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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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파고든 케이블타이가 맺어준 인연
- 2014.08.19
지난 일요일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많이 야위고 아파 보이는 백구 한마리가 집 안 마당에 와 있는데 아랫턱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내용입니다.
곧이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그 동안의 삶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진 한장...아랫턱에 무엇인가가 걸려 있는 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나 유인을 해서 줄을 묶을 수 있으면 단단히 묶어놓으시라고 일러 드렸는데 조금 후에 묶어 놓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날, 억수 같이 쏟아진 빗줄기를 뚫고 해당 장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간밤에 아주머니가 챙겨주신 밥을 조금 먹고 잠시나마 곤하게 잠을 잤었나 봅니다.
이 아주머니 댁에서 키우던 삽살개가 있었는데 불과 한 달여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그 삽살개의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을까요? 하필 이 집에 들어온 이유가?
케이지에 녀석을 조심스럽게 들이고 서둘러 병원을 향했습니다.
병원과는 불과 7km 거리 였지만, 가는 도중 만난 터널안에서 차량 사고로 인해 무려 한 시간 가까이를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해서 녀석을 살펴 봅니다.
원할한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 하고 본격적으로 살펴 봅니다.
아랫턱에 무언가 걸려 있던 것은 다름아닌 케이블타이 였습니다.
게다가 케이블타이의 매듭부분 절단면을 봤을 때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저 짓을 해 놓은게 틀림 없어 보입니다.
목에 목줄이 있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가 키우던 상태 인 것으로 보여 집니다.
키우던 개에게 왜 저런짓을 한건지 아니면, 녀석이 떠돌아 다니다 누군가에게 붙잡혀서 저런 일을 당했는지...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한 짓임에는 틀림이 없겠지요.
타이를 제거하자 드러난 상처 부위는 이미 썩고 있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다.
다행히 아랫턱에 골절은 없습니다. 우려 했던 심장사상충도 음성 판정입니다.
상처 부위를 긁어내고 드레싱 후 봉합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녀석의 회복을 기다립니다.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스케일링도 해서 추가 세균감염도 막았습니다.
혈액검사 결과 간수치가 조금 떨어진 것 말고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영양을 회복하면 정상으로 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오른쪽 송곳니도 부러 졌네요. 학대로 인한 것인지 모르지만 가슴이 시려 옵니다.
녀석은 곧바로 퇴원을 하고 처음 만났던 장소로 갔습니다.
그 아주머니께서 입양 하시기로 결정 하셨기 때문이죠.
아픈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온 생명이면 뭔가 인연이 닿아서 그렇지 않겠냐 하시면서요...
1~2주 후면 완쾌된 녀석을 볼 수 있겠네요.
그 때쯤이면 지금보다 몸집도 더 크고 살도 많이 불어 있을 겁니다.
그 때 다시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비록 녀석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한 장본인을 찾아 복수를 하진 못했지만, 사랑으로 감싸준 사람들을 만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앞으로 행복 가득한 일만 있거라 백구야!!!
백구의 치료에 도움을 주신 정관종합동물병원 원장님과 스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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