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Animal Home Essay]말썽 1등 시추 분홍이의 '집착'처방전

온 이야기

[Animal Home Essay]말썽 1등 시추 분홍이의 '집착'처방전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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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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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OME  ESSAY


말썽 1등 시추 분홍이의 ''집착''처방전 

말썽 심해 ''진상'' 별명 얻었지만 불안. 외로움 사라진 후 대변신 


글. 윤정임 국장 





늘 나에게 시선 고정이었던 시추 분홍이 


6년 전 시추 분홍이의 별명은 ‘진상 분홍이’였다. 집착이 강하고 말썽을 많이 피우기 때문이었다. 다리도 짧은 녀석이 의자 위로 뛰어올라 책상 위까지 올라왔다. 책상 위 서류에 오줌을 싸고, 심지어 똥으로 범벅을 만들기도 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무릎 위에 올려달라고 고집도 무지하게 부렸다. 눈이 잘 안 보여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다니면서도, 다른 개들과 다툼이 잦았다.

분홍이는 2012년 8월, 충혈된 눈에서 피가 쏟아질 것 같은 모습으로 동물자유연대에 들어왔다. 진료를 받아보니 당장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안구 질환이 심각했다. 중증 안구 질환인 녹내장으로 진행하는 단계였다. 다행히 안약 반응이 좋아 수술하지 않았다.

구조 후 동물병원에 입원했던 분홍이가 반려동물복지센터로 돌아왔다. 의자 밑 공간에 몸을 숨기고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건네고 쓰다듬었다. 이것이 분홍이가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발단이었다. 마치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가 처음 만나는 대상을 엄마로 아는 것처럼.
 
출근하면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게 달려왔다. 내가 나갈 낌새가 느껴지면 발밑에 드러누워 몸 전체를 비비며 나가지 말라고 시위도 했다. 앉아서 사무를 볼 때면 늘 무릎 위에 올려주어야 했고, 휴일엔 내 책상 위로 올라가 대소변으로 그리움을 표현했다. 반려동물복지센터에는 아픈 몸과 애정이 그리운 동물들이 넘쳤고, 분홍이만 챙겨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터라 딱하지만 부담스러웠다

 


 
 


 
 
동물보호소에서 동물들을 보살피다 보면 마음이 쓰이는 동물을 활동가들이 집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있다. 안구 질환으로 하루 8번 이상 안약을 넣어야 한다거나 장애가 있고 약해서 동물보호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의 동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 사이에는 자율적인 약속 같은 게 있다. 바로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10살 미만의 동물은 입양이나 임시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은 입양의 기회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까지 작고 예쁘고 어린 동물을 데려가면 나이 많고 몸이 아픈 동물들은 더욱 입양 기회가 희박해진다. 우리 집에도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와 임시보호하는 개들이 이미 다섯 마리였다. 분홍이가 아무리 애정 공세를 해도 내 기준에 집에 데려와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분홍이의 눈은 안약으로 유지가 되지 않았고, 시력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항상 나를 향해 있던 커다란 눈은 더는 나를 보지 못하고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래, 이제 때가 되었다.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 온 이후 분홍이는 참 ‘시크’하다. 늘 안아주고 옆에 둬야 했었는데 이렇게나 독립적이라니. 오히려 내가 옆에 두려고 끌어와 눕히고 있다. 동물보호소에서 아침에 만나고 저녁에 헤어지는 것과 집으로 와서 퇴근 후 만나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되겠지만 동물들은 안다. 동물보호소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분홍이는 매일 헤어짐을 준비하고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이제는 헤어짐보다 만남이 더 큰 집으로 왔으니 안달복달하지 않는 것이고.
 
내가 좋은 사람보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더 행복하다고 하지 않던가.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도 깊이 생각해보자. 누가 나를 이토록 귀하게 여기겠는가. 동물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최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자.
 




눈 건강이 악화돼 시력을 잃은 분홍이는 동물보호소를 떠나 집에서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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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정승혜 2018-07-11 04:17 | 삭제

국장님~~~
분홍이 데려가셨네요 커어억 감동의 눈물콧물이 쭈르륵
망가진 기분이 드는 날은 일부러 국장님 글을 찾아 읽어 봅니다..
그 글을 다 읽고 날때쯤엔 오늘처럼 커어억 크허억
이러고 나면 좀 겸손해 집니다
고맙습니다..분홍이 데려가신 그마음 ..다 헤아릴수나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