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이는 집과 사무실을 겸비한 건물 마당을 오가며, 마련해준 밥자리에서 밥을 먹고 잠시 쉬어가던 동네고양이입니다.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어 마당 한 구석에 집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 나가보니 경순이가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런 경순이의 모습에 자세히 살펴보니 털과 앉은 바닥이 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경순이를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알고보니 경순이는 임신 중이었고 양수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검사 결과, 경순이 뱃속에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있는데 심장박동이 느리고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빠르게 악화되는 경순이의 건강 상태에 저는 고양이들을 살리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제왕절개와 중성화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수술하고 난 며칠 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결국 그 작은 발걸음으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경순이의 염증치료는 깨끗하게 잘 끝났고, 남은 새끼 고양이 한마리도 건강하다고 하여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의 이름은 천둥의 신처럼 멋지고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토르’ 라고 지었습니다.
다만, 경순이와 토르를 한 방에서 임시보호를 시작했는데 자유로운 바깥이 그리웠던건지, 먼저 떠나간 새끼 고양이가 그리웠던건지 경순이는 식음전폐하며 하루하루 울기만 했습니다. 그 모습에 치료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고, 담당 수의사 선생님과의 상담과 고심 끝에 경순이는 방사하여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비록 새끼 고양이 한마리는 떠나갔지만, 경순이와 토르를 지켜낸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또, 토르는 경순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행복하게 잘 클 수 있는 입양처가 나타날 때까지 임시보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경순이와 토르 그리고 저를 응원해 주고 쓰담쓰담을 통해 도와준 동물자유연대에 감사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길 위,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구조하여 치료 후 보호하고 계신 시민분들께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쓰담쓰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경순이’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경순이가 건강하고 자유로이 살아가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먼저 떠나간 새끼 고양이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