게 딱 이분법적으로 나눠지지 않는 존재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미 도시와 자연, 인공과 자연의 경계 자체가 흐려져 있잖아요. 인류세라는 말도 결국 그런 상황을 설명하는 거고요. 그래서 저희는 중간지대의 존재들이 지금의 인간-자연 관계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를 준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는 경계라는 걸 단순히 “야생/가축” 같은 범주로 보기보다, 관계와 위치, 상황의 문제로 보고 싶었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일 수도 있고, 인공과 자연의 경계일 수도 있고, 보호와 관리의 경계일 수도 있고요. 그런 경계적인 존재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세 분은 어떻게 모이게 되셨나요?
A. 처음 인연이 닿은 건 권소희 연구원이었어요. 2023년 말에 도시 탐조에 대한 질적 연구를 연구실 세미나에서 발표했는데, 권 연구원께서 제 발표를 들으러 몸소 와주셨고, 이후 커피챗을 하면서 연구 이야기를 엄청 하면서 친해졌어요. 돌이켜보면 연구실 밖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비인간 연구, 나아가 동물 연구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권소희 연구원이었어요. 그래서 되게 감사해요.
이후에 2024년 여름, ‘비인간 역사’ 워크숍을 위해 독일에 간 적이 있어요. 이때 연결된 분이 김윤정 연구원이었고요. 흔쾌히 만나주셨고, 라인 강변을 산책하면서 에코페미니즘 이야기부터 이것저것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이렇게 두 분을 제가 각기 알고 있다가 작년 ‘인간 너머 읽기 모임’을 만들면서 삼총사가 모이게 됐어요.
 이때 이미 각자의 포커스가 들개, 제비, 가로수로 확실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겹치는 부분이 보이는 거예요. 모두 야생/가축, 인공/자연의 경계에서 인간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인간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요. 그런 공통점들로부터 ‘경계적 존재’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Q. 연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얼마 전, 제주도에 1차 현장조사를 다녀왔어요. 들개, 제비, 가로수로 포커스를 나누고, 인터뷰 대상을 섭외했죠. 의외였던 점은,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이 제주에서 오래 거주했거나 완전 토박이시다 보니까, 자기 관심사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풍부한 증언을 해주셨어요. 가로수 활동가에게서 “요즘 제비가 정말 줄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비 박사에게 가로수의 새집이나 들개 포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들개 질병 관리를 하시는 분께 가로수 관리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저희는 연구 주제를 쪼개서 가져갔는데, 정작 주민들의 삶에서는 그 존재들이 이미 다 연결되어 있었던 거예요.


Q. 동물과미래포럼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는 사실 ‘동물과미래포럼’이라는 이름 자체가 좋아요. 인간의 미래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미래도 같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연구로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꼭 보호의 대상이 되거나 생태적으로 중요하다고 이미 인정받은 존재들만이 아니라, 약간 애매하고 경계적인 위치에 있는 존재들과의 미래도 같이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식물에 베이스를 둔 연구자이다 보니, 동물과 함께 얽혀 있는 식물이나 도시 환경까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가로수나 도시의 잡초, 지의류 같은 존재들도 결국 같은 생태적 관계 안에 있으니까요. “이 존재는 어디에 속하지?”라는 질문뿐 아니라, “이 존재는 누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지?” 같은 질문을 함께 던지는 것처럼요. 

글 남종영 운영위원, 사진 박소영 연구원 제공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