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 새끼 고양이들이 헤매지 않고 어미와 만났길 바라며 부고를 전합니다.
지난 10일, 동물자유연대는 젖먹이 새끼 고양이들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공원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발견한 제보자는 관할 지자체에 새끼 고양이들의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는 자생 능력이 전혀 없는 새끼 고양이들이 야생동물이라며 구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고양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제보자가 시간마다 수유해서 돌본다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제보자는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동물자유연대는 어미 고양이가 세상에 남긴 소중한 생명들을 구조하기로 했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봐주겠다며 약속도 했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발견된 곳은 냅킨이 가득 들어있던 박스 안입니다. 험난한 길에서 어미 고양이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박스 안 흰 냅킨에는 출산 흔적이 남아있었고, 새끼 4마리는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손바닥보다 작은 몸집에 손톱보다 작은 네 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아 손길 한 번이 조심스럽고 걱정이 컸지만, 기쁨이 더 컸습니다. 밥을 잘 먹어 볼록해진 배를 보면 웃음이 나왔고, 나란히 같은 모습으로 잠이 든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시간마다 수유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크게 될까?’ 상상하면 설레기도 했습니다.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종종거리며 걸어 다닐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피곤함을 잊게 했습니다. 그렇게 활동가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끼 고양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습니다.
그러던 중 오전까지 분유를 잘 받아먹던 고양이들이 갑작스레 하나둘 떠나갔습니다. 범백이 새끼 고양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한 마리라도 살리고 싶어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지만, 이동하는 도중 체온이 식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식어가는 몸을 어루만졌지만, 작은 생명이 병마를 이겨내기에는 힘겨웠나 봅니다.
만남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어 슬프지만, 길 위가 아닌 우리 품에서 마지막을 함께 했다는 것에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아직은 삐약 거리던 목소리도, 분유 냄새도 아른거려 슬프지만,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작은 몸집에도 큰 흔적을 남긴, 활동가들에게는 아주 큰 존재들입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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