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Animal Insight] 전 세계 채식 인구 메타 분석이 밝혀낸 것

 Animal Insights  | 비건은 정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나?

원문읽기 I Elise Hankins et al. (2026). The Aspirational Plate: Mapping The Gap Between Veg*n Identity And Global Behavior. Faunalytics.


비영리기관 '파우널리틱스'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실제 채식 인구과 채식을 자처하는 인구 사이에는 격차가 컸다. © 위키미디어 코먼즈


🐮 핵심 내용은?

세계적으로 채식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통념은 과연 사실일까? 동물복지 관련 과학적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제공하는 비영리기관 파우널리틱스(Faunalytics)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58개국의 837개의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했다.

  • 정체성-행동 격차: 스스로 채식주의자나 비건이라고 ‘정체화(Self-identification)’하는 비율이 실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식단 섭취(Intake)’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북미의 경우, 자기가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비율(3.24%)이 실제 섭취 기반으로 조사한 비율(0.75%)보다 4배 이상 높았다.
  • 생각보다 완만한 비건 증가율: 지난 10년간 글로벌 비건 인구는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나, 그 속도는 연평균 0.1%p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유럽 지역의 증가 덕택이었다.
  • 데이터의 지리적 불균형: 관련 데이터의 87%가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한 서구권(유럽 69%, 북미 18%)에 집중되어 있다.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대다수 지역의 현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태다.


🌐 상세 분석

비건 유행은 '서구 중심주의’의 착시?
 언론과 시장은 대체육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면서, ‘글로벌 비건 붐’을 이야기한다. 허나, 이번 메타 분석에서 나온 결론은 차분하다. 비건 인구의 증가는 전력 질주라기 보다는 뚜벅뚜벅 걷는 걸음에 가깝고, 플렉시테리언 역시 유럽에서만 연간 1.2%p의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을 뿐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모든 '글로벌 통계'와 관점이 철저히 유럽과 북미 중심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대표할 만한 데이터는 사실상 전무하다.

'열망하는 접시'에 담긴 격차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응답자들이 실제로는 고기나 유제품을 먹으면서도 자신을 기꺼이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로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식단 조사(Intake)를 통과한 진짜 채식주의자는 소수임에도, 자가 식별(Self-ID) 여론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급증한다. 특히 '플렉시테리언'의 경우, 연구마다 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사람'부터 '가끔 고기 소비를 의식하는 사람'까지 정의가 달라진다. 이는 채식주의가 현대 사회에서 실천적 규율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하나의 '문화적 라벨'이자, 지향하고 싶은 '열망(Aspiration)'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FF's Comment

 '열망 계급'(aspirational class)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다. 비과시적 소비(유기농, 돌봄, 건강 등)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구별짓는 이들을 말한다. 이 보고서의 제목이 '열망의 접시'(The Aspirational Plate)이다. 자신을 비건이라고 불리길 원하는 사람들과 실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수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는 걸 상징한다. 사람들은 왜 완벽하게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스스로를 비건이라고 말할까? 비인간 동물을 기계처럼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재의 체제에서 거리를 두고 싶다는, 일종의 정치적·윤리적 '열망'의 발현 아닌가. (물론,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적 상황은 이와 미묘하게 다른 점도 있다)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이 '열망'을 어떻게 물리적인 '접시' 위로 안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윤리적 호통을 쳐서는 큰 이득이 없다. 공장식 축산을 지탱하는 보조금을 없애고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열망과 행동 사이의 틈을 메울,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제도적인 다리를 놓아야 할 때이다.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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