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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금지, 올바른 반려문화 형성 등
모든 생명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유해하다고, 죽여도 되나요?













 어떤 동물은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유해야생동물’이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농작물을 해치는 꽃사슴, 배설물로 도시 위생에 피해를 주는 비둘기, 양식장의 물고기를 먹어 어업에 손실을 주는 민물가마우지, 도심에 출몰하는 멧돼지까지… 인간의 시선에서는 모두 유해한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이들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모두 인간의 활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꽃사슴과 비둘기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 도입했고, 민물가마우지는 댐과 보 건설, 기후 온난화로 개체 수가 늘어났습니다. 멧돼지는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를 잃고 사람과 마주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물이 처한 현실은 외면한 채, 오직 인간의 피해와 불편을 기준으로 그 존재를 판단합니다. 유해야생동물 지정 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는 고민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여러 분야의 연구를 통해 공존의 해법을 찾아가는 해외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에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동물을 관리하는 방식은 대부분 사살과 제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총을 이용한 포획이 대표적으로, 민간인까지 동원해 포획 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급여를 금지하는 조치도 있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 관리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동물을 굶겨 도심에서 밀어내려는 수단입니다. 사냥개를 동원해 야생동물을 쫓고, 물어뜯어 죽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는 동물에게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안길 뿐 아니라, 사냥개와 사람에게까지 위험이 번질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유해야생동물 제도는 동물을 없애는 데만 집중할 뿐, 그 배경에 있는 인간의 활동과 책임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많은 해외 국가는 유해야생동물을 사살하거나 제거하는 대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합니다.

 한국은 ‘어업 피해’를 이유로 2023년 12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한 반면, 이스라엘 후라 밸리(Hula Valley)에서는 ‘쫓아내기(scaring)’와 대체 서식지 제공을 통해 새들이 양식장을 떠나 먹이가 풍부한 습지로 이동했고, 어민의 손실도 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동물이라도 공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캐나다의 보전사회과학자 칼리 스포나스키는 코요테의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던 케이프브레턴 섬에서 주민 교육 프로그램을 조직해 지역사회의 갈등 대응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코요테가 대표적 피해 야생동물(nuisance wildlife)로 분류되며, 교외와 도시 외곽에서 인간·반려동물과의 충돌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캠퍼스의 연구팀은 코요테의 턱 힘을 분석해, 도시와 시골에서 어떤 먹이를 통해 잘 살아가는지 비교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갈등을 줄이는 맞춤형 관리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천을 바탕으로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한국은 잠재적 위험성만으로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사살하는 등 단순한 대응방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도시 확장, 도로·철도 등 인프라 건설, 농지 확대 등 일방적 개발은 서식지를 훼손해 야생동물이 도심에 출몰하게 만듭니다. 

 Global Wildlife Program(GWP)이 2023년에 전 세계 7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국의 73%가 ‘인간-야생동물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서식지 파괴와 미흡한 관리 제도가 꼽혔으며, 해외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며 공존의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유해야생동물을 포획·사살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뒤처진 대응 수준을 보입니다.

 불편이 발생할 때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제거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동물의 삶을 단순히 통제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연구와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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