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국내 최초 복지형 동물 보호소 온센터 10주년 <온센터 파노라마>

온 이야기

국내 최초 복지형 동물 보호소 온센터 10주년 <온센터 파노라마>

  • 온센터
  • /
  • 2023.10.31 22:09
  • /
  • 1210
  • /
  • 12




동물자유연대 20여 년의 발자취 중 한국 최초의 복지형 동물 보호소 온센터가 지어진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난 온센터의 10년은 굴곡의 시간과 변화의 시간이 함께 쌓여져 만들어졌습니다.


온센터의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2010년, 동물자유연대가 생존형 보호소가 아닌, 복지형 보호소의 필요성을 설파했을 당시 주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복지형 보호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 운동 환경이 척박한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에게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안겨주겠다는 절박함과 사명감으로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일을 해내야만 했습니다.




2000년,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처음으로 유기동물의 실상을 알려나가며 입양을 요청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국내 동물 입양 문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작은 시작이었던 행당동의 주택 보호소는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중심가 주택 단지에 위치해 있던 만큼 녹록지 않은 대가도 따랐습니다. 10여 년간의 행당동 시절은 소음 민원과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 부족의 한계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의 시간이었습니다.



주택 보호소에서의 고달픔 만큼 온센터를 짓기 위한 과정도 지난했습니다. 동물 보호소를 혐오시설로 인식하여 난색을 표하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야 했고, 공사를 진행하는 절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복지형 보호소의 꿈은 희망에 기대어 함께해주신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는 국내에서도 복지형 동물 보호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동물 보호소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모범사례가 되어 동물복지시설의 확대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온센터라는 꿈이 현실이 되면서 더는 소음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고 창문을 열 수 있고, 동물들은 자유로이 운동장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센터 건립 이후 지난 10년 동안 온센터 곳곳의 보수와 재정비, 추가 건축도 계속되어 왔습니다. 동물에게 새 삶을 찾아주는 과정과 돌봄이 끝 없듯이 구조동물을 위한 공간을 돌보고 짓는 일도 끝이 없습니다. 공간을 돌보는 일은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과 일상을 돌보는 일과 같기 때문입니다.



온센터(ON DOG) 2관


ON CAT


2017년에는 온센터 2관 개관으로 더 많은 동물이 구조되어 온센터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2022년에는 고양이를 위한 보호소 온캣 건립으로 구조된 고양이들에게 최적의 생활 환경을 내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노견정과 창고 견사 재건축에 들어갑니다.




노견정은 노견과 집중 돌봄이 필요한 동물이 지내던 공간입니다. 실내 공간은 관절 안전을 위한 미끄럼 방지 장판으로 인테리어를 했고, 언뜻 보면 평범한 집의 방 처럼 생겼습니다. 동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보호소의 동물이지만,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노견정 건물은 지어질 당시, 견사 목적이 아닌 당직 활동가의 상주 공간이었습니다. 온센터 내 보호 동물이 많아지고, 보호소에서 늙어가는 동물들이 늘어남에 따라 견사의 형태로 공사 후 노견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했습니다. 처음부터 동물을 보호하는 목적이 아니었던 터라 벽면이 콘트리트가 아닌 사이딩 패널로 구성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상 문제가 있었고, 현재 건물 전체가 부식된 곳이 많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새롭게 지어질 노견정은 비록 생의 끝자락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동물들에게 비극의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닌, 최선의 돌봄을 내어줄 수 있는 집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늙음의 시간을 거쳐가는 동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위로가 있는 호스피스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은 노후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공사 기법이나 건축 자재를 면밀히 살피며 재정비 중입니다.




탱이

작은 주택 보호소에서 무조건 활동가 옆자리를 지키던 탱이. 온센터의 드라이룸 지킴이입니다. 구조된지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싫은 건 절대 참지않고, 지키고 싶은 건 끝까지 지키는 한 고집하는 어르신이 되었습니다.

목욕, 미용, 귀청소..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니 탱이야..? 하지만, 이제 너의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적응했으니 너는 너대로 굳센 고집을 지닌 채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길.




찰스

교통사고를 당한 후 개농장에 버려진 찰스. 구조된 후 여러 번의 다리 수술을 해야 했던 찰스는 주택 보호소의 어리광쟁이였습니다. 보호소 생활 13년이 흘러 덤덤한 노견이 되었고, 병마와 싸우며 모습이 바뀌었지만, 사람을 향한 사랑은 변치 않습니다.

애정과 관심을 나눠가져야 하는 보호소에서 찰스가 마음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을까. 보호소에 적응한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슬픈 일인데 악성종양 병마와 싸우면서도 덤덤한 너의 모습을 볼 때는 슬퍼지더라. 덤덤한 노견이 되었지만! 견사에 들어가면 늘 반짝이는 눈을 맞추는 찰스의 어리광을 더 오래도록 보고싶다.  




유키

2010년, 기형의 발을 가진 채 구조되었던 유키. 천진난만하고 마냥 해맑기만 해서 '미소천사'라는 별명이 생겼었습니다. 주택 보호소 시절 풍요로운 삶을 안겨줄 수는 없었지만, 워낙 사람 곁을 갈구하던 유키였기에 잠시라도 소박한 행복을 찾았습니다. 어느새 유키도 노견이 되었고, 간식을 가져오지 않으면 곧바로 뒤돌아가는.. 보호소 생활 13년 차 연륜으로 눈치 100단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기다림으로 가득한 시간은 어땠을까.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떤 마음으로 눈을 뜨고 눈을 감았을까. 유키 너에게는 온센터와 우리 활동가들이 집이니까 너의 환한 미소를 지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땅에 일군 온센터가 국내 동물 보호소 역사의 핵심 역할을 하기까지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파노라마를 계속 펼쳐나갈 것입니다. 이 길에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