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후기

가족을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온센터 입양 동물들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우리의 운명은 누가 정하는 건가요?

우리의 운명은 누가 정하는 건가요?

송영인 활동가





몰티즈는 제주에 여행을 왔고, 제주의 개들은 고단함에 매여 산다.

최근 제주에 갈 기회가 생겨 잠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만개한 꽃들 사이 여행 온 가족들이 보입니다. 가족 품에는 몰티즈 한 마리가 사랑스럽게 안겨 있습니다. 작고 예쁜 몰티즈는 누군가의 가족으로 제주 여행을 왔나 봅니다.

제주의 시골 주택가 곳곳에서는 진도혼혈견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근사한 제주 바다를 근처에 두고도 작은 제집에 누워 기운 없이 축 처져 있기 일쑤입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짧은 줄에 매여 고단한 날들을 보냅니다.

몰티즈와 진도혼혈견은 같은 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운명을 살고 있습니다. 몰티즈는 제주에 여행을 왔고, 진도혼혈견들은 고단함에 매인 채 시간을 보냅니다. 행여나 목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오면 식용으로 잡혀가거나 로드킬과 같은 위험이 기다릴 뿐입니다.




▲ 구조 당시 백설이(TV동물농장 603회 방영)





얼굴이 풍선처럼 부푼 채 떠돌던 백설이

백설이에게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견주는 백설이의 안전을 바라며 사랑으로 목줄을 채웠지만, 짧은 목줄을 견디지 못한 백설이는 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6개월가량 새끼일 때 집을 떠난 백설이는 자라며 목줄이 목을 조여와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었습니다. 수개월간 조여온 고통에 목은 벌건 속살이 보일 정도로 패여 있었습니다. 또 목줄에 달린 긴 쇠사슬을 밟으면 목이 더 조여오기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목 주위 피부가 썩으며 계속되는 가려움에 한시도 편히 쉴 수 없었습니다.

백설이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만큼 잔뜩 날을 세운 경계심에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꼬박 10일을 쫓아 겨우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구조 후 목둘레 전체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진행하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백설이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진도혼혈견의 숙명일까요? 그들은 묵직한 고통을 견디고 간신히 살아내도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받아줄 가족이 없으니 처치곤란 시골 개로 전락해버립니다. 그렇게 비통한 운명을 가진 백설이는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벌써 9년째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벌써 9년 전 일인데, 지금도 이런 일이 있나요?

백설이와 같은 사연을 가진 개들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현재 온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흰둥이, 재순이, 순희와 순길이도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 구조되었습니다. 새끼 때 채운 목줄을 바꿔주지 않고 방치해서, 아파트에서는 큰 개가 키우기 어렵다며 버리고 이사를 가버려서 등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진도혼혈견들은 아주 쉽게 사람들의 마음 밖으로 내쳐집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진도혼혈견들은 1m 남짓한 목줄에 묶여 집 지키는 개로 살아갑니다. 그들이 꼭 무언가를 지켜야만 함께할 수 있는 개가 아닌 가족으로 곁에 함께하는 세상이 되기를. 기지개도 마음껏 켤 수 없는 짧은 줄에 매여 매 순간이 평범한 비극이 되어 버린, 진도혼혈견들의 삶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오보이 109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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