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반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터전으로 기능하도록 동물전시시설 목적 전환
- 2026.02.06









2년 전 여름휴가로 대만에 자유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숙소를 찾던 중 길을 잘못 든 나는 우연히 ‘새 시장’을 지나게 되었다. 멀리서 어렴풋이 횃대 위에 앉아 있는 새들을 본 나는 의아했다. '왜 저 새들은 날아가지 않을까?'
충분히 가까워진 뒤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 것은 새들의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었다. 더없는 자유를 누리던 중 마주한 그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내가 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 방문한 제주 '점보빌리지'에서 나는 짧디짧은 줄에 묶인 또다른 존재를 만났다. 그곳에는 오로지 쇼를 위해 사육되는 코끼리들이 살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그곳에 갇혀 날마다 도화지에 물감을 칠하고, 풍선을 터뜨리고, 축구공을 굴리고, 원반을 돌리고, 악기를 두드리고, 사람을 태운 채 행렬을 한다.
유럽연합 등 세계 59개국에서 동물쇼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돌고래·코끼리 등이 여전히 '생태해설'을 빙자한 쇼에 동원되고 있으며 관련 법도 부재한 상황이다.
코끼리들은 오로지 굶주림과 고통을 피하기 위해 숱한 시간을 견디며 이 인위적 기술들을 익혔을 것이다. 그들이 '지나치게' 영리해 인간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비인간 동물에게도 저마다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부르고 따뜻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광활한 초원, 거대한 동료집단. 자유. 유인원과 함께 '비인간인격체'로 분류될만큼 고도화된 사고를 하는 코끼리에게, 이곳은 그저 끔찍한 학대 현장일 뿐이다.
모든 동물은 각기 다른 인지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감히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이 있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곳에서 인간이 던져주는 바나나와 값싼 박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좁은 시선으로밖에 그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감히 다짐한다. 우리가 빼앗은, 그들이 잃어버린 삶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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