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초, 한창 결혼 준비에 바빠 여유가 없던 시기였습니다. 집 앞에 있는 컨테이너 옆 먼지 가득한 곳에서 희망이를 처음 보았습니다. 항상 걸어 다니면서 동네 고양이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희망이는 어느 날 뜬금없이 나타났습니다. 입에서 침이 흐르고 있었고, 눈을 잘 못 뜨는 상태였습니다. 털은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요. 살면서 그렇게 상태가 안 좋은 고양이는 처음 봐서 너무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약 한 달간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겨주었는데, 경계심이 너무 강해 조금만 다가가도 멀리 도망갔습니다. 다행히 공격성은 없는데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희망이가 다른 고양이 두 마리에게 쫓기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쫓아가 보니 영역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며칠간 희망이를 볼 수 없었습니다. 영역 다툼에서 밀려나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그러다 6월 초에 다시 나타났는데 상태는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해본 구조라서 혼자서는 어려웠습니다.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한 분이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입원하고 보니 나이는 5살 정도인데, 몸무게는 2.6kg가 채 되지도 못했습니다. 못 먹어서 빠짝 마른 상태였고 구내염으로 인해 전발치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습니다. 입원하고 며칠간은 안정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정도로 상태는 위급했습니다. 다행히 희망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료를 잘 먹어주었고, 전발치와 그 외 필요한 검사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중성화까지 무사히 마친 희망이는 현재 제가 집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동장 안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는데, 지금은 세탁기 뒤와 책상 밑을 아지트로 삼고 있습니다. 다행히 처음보다는 더 편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방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긴 하는데 이내 바로 밥을 먹고 아주 피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마음 편하게 갖고 있습니다.
사실 비용 때문에 구조를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인이 쓰담쓰담 사업을 소개해 주었고, 동물자유연대 쓰담쓰담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길 위,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구조하여 치료 후 보호하고 계신 시민분들께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쓰담쓰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희망이’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