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길고양이와의 동행] 고양이 이야기 3편 - 우리가족 탄생기

길고양이

[길고양이와의 동행] 고양이 이야기 3편 - 우리가족 탄생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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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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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의 어느 날 퇴근길,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여전히 춥고 매서운 바람은 피곤에 지친 나의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주차된 차들 사이로 작고 검은 물체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 뭐지? 고양이인가? 설마 쥐?’라고 생각하며 그 물체가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유심히 보니 차 옆에 검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 검은 물체는 작고 귀여운 아기고양이였다. 그 아기고양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여느 고양이들처럼 도망갈 듯하다가 이상하게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 아닌가! 내 옆으로와 미야옹~ 거리며 내 신발에 머리와 몸을 하염없이 부비적대는 것이었다.
‘이야! 어떻게 이런 아기고양이가 강아지마냥 낯선 사람에게 다가와 이리 살갑게 굴 수 있지?’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평소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온 난 귀여워서 몇 번을 쓰다듬어 준 후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이 아기 고양이의 주인이 혹시 주변에 있을지 몰라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골목엔 겨울바람만 스산하게 지나갈 뿐 그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야옹아, 너 엄마 어딨어? 엄마 잃어버렸니? 왜 이렇게 혼자 다니고 있니? 너 나랑 우리 집 갈래?” 라고 말을 뱉은 후 내가 집 쪽으로 가는 시늉을 해보니 고양이가 날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또다시 놀랐다. 평소에 알고 있던 고양이의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길고양이들은 사람만보면 전광석화처럼 도망치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 고양이는 강아지마냥 날 쫓아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계속 집으로 걸어갔고 집 앞의 계단까지 올라갔다. 집이 3층이어서 계단을 꽤 많이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기고양이는 짧은 다리를 재빨리 움직여 오히려 나보다 더 빨리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익숙한 자기 집을 찾아가듯. 현관 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라고 재촉까지 하는 듯 보였다. 원래부터 나와 같이 살던 녀석처럼 굴어서 신기했고 그런 특별한 녀석이 너무 귀여웠다.

결국 그렇게 집에 함께 들어온 후 귀부분엔 피부병을 앓는지 털이 빠져있고 야윈 녀석의 모습이 안타까워 일단 냉장고 문을 열어 고양이에게 먹일만한 것을 찾았다. 하지만 혼자 독립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냉장고에는 먹을 만한 것도 없거니와 있어도 고양이에게 먹일만한 것이 못되었다. ‘아! 찬장에 참치가 있었지! 우선 급하니 그거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후다닥 꺼내서 아기고양이에게 주었다. 역시 한참을 굶었는지 숨도 쉬지 않고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면서 애처롭기도 하고 너무 이뻐서 난 넋을 잃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참치를 맛나게 먹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이렇게 사람에게 친근한 녀석인데 아무래도 주인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어서 혹시 애타게 찾을 주인 생각에 다시 나가서 주인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작은 녀석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주인을 찾기란 힘든 일이었고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지라... 이렇게 불현 듯 다가온 작은 손님을 이제 그만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녀석을 땅에 내려놓은 뒤 “아가야 이제 배도 불렀으니까 너네 집 찾아가...”라고 말한 뒤 모질게 마음을 먹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기고양이가 나보다 더 빠르게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아!... 이건 운명이구나... 너는 나의 가족이 되려고 날 찾아와준 거구나... 이제 나의 집이 우리의 집인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미 나보다 빨리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는 아기고양이를 보며 애처로운 마음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같이 살자! 너랑 나랑은 운명인가보다!”라고.

바로 그 신통방통한 녀석이 독립이후 처음 맞이한 나의 첫 가족 턱시도 냥이 “코코”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로 사람이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난 정말 그런 것이었다. 2월의 끄트머리에 봄을 재촉하듯 나를 찾아온 코코. “그래 코코야 나를 선택한 너에게 행복을 만끽하게 해줬으면 정말 좋겠다!” 이렇게 특별한 코코와의 만남 이후 어느덧 1년하고 4개월이 지났다. 처음 봤을 때 병원에 물어보기로는 5~6개월령이라던 코코는 건강하고 씩씩한 성묘가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 컸는데도 어미와 일찍 헤어진 것이 아쉬운 것인지 아직도 아기시절 젖을 물던 습관을 못 버리고 다 커서도 여전히 내 옷에 쭙쭙이를 해대서 옷의 여기저기를 축축하게 만들고 언제나 나의 무릎위로 살포시 올라와 자리를 잡고 골골대는 녀석이 정말 전생에 나의 자식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벽지와 장판 물건 등등 코코의 신나는 장난에 남아나는 것이 없고, 이제 문의 손잡이까지 점프해서 직접 문을 열고 태연히 들어오는 유난히 똑똑한 녀석 덕분에 쓸쓸했던 나의 집은 지금은 너무도 달콤한 집이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코코 덕에 웃게 되는 행복한 삶이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코코와의 인연 이후로 고양이에 푹 빠져서 어느 때 보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서인지 코코가 불러온 것인지 그 해 4월엔 태어난 지 한 달반 남짓 되는 꼬물이 아기냥이 “콩이”를 시장구석에서 발견하였다. 다 죽어가던 녀석을 방치할 수 없어 데려와 치료해주고 잘 보살펴주어 겨우 살려내어 역시 가족이 되었다.


그 후 9월쯤엔 지인의 음식점에서 식사하는데 태연히 음식점으로 들어와 나에게 다가온 신기한 경우로 유기묘를 만나게 되었다. 주인을 찾으려 몇 개월간 백방으로 전단지까지 붙이고 노력하였지만 끝내 주인을 못 찾아 한 가족이 되었는데 고녀석 이름은 잠꾸러기 뚱뚱보 “네오”이다. 이렇게 한 해에 세 녀석이나 연달아 나를 찾아와 행복한 가족이 탄생된 것이다.

지금 나의 집은 그야말로 고양이판이다. 가끔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언제나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생물체인 고양이들을 보면서 교감할 때면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이 생겨난다. 나의 새끼들~ 이 부족한 집사를 선택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댓글


홍소영 2013-07-10 13:47 | 삭제

이것이 묘연! 채선애님께서는 고양이마법에 제대로 걸리셨군요^ㅡ^
읽는내내 저절로 흐믓한 엄마미소 짓게 만드시네요.^^
선애님이 걸린 마법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이경희 2013-07-11 05:43 | 삭제

저도 쭙쭙이 받아봤으면 좋겠어요.ㅋㅋㅋ


정진아 2013-07-11 15:22 | 삭제

집사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한다는 말이 와 닿네요.^^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글이었습니다. 코코, 콩이, 네오, 채선애님 모두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한송아 2013-07-12 13:48 | 삭제

우왕..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입니다. 집사님(^ㅇ^) 화이튕!


김현정 2013-07-15 13:29 | 삭제

하나하나 구석구석 어쩜 이렇게 이쁜아이들일까요???ㅎㅎㅎ
모여있으니 더 인형같이 이쁘네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함께하세요~~^^


최지혜 2013-07-15 21:33 | 삭제

인연~인연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않네요..
아이들 모두 행복해보이고, 절로 웃음이 나는 가족입니다!!


이경숙 2013-07-17 10:13 | 삭제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