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40년 비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마지막 숙제,
240여 마리 사육곰 구조와 보호

[공동 성명] 기후에너지환경부 사육곰 대책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아무 데나 곰을 밀어넣는 방식으로는 곰 사육은 종식되지 않는다.

우리 네 단체는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2021년부터 정부, 사육곰 농가와 함께 민관협의체를 꾸려왔다. 당시 정부는 손 놓고 있던 사육곰 문제를 다시 다루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소집했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곰 사육 관행을 완전히 종식하는 것이 협의체 구성원들의 목표였다. 농장에 남아 매년 탈출 사고가 일어나고, 열악한 사육 환경 속에서 끔찍한 고통에 방치된 사육곰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 시민단체, 사육곰 농가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사육곰 보호시설 확보와 곰 매입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5년 넘는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는 아쉬웠다. 2023년 말,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제도적 종식은 이루어냈지만, 법 시행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육곰 210마리는 농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말 계도 기간이 종료되며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일부 농가를 보호시설로 전환하고, 나머지 농가의 개체는 순차적으로 보호시설, 공영·민영 동물원, 해외 생추어리로 이송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가 제안한 보호시설에는 현재 공사중인 서천 보호시설뿐만 아니라 체험형 전시를 하는 동물원, 국립공원공단의 종복원사업을 위한 시설, 국립공원 부지 내 신규 시설 설립이 포함되었다. 시설의 수용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채 곰의 복지에 대한 고려가 빠진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우려를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사육곰은 농가에 남아있다. 기후부가 내놓은 졸속 대책의 한계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농장에 남은 곰들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적절한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일이다. 지금 주어진 조건 안에서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기후부의 현 사육곰 종식 계획을 재검토하고, 모든 곰에 대한 개체별 보호계획을 수립하라.
- 현재의 대책은 사육곰의 개체 수와 시설의 수용 가능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먼저 전체 개체에 대한 건강 상태, 행동 특성 및 필요한 복지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체별 최적의 보호방안을 수립하라.

2. 현재 계획하고 있는 사육곰 보호시설을 재검토하라.
- 체험형 전시로 동물을 동원하는 구시대적 전시시설을 보호시설로 포함하지 마라.
-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을 위해 건립 중인 시설을 사육곰 보호시설로 전용하지 마라.
- 국립공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지역으로,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해 보전 목적과 생태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토하라.
-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운영되어 온 농장의 간판을 ‘사육곰 보호시설’로 바꾼다고 해서 농장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명칭 변경으로 곰 사육의 종식을 대신하지 마라.

3. 해외 이송이 불가능한 모든 개체에 대해 2027년 안에 수용할 수 있는 국내 보호시설의 건립·운영 계획과 예산, 동물의 보호·복지 및 시설 운영 기준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라.

4. 법에서 금지한 사육, 소유 등이 계속되는 경우 몰수 등 법률에 따른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하라

우리 사회가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인식과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육곰 문제는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야생동물의 감금과 이용을 장기간 방치될 경우, 보호가 필요한 수많은 동물이 발생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뒤늦게 제도를 고치더라도, 이미 피해를 입은 동물들은 여전히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야생동물을 가두고 이용하는 전시·생산·판매 행위를 장기간 사실상 방치해 온 현실을 기후부는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사육곰의 비극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동물을 사후적으로 수습하는 수준을 넘어, 야생동물의 감금과 이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원칙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야생동물은 인간의 이용을 위해 가두는 대상이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국가적 원칙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이 원칙을 야생동물 관련 모든 정책과 제도의 기준으로 삼고, 무분별한 감금과 이용을 단계적으로 종식할 계획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026년 9월 9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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