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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가족의 딜레마'가 준 딜레마

어제 잡식가족의 딜레마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랜 만에 동물에 대한 훌륭한 계몽 영화를 본 것에 반가웠으며,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신 황윤 감독님과 제작 지원에 앞장서신 동물자유연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 많은 회원들과 시민들이 관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줍잖은 평이지만 나름 느낀 소감을 몇 자 올립니다.
  영화가 시작되자 곧 나온 장면, 산 채로 매장되는 돼지들의 절규와 표정, 이는 내가 그 동안 눈 감아 버리고 보지 않으려고 애쓴 많은 동물 잔혹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유사한 주제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여타의 동영상이나 작품과는 격이 다른 깊은 감동과 동시에 딜레마를 남겼습니다. 매스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산 채로 모피가 벗겨지는 너구리, 밍크의 고통, 죽을 때 까지 털이 뽑혀야 하는 오리, 거위들, 동아줄에 목 매달린 채 도살당하는 개 등 각종 동물들의 참혹함을 담고 있는 동영상들은 지구를 공유하면서도 공동체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또 다른 생명체의 삶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교육적'' 목적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웬만큼 자극적이지 않으면 눈 한번 움찔하지 않는 세태라 그런지 일반적인 고발성 동영상들은 처절한 장면을 편집,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영상들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그것의 의도와는 달리 역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물 학대나 살생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동물 학대가 무엇인지 모르고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교육시키기에 필요한 자료들을 충격적인 장면들만으로 구성한다면 이는 거부감을 야기 시키고 결국 관련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자발적으로 멀리하려는 동기를 줌으로써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지함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천성이 사악하여 생명을 경시하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많은 경우 무지로 인한 동물 관리의 소홀함과 나아가 방치 및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러한 동영상들이 내가 이제까지 품고 있는 동물 보호론과 동물 복지론에 대한 신념의 강도를 가감시키지 않을 것이기에 굳이 보고 싶지 않았으며 우연이라도 보게 될 경우 경험하는 몇 일간의 트라우마를 생각해 그냥 눈을 감아버리곤 하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동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관련 동영상 보기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사실 이 글은 혹시라도 그러한 장면을 우려해 아직 이 영화를 보시지 못한 분들에게 꼭 보시라는 당부의 의미로 적은 것입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 상영이 결정되고 동자연 회원의 의무(?) 로서 시사회 초대권을 신청하였지만 제목과 예고편에서 시사하고 있듯이 참혹한 장면들을 예견하고 있었기에 사실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걱정도 많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간혹 동물들의 절규와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고 감독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하였습니다. 영화 내용 전개상 이러한 장면은 필수적이었고 실제 이 땅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행태이기에 그 순간만은 우리 모두 이를 목격하고 분노할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많은 장점중 하나는 감독의 이성적이고 절제 있는 주제전달력입니다. 충격적인 장면들로 내용의 극대화를 얻어내려는 기존의 계몽 영상들처럼 처참한 장면들로 도배하지 않고서도 그의 메시지를 차분하고 설득력있게 잘 전달해 주었습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겠지만 최소한 이 영화를 봄으로써 나의 사상은 깨어있고 그 숙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감독께서 가지고 계시던 딜레마는 이제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딜레마로 전이되었고 더 많은 분들이 같은 딜레마를 경험하면서 그 해답이 곧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이수재 2015.05.28

저도 친구랑 보러갔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환경이 안 좋은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보니 정말 안좋은걸 넘어서서 끔찍하더라구요ㅠㅠ 돼지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사람이 먹게될건데 광고는 번지르르하게 하고 그렇게 비위생적으로 관리한다는 점도 너무 화가났어요. 저도 중간중간 참혹한 장면과 돼지들의 비명에 정말 충격먹었지만 그것이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니 외면할 수 없더라구요.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조희경 2015.05.25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 후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산 행사때마다 늘 뵐 수 있어서 감사하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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