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반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터전으로 기능하도록 동물전시시설 목적 전환

[논평] 열흘 만에 돌아온 늑대 ‘늑구’,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질문을 던지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17일 새벽 마취총을 맞고 포획되었다. 2018년 같은 시설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끝내 사살되었던 비극과 달리 이번에는 동물의 죽음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생포를 목표로 열흘 간 최선을 다했던 수색팀의 노력 또한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늑구가 다시 동물원 철창 안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사건의 ‘해피엔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질문 앞에 서있다. 살아서 동물원에 돌아간 늑구에게도 오늘의 귀환은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인가.

동물원에 살던 늑대에게 탈출은, 자유를 향한 몸짓이나 흥미진진한 모험이 아니었다. 본능에 따른 행동으로 시설을 탈출하게 되었고, 위협으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도망치려 했다. 제한된 시설에서 나고 자란 동물이 의도치 않게 맞닥뜨린 바깥 세상은 동물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야기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오월드라는 개별 시설의 관리 부실을 넘어 한국 동물전시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 파행을 시사한다. 2023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전부 개정되며 전시 동물의 복지와 시설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일보한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장은 법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동물을 그저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대다수 민영동물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영동물원조차 여전히 오락과 호객에 치우쳐 운영되고 있다. 동물을 인위적인 소음과 빛에 노출시킨다는 문제를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늑대사 옆에 글램핑장을 조성하려 했던 대전시의 계획은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외면당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뽀롱이가 탈출한 뒤 울타리를 높인 동물원에서 이번에는 늑구가 땅을 파고 울타리 아래로 탈출했다. 시설을 보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동물원이 생태 가치를 지키는 대안으로 기능하지 않는 한, 동물원은 그저 동물을 가둬놓는 수용소에 가깝다.

늑구가 돌아온 동물원에는 또다시 호기심 어린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관심이 유명 동물을 소비하는 단순한 재미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대중의 시선은 곧 사안을 바라보는 사회의 방향성이다. 동물원 밖으로 나온 늑대를 ‘위험한 가해자’가 아니라 ‘낡은 시스템의 피해자’로 인식하게 된 것처럼, 오늘의 관심이 동물원의 존재 이유까지 바꾸게 만들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늑구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바람에 응답하듯 늑구는 돌아왔다. 이제는 늑구가 던졌을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할 차례다.

다시 돌아간 늑구에게, 그리고 그곳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에게 우리가 제시할 동물원은 과연 어떤 가치를 담보해야 할 것인가.


2026년 4월 17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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