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Animal Insight] 동물복지와 온실가스의 딜레마
- 2026.05.21
Animal Insights | 더 나은 복지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원문읽기 I van Horne, P., van Harn, J., Mostert, P., Bondt, N., & Vissers, L. (2025). Impact of the European Chicken Commitment (ECC) broiler production system on economics, the environment and food safety. Wagenignen Univesity and Research
기존의 마당 닭이 육계로 개량되면서 성장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시민단체는 ECC 및 BCC를 통해 성장 속도가 느린 육계 품종을 도입하고, 사육 밀도를 개선하여 기존의 법률보다 한층 더 강화한 복지 기준을 기업으로부터 약속받고 있다. © Open Wing Alliance
🐮 핵심 내용은?
동물복지를 강화한 사육 방식이 기후 위기 대응과 항상 일치할까?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연구소(WUR) 소속 사회경제연구소와 가축연구소가 낸 보고서는 유럽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관행적인 육계 사육 방식에서 '유럽치킨서약(ECC)' 기준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환경적 상충 관계(Trade-off)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 경제적 비용 상승: 사육 밀도를 낮추고 성장 속도가 느린 품종을 도입한 결과, 가공 후 최종 정육 1kg당 생산비가 평균 19.4% 상승했다.
- 환경 부하 가중: 동일한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사료를 섭취해야 하므로, 관행 사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11.0%, 토지 이용량은 14.4%, 인(P) 배출량은 36.7% 증가했다.
- 식품 안전과 복지의 개선: 반면, 성장 속도를 늦추고 사육 환경을 개선하자 닭들의 건강이 증진되어 농장 내 항생제 사용량은 80~85%(네덜란드)나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 상세 분석
유럽치킨서약(ECC, European Chicken Commitment)이란?
유럽연합(EU) 법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민사회 주도로 만든 육계의 복지 기준이다. 기존의 유럽연합 기준으로는 빠른 성장 속도를 바탕으로 한 '프랑켄치킨' 생산, 낮은 사육 밀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동물∙환경단체가 2016년에 ECC 기준을 만들었고, 2026년까지 기업들이 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미국을 중심으로는 같은 취지의 BCC(Better Chicken Commitment) 프로그램이 있다.
항생제 사용이 크게 줄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조류가 된 육계는 극단적인 속도로 살이 찌도록 개량되어 왔다. 무거운 몸을 견디지 못해 다리가 부러지거나 심장 마비에 걸리고 면역력이 약한 닭들에게 항생제 투여는 공장식 축산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이었다. 그러나, 사육 밀도를 낮추고(최대 30kg/m2), 성장률이 낮은 품종(Hubbard Redbro)으로 전환한 ECC 시스템에서는 질병 감수성이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항생제 처방 확률이 극적으로 줄어들어, 항생제 사용 지표(DDDAF) 기준 80~85%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하는 '동물복지'가 곧 항생제 내성균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공중 보건(식품 안전)'과 직결됨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후와 환경의 청구서
천천히 자라는 닭은 도축 체중에 도달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연스레 더 많은 사료를 먹는다. 사료 전환율(FCR)은 1.55에서 1.77로 증가했다. 사료로 쓰일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대우림이 농경지로 개간되어야 하며, 이는 토지 사용량(14.4%)과 온실가스 배출량(11.0%)의 증가로 연결된다.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윤리적 선택이 역설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에 도움되지 않은 역설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AFF's Comment
우리는 '치킨 행성'이 된 인류세 지구에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흔히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에서 동물복지와 환경 보호는 함께 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한편에서는 이처럼 동물복지와 기후대응이 상충하는 연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한 이치다. 공장식 축산은 최소의 에너지(비용)로 최대의 산출(단백질)을 내는 체계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은 대안적인 축산 양식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동물복지와 기후대응의 딜레마는 앞으로 이슈가 될 것이다. 정글 같은 미로에서 최선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 <네이처 푸드>에 실린 영국과 브라질 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Bartlett et al., 2024)를 보면, 일부 농장에서는 동물복지 수준이 높으면서도 환경 영향이 적었다. 앞으로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해, 동물복지와 기후대응의 최적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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