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의 어느 날 퇴근길,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여전히 춥고 매서운 바람은 피곤에 지친 나의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주차된 차들 사이로 작고 검은 물체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하지만 주인을 찾기란 힘든 일이었고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지라... 이렇게 불현 듯 다가온 작은 손님을 이제 그만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녀석을 땅에 내려놓은 뒤 “아가야 이제 배도 불렀으니까 너네 집 찾아가...”라고 말한 뒤 모질게 마음을 먹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기고양이가 나보다 더 빠르게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아!... 이건 운명이구나... 너는 나의 가족이 되려고 날 찾아와준 거구나... 이제 나의 집이 우리의 집인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미 나보다 빨리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는 아기고양이를 보며 애처로운 마음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같이 살자! 너랑 나랑은 운명인가보다!”라고.
바로 그 신통방통한 녀석이 독립이후 처음 맞이한 나의 첫 가족 턱시도 냥이 “코코”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로 사람이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난 정말 그런 것이었다. 2월의 끄트머리에 봄을 재촉하듯 나를 찾아온 코코. “그래 코코야 나를 선택한 너에게 행복을 만끽하게 해줬으면 정말 좋겠다!” 이렇게 특별한 코코와의 만남 이후 어느덧 1년하고 4개월이 지났다. 처음 봤을 때 병원에 물어보기로는 5~6개월령이라던 코코는 건강하고 씩씩한 성묘가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 컸는데도 어미와 일찍 헤어진 것이 아쉬운 것인지 아직도 아기시절 젖을 물던 습관을 못 버리고 다 커서도 여전히 내 옷에 쭙쭙이를 해대서 옷의 여기저기를 축축하게 만들고 언제나 나의 무릎위로 살포시 올라와 자리를 잡고 골골대는 녀석이 정말 전생에 나의 자식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벽지와 장판 물건 등등 코코의 신나는 장난에 남아나는 것이 없고, 이제 문의 손잡이까지 점프해서 직접 문을 열고 태연히 들어오는 유난히 똑똑한 녀석 덕분에 쓸쓸했던 나의 집은 지금은 너무도 달콤한 집이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코코 덕에 웃게 되는 행복한 삶이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코코와의 인연 이후로 고양이에 푹 빠져서 어느 때 보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서인지 코코가 불러온 것인지 그 해 4월엔 태어난 지 한 달반 남짓 되는 꼬물이 아기냥이 “콩이”를 시장구석에서 발견하였다. 다 죽어가던 녀석을 방치할 수 없어 데려와 치료해주고 잘 보살펴주어 겨우 살려내어 역시 가족이 되었다.
그 후 9월쯤엔 지인의 음식점에서 식사하는데 태연히 음식점으로 들어와 나에게 다가온 신기한 경우로 유기묘를 만나게 되었다. 주인을 찾으려 몇 개월간 백방으로 전단지까지 붙이고 노력하였지만 끝내 주인을 못 찾아 한 가족이 되었는데 고녀석 이름은 잠꾸러기 뚱뚱보 “네오”이다. 이렇게 한 해에 세 녀석이나 연달아 나를 찾아와 행복한 가족이 탄생된 것이다.
홍소영 2013-07-10 13:47 | 삭제
이것이 묘연! 채선애님께서는 고양이마법에 제대로 걸리셨군요^ㅡ^
읽는내내 저절로 흐믓한 엄마미소 짓게 만드시네요.^^
선애님이 걸린 마법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이경희 2013-07-11 05:43 | 삭제
저도 쭙쭙이 받아봤으면 좋겠어요.ㅋㅋㅋ
정진아 2013-07-11 15:22 | 삭제
집사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한다는 말이 와 닿네요.^^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글이었습니다. 코코, 콩이, 네오, 채선애님 모두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한송아 2013-07-12 13:48 | 삭제
우왕..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입니다. 집사님(^ㅇ^) 화이튕!
김현정 2013-07-15 13:29 | 삭제
하나하나 구석구석 어쩜 이렇게 이쁜아이들일까요???ㅎㅎㅎ
모여있으니 더 인형같이 이쁘네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함께하세요~~^^
최지혜 2013-07-15 21:33 | 삭제
인연~인연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않네요..
아이들 모두 행복해보이고, 절로 웃음이 나는 가족입니다!!
이경숙 2013-07-17 10:13 | 삭제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