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공장식 축산 모라토리엄은 어떤가요?

  •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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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Special Report


기후위기 시대의 축산동물 복지

기후변화는 동물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주제였습니다. 그동안 북극곰으로 대변되는 야생동물은 기후변화의 피해자로서 강력한 경고음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폭염으로 한해 수백만 마리가 축사 안에서 폐사하는 축산동물의 현실은 생명 파괴가 아닌 축산업의 '물적 피해'로만 집계되곤 했습니다.

공장식 축산과 기후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냉정히 말해, 그동안 환경단체와 동물단체는 이 연결고리 앞에서 다소 소극적이었습니다. 기후 운동은 화석연료 퇴출에 집중했고, 동물 운동은 '채식을 하라'는 개인의 윤리적 실천을 호소하는 데 머물러 있었습니다. 심지어 축산업계가 제기하는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장됐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공장식 축산 시스템 자체가 기후위기의 주범임을 입증하는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개인적 실천을 넘어 구조적 개혁을 요구해야 할 때가 왔음을 시사합니다.

동물과미래포럼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동물과미래: '의 첫 번째 애니멀 인사이트는 '기후위기 시대, 축산동물의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려고 합니다.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와 그린피스(Greenpeace) 등 주요 동물·환경 단체들이 최근 발표한 세 편의 보고서를 통해, 거대 육류기업의 책임과 우리가 요구해야 할 과제를 짚어봅니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1. Roasting the Planet :거대 육류/유제품 기업의 배출량, 지구를 굽다 (2025)

🌐 누가?

  • 그린피스 북유럽(Greenpeace Nordic), 지구의벗 미국(Friends of the Earth U.S.), 푸드라이즈(Foodrise),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P)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0차 당사국총회(COP30)을 앞두고 거대 축산 기업들의 기후 책임을 묻기 위해 발간되었습니다.

🐮 핵심 내용은?

  • 2위 산유국보다 해로운 공장식 축산 기업: 조사 대상인 세계 45개 거대 육류 및 유제품 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 2천만 톤(CO2eq)에 달합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배출량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 빅 오일(Big Oil)보다 더한 빅 미트(Big Meat): 상위 5개 기업(JBS, Marfrig, Tyson, Minerva, Cargill)의 배출량 합계(4.8억 톤)는 거대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 , BP 각각의 배출량을 초과합니다. 특히, JBS 한 곳의 배출량이 전체 45개 기업 배출량의 24%를 차지합니다.

  • 그린워싱해결책에 속지 말기: 기업들은 가축 수를 줄이는 근본적 대책 대신 바이오가스나 사료 첨가제 같은 기술적 해결책(Techno-fixes)에 의존하며, 생산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습니다. 육류 1킬로그램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 해도, 생산과 소비의 절대량이 줄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축산 기업은 더 이상 식량 공급자가 아닌, 화석연료 기업과 동급의 '기후 파괴자'입니다. 자율적 감축이 아닌 강제적인 배출량 보고와 총량 규제가 시급합니다.

Foodrise 외(2025):Our World in Data(2025)


원문읽기 IATP et al. (2025) Roasting the Planet: Big Meat and Dairy's Big Emissions.


2. 기후 재난을 악화시키는 공장식 축산 :글로벌 사우스의 고통과 글로벌 노스의 책임 (2023)


🌐 누가?

  •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가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을 맞아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관점에서, 선진국(글로벌 노스)의 공장식 축산이 개발도상국(글로벌 사우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 핵심 내용은?

  • 배출과 피해의 불일치: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1%를 차지합니다. 주로 글로벌 노스(북미, 유럽 등)에 집중된 공장식 축산이 배출한 가스로 인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가 가뭄과 홍수 등 기후 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 재난 비용 산출: 2022년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을 잠기게 한 대홍수를 기억하십니까? 홍수 피해액(150억 달러) 중 글로벌 노스의 공장식 축산이 기여한 몫은 최소 6.4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 시스템의 대체: 공장식 축산의 확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지속 가능한 전통적 농축산 시스템(소규모 가족농, 유목)을 파괴하고, 기후 회복력을 약화시킵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공장식 축산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입니다. 기후 재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축산 기업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2025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행진하고 있다. ©wikimedia commons


원문읽기  World Animal Protection (2023) How factory farming emissions are worsening climate disasters in the Global South


3. 기후변화와 잔혹한 산업 :공장식 축산의 숨겨진 영향 드러내기 (2022)


🌐 누가?

  •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가 세계 4대 공장식 축산 거점(브라질, 중국, 미국, 네덜란드)을 대상으로 육류 소비 감축과 동물복지 향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 핵심 내용은?

  • 축산 사료가 범인!: 공장식 축산 기후 영향의 핵심은 '동물' 그 자체보다 사료 작물 재배를 위한 산림 파괴와 토지 이용 변화에 있습니다. 닭고기 10kg을 얻기 위해 나무 4그루가, 돼지고기 10kg을 위해 나무 5그루가 사라집니다.
  • 복지와 기후의 윈윈: 돼지의 경우, 공장식 밀집 사육을 벗어나 복지 수준을 높이면 사료 효율이 좋아지고 분뇨 관리가 개선되어 온실가스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닭은 사육 기간이 길어져 배출량이 늘 수 있으나 사료 조절로 상쇄 가능)
  • 50/50 시나리오: 2040년까지 1인당 육류 소비를 50% 줄이고, 생산 방식을 높은 동물복지 기준으로 50% 전환할 경우, 4개국에서 연간 2 1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4,500만 대를 없애는 효과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동물복지' '기후 대응'은 상충하지 않습니다. 향후 10년간 신규 공장식 축산 시설 건립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이 즉각적인 해법입니다.

 원문읽기 World Animal Protection (2022) Climate Change and Cruelty: Revealing the true impact of factory farming.


✒️ Editor's Note 이제 '공장식 축산 모라토리엄'을 말하자 

세 보고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공장식 축산은 '화석연료'만큼이나 위험한 기후 위기의 뇌관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동물운동은 개인의 식습관 변화를 호소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전략을 확장해야 합니다. 거대 정유사를 규제하듯, 거대 축산 기업을 기후 정책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세 보고서가 말하는 대안에서 고갱이를 추려봤습니다.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듯이, 동물의 고통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장식 축산을 전환해야 합니다.

첫째, 농업 보조금 가운데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세금을 막아야 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환경을 파괴하는 곳이 아닌, 식물성 단백질 산업과 저탄소 및 동물복지 축산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쓰이도록 보조금 체계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농업 보조금이 어떻게 배분되어 사용되는지 면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입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위해, 거대 축산 기업들이 자신들의 막대한 배출 책임에 상응하는 기금을 출연하도록 국제 사회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이를 논의할 중요한 장이 될 것입니다.

셋째, '의무적인 배출량 보고'입니다. 에너지 기업에 비해 축산 기업은 규제에 벗어나 있습니다. 공급망 전체(Scope 3)의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장식 축산 모라토리엄(Moratorium)'입니다. 향후 10년간 새로운 공장식 대형 축산 시설의 건축과 확장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합니다. 이미 지구는 감당할 수 있는 가축 수를 초과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는 '기후 백래시(Climate Backlash)'는 이러한 전환을 더욱 시급하게 만듭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 탈퇴에 이어 '손실과 피해 기금' 이사회에서 철수하고, 자국 축산업 보호를 위해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 정부가 기후 정의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거대 축산 기업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지금은 '고기를 줄이자'는 권유를 넘어 '공장식 축산을 멈추라'는 정치적 요구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동물복지는 가장 강력한 기후행동입니다.

: 남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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