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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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계란값 상승은 산란계협회 담합 탓, 사육면적 확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논평] 계란값 상승은 산란계협회 담합탓, 사육면적 확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계란값을 올린 것은 사육면적 확대가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5월 14일 대한산란계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9,400만 원을 부과했다. 산란계협회가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계란 산지 기준가격을 사실상 결정하고 회원 농가에 통지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을 제한해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산란계협회가 기준가격을 높게 결정해 계란 도·소매 가격 상승까지 초래했다고 보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산란계협회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기준가격을 9.4% 인상했다. 같은 기간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기준가격과 생산비의 격차는 2023년 781원에서 2025년 1,440원으로 확대되었다. 소비자들이 체감한 이른바 ‘금계란’ 현상의 배경에 업계의 가격 통제 구조가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업계의 근거 없는 주장이 정책 이행을 후퇴시켰다.

그간 대한산란계협회는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 정책을 지목해 왔다. 산란계 1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현행 0.05㎡에서 0.075㎡로 확대하면 사육 마릿수가 줄고, 그 결과 계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는 그 주장의 허구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계란값 상승의 핵심 원인은 산란계에게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산지 기준가격을 사실상 통제해 온 업계의 담합 구조였다.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 정책은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추진되었다. 닭이 날개조차 제대로 펼 수 없는 밀집 사육 환경은 질병과 감염 위험을 높이고, 이를 관리한다는 명목의 약품 사용은 결국 소비자의 안전까지 위협했다. 정부는 공장식 밀집사육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산란계 1마리당 사육면적 기준을 0.05㎡에서 0.075㎡로 확대하도록 법제화했다. 하지만 당초 2025년 9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던 이 정책은 업계의 반발과 계란 수급·가격 불안 우려를 이유로 2027년 9월까지 2년 유예되었다.

담합이라는 불법행위도 모자라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을 평생 날개 한 번 펴지 못하는 닭들의 사육면적 확대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이들의 윤리의식에 참담함을 느낀다.


세계는 이미 ‘조금 넓은 케이지’를 넘어 케이지 프리로 가고 있다. 

세계는 배터리 케이지의 잔인성을 인식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고, 여러 국가에서 이미 케이지 프리 전환을 제도와 시장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생산뿐 아니라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계란의 판매까지 제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최소한의 개선조차 수년째 미루고 있다. 현행 0.05㎡는 닭 한 마리가 몸을 제대로 돌리기도 어려운 면적이다. 이를 0.075㎡로 넓히는 것은 동물복지의 완성이 아니라, 참혹한 밀집 사육을 아주 조금 완화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 최소한의 조치마저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정책 이행을 늦춰 왔다. 이제 그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공정위의 판단은 분명하다. 계란값 상승의 책임을 동물복지에 떠넘기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다음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2027년 9월로 유예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정책을 어떠한 추가 유예도 없이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최소한의 출발점으로 삼아, 배터리 케이지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산란계 사육면적을 넘어 농장동물들에게 최소한의 동물다운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축산에서의 동물복지 일반기준’을 마련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만 마리의 산란계는 태어나 죽는 날까지 철창 안에서 알을 낳는다. 그들에게 허락된 삶은 날개를 펴는 일조차 어려운 좁은 공간, 빛과 흙과 바람을 알지 못하는 시간이다.

이번 공정위의 가격 담합 판단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계란값 상승의 책임을 동물복지에 돌리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산란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은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2027년 9월 예정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정책이 추가 유예 없이 이행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배터리 케이지 없는 사회, 농장동물을 값싼 생산수단이 아니라 감응력 있는 존재로 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계속 행동할 것이다.


2026년 5월 15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제재’.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026.05.14.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View.do?pageUnit=10&pageIndex=1&searchCnd=all&key=12&bordCd=3&searchCtgry=01,02&nttSn=47478

*’계란값 4년만에 최고치…정부·산란업계 ‘책임 공방’ 격화’, 이데일리, 2025.05.21.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817926642171216

*“스웨덴 케이지프리 비율 99% 돌파, 산란계 200만 마리 지옥에서 해방!”, 동물자유연대, 2025.04.10. https://www.animals.or.kr/campaign/cagefree/6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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