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겁 많던 용기쟁이 경순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구강암으로 호스피스 돌봄을 받던 경순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경순이를 가장 가까이서 돌봤던 김석규 활동가가 경순이의 마지막 소식을 전합니다.

여주의 방치된 개농장에서 아사 직전의 위기 속에 구조되었던 경순이는,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호소에서 지낸 뒤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사랑받고 예쁨받아야 할 시간에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던 경순이는 센터에 와서도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경순이는, 운동장에 나가고 싶을 때면 앞발을 문에 올려두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구조된 친구들과도 다툼 없이 잘 지냈고, 산책 중 마주치는 어떤 친구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눌 만큼 참 성격이 좋은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한참 잘 적응해가던 어느 날,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건강 체크 시간에 경순이의 잇몸에서 좋지 않은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악성 종양이었습니다. 종양은 입천장과 비강까지 침범한 상태였습니다. 경순이는 제거 수술과 전기 항암치료까지 씩씩하게 견뎌내며 받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치료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경순이의 상태를 고려해 추가적인 항암치료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남은 시간 동안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워낙 식성이 좋았던 경순이는 끝까지 잘 버텨주었지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경순아, 네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의 뜻을 표현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픈 기억이 있었음에도 사랑을 통해 다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를 통해 다시 한번 배웠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하길 바란다. 우리의 예쁜 경순아, 꼭 다시 만나자.

경순이의 평온을 바라며
경순이를 함께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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