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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오늘 수술했습니다


4시 조금 넘어서 수술을 시작해, 7시에 끝이 났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후 마취가 깬 베를린 비명이 집에 와서도 자꾸만 귀에 맴돕니다.

다가오는 수술이 실감이 나지 않아 병원 가기 몇 시간 전까지 베를린이랑 신나게 산책 갔다왔어요. 베를린도 가족들의 불안한 기운을 냉큼 느끼고 유모차에 타면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유모차 뚜껑을 열어주니까 '병원 안 가도 나 튼튼해요, 그러니까 집에 가자' 하듯이 자꾸만 얼굴을 들어 보입니다. 병원 가서는 수술실 들어가기 전 까지 계속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있으니 이번에는 낑낑거리네요.

정말, 수술은 나중에 올 통증보다 그 전의 공포가 더 견딜 수 없습니다. 베를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베를린은 의사 선생님 팔에 안겨 덜덜 떨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베를린이랑 산책 가면 후딱 가버리는 3시간이 느릿느릿 갔습니다.

겨우 2시간 50분이 지나 이 때쯤이면 다 끝나지 않았을까 가늠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묻어나와 베를린꺼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요. 한 선생님이 나오시면서 열린 문에 잠깐 베를린 꼬리가 보이니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밤의 고통은 오롯이 베를린의 몫입니다. 베를린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더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입원 기간 동안은 면회도 못 간다고 해요.

게다가 오른쪽 다리는 바깥으로 확 꺾여 있어서 관절염도 생겼고,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질환을 갖고 있고,  베를린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젊고 건강해서 참 다행입니다.

앞으로 9일이 참 길 것 같지만 앞으로 베를린이 편하게 살 날과 비교하면 짧기도 매우 짧습니다. 그 동안은 아기 재워놓고 밀린 일을 하는 엄마처럼 베를린이 무서워 하는 청소기도 막 돌리고, 외출도 좀 하고, 길고양이 밥도 매일 줘야겠어요.

빈 유모차에 짐 가방 몇 개만 싣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참 허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