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16일)은 복날의 시작인 ‘초복’이었습니다. 이 날은 개식용 금지 집회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지만, 수원 재개발 지역 내 첫 철거가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활동가들은 새벽같이 모여 재개발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개 구역으로 나눠져 진행되는 철거는 제일 먼저 주변에 펜스를 두르고 내부 철거와 석면제거 작업 후 본격적으로 포크레인으로 건물을 철거합니다. 본격 철거 전,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작업은 혹시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동네고양이들을 찾고 건물밖으로 내보내는 일입니다. 이른 아침 5시부터 진행된 철거 건물 수색작업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에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를 비롯해 캣맘·캣대디분들과 오며가며 동네고양이를 챙기던 주민분들, 그리고 동장님께서도 이른 아침부터 함께 해 주셨습니다. 특히 동장님이 직접 현장에 함께 하셔서, 지역 내 이웃으로 살아가던 동네고양이들의 이야기와 동네고양이의 안전이 보장되는 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감하신 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깨진 유리가 가득했던 건물 주변
철거가 예정된 1구역에는 빌라 6채와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일찍이 내부철거가 진행된 터라 건물의 유리가 많이 깨져 있었고 주변 바닥 역시 유리조각이 가득했습니다. ‘보기만해도 위험한 유리를 밟고 고양이들이 건물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걸까?’ 하는 의심도 잠시, 수색을 위해 들어가자 마자 폐건물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도망가는 고양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 막대기로 집 구석구석을 두드리고 확인합니다
건물 수색은 제일 윗층부터 시작해 한층씩 내려가며 진행했습니다. 구석구석 고양이들이 숨어있을 경우를 대비해,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집안 곳곳을 두드리고 확인했습니다. 1층에서 2-3마리의 고양이들을 건물밖으로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건물을 적막한 곳이지만 어쩌면 고양이들에게는 천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한 빌라 5층 집에서 동네고양이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방에는 고양이들의 똥들이 가득했는데 아마 어미고양이 새끼를 낳고 키웠던 곳으로 추측됩니다. 현재는 모두 독립을 했는지 다른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철거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포크레인 두 대
이 날 철거 구역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수색은 예상보다 빠르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만, 구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양이들이 언제 다시 공사 현장으로 들어갈지 모르는지라 오전까지 지역 의 주민들이 주변을 살펴봐주셨습니다. 건물이 지어지고, 사람이 살고, 다시 떠나고… 쌓여온 시간이 무색하게 철거는 포크레인 두 대로 반나절만에 끝났습니다.
철거된 1구역은 전체 재개발 지역 중 아주 일부에 해당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네고양이들의 터전이었던 수 십채의 집들이 철거될 예정입니다. 몇일 전에는 예고도 없이 부분철거가 진행되었는데, 철거업체측이 공사전 새끼 고양이 3마리를 발견하여 구조, 보호했다고 합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재개발 현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 철거 전 수색에서부터 다친 고양이들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동네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와 보호를 위한 사랑의 손길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주,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들을 위해 #이즈칸 에서 사료 1875kg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사료는 재개발 지역과 주변 지역의 동네고양이들을 위해 쓰이도록 캣맘협의체에 전달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