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원헬스는 누구의 건강인가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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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위기가 오면 '원헬스'에서는 살처분이 된다
원문읽기 I Rubio-Ramon, G., & Srinivasan, K. (2026). Health as a multispecies phenomenon: Towards anti-anthropocentrism. Progress in Environmental Geography, 5(3), 297–312. DOI: https://doi.org/10.1177/27539687261452260
인도의 길거리개. 저자들은 사람과 거리를 두고 공존하는 떠돌이 개를 종 사이에 공평한 건강의 한 사례로 든다. ©위키미디어코먼즈
🐮 핵심 내용은?
영국 에든버러대 지리학자 기옘 루비오-라몬과 크리티카 스리니바산이 동물의 건강을 다뤄 온 지리학·사회과학 문헌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이 문헌들은 동물을 수동적 대상이 아닌 행위자로, 나아가 자기 건강에 관한 지식을 가진 존재로 다시 보았다. 이를테면, 라오스의 일하는 코끼리는 숲을 '약국' 삼아 필요한 먹이를 찾고, 아프면 사람을 피해 홀로 숲에 머문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연구가 종 사이에 공평한 건강을 상상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본다. 동물을 아무리 중심에 두어도, 그 앎과 만남은 인간의 가치와 이익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잔여 인간중심주의'(residual anthropocentrism)라는 개념을 빌려와 이를 비판한다 (Lulka, 2009).
🌐 상세 분석
위기가 오면 사라지는 '다종 관계'
원헬스와 행성적 건강(Planetary Health)은 인간·동물·환경의 연결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인간의 웰빙을 궁극적 목표로 삼으며 이를 위한 감시와 개입으로 운영된다. 농장동물을 생산에 필요한 만큼만 건강하게 유지하는 의학과 수의학의 협력이 전형적인 사례다. 저자들이 인용한 인류학자 린테리스의 지적대로, 전염병 위기가 닥치면 다종 관계와 파트너십에 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살처분과 박멸, 격리의 장치가 들어선다. 덴마크에서는 시민이 도축장을 견학하며 돼지를 가까이서 만난다. (Mc Loughlin, 2024) 하지만 이 만남은 산업 도축이 정당한 것으로 방문객을 설득하는 데 이용된다. 덴마크가 '행복한 돼지'를 키워 도축하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심으면서, 시민을 돼지고기 소비자로 길러 내는 장치인 셈이다.
세 가지 제안
저자들은 다종 건강을 위해 세 가지 개념을 내놓는다. 첫째는 일부러 거리를 두는 '의도적 무관심(in-difference)'이다. 동물을 속속들이 알고 관리하려 하기보다, 차이를 그대로 둔 채 함께 사는 태도다. 인도 첸나이의 한 주민은 동네 떠돌이 개들에 대해 "우리가 건드리지 않으면 그들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중보건의 틀에서 이 개들은 질병 매개체로서 살처분, 포획, 중성화의 대상이다.
둘째는 '행위성을 인정하기'(intersubjectively affirmed agency)이다. '동물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동물의 뜻이 받아들여지느냐'를 중시해야 한다. 한 동물 생추어리는 몸이 약한 소가 함한 지형에 있는 무리에 끼고 싶어 하자 그 뜻을 따랐다.
셋째는 '재동물화'(re-animalisation)이다. 인간을 여러 동물 중 하나로 보고, 인간의 건강이 다른 동물의 질병과 죽음 위에 서 있는 구조를 묻는 것이다.
💡 AFF's Comment
저자들은 다종 건강이란 동물의 건강을 알고 돌보는 일이라기보다, 동물을 병들게 하는 체계를 해체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살처분 매몰지 위에서 원헬스의 '하나'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한국 정부도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에서 원헬스를 내세우지만, 조류인플루엔자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앞에서 살처분은 여전히 첫 번째 수단이다. 동물을 살리는 방역은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상상일지 모른다.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Lulka, David. "The Residual Humanism of Hybridity: Retaining a Sense of the Earth."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vol. 34, no. 3, 2009, pp. 378–93, https://doi.org/10.1111/j.1475-5661.2009.00346.x.
-Lynteris, Christos. "Introduction: Infectious Animals and Epidemic Blame." Framing Animals as Epidemic Villains: Histories of Non-Human Disease Vectors, edited by Christos Lynteris, Palgrave Macmillan, 2019, pp. 1–25, https://doi.org/10.1007/978-3-030-26795-7_1.
-Mc Loughlin, Eimear. "Slaughterhouse Tours in Denmark: Affective Nationalism in the Making of Citizen-Consumers and the Industrial Slaughter of Happy Pigs." American Anthropologist, vol. 127, 2024, pp. 31–42, https://doi.org/10.1111/aman.28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