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반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터전으로 기능하도록 동물전시시설 목적 전환

[성명] 무고한 도망자가 된 늑대 '늑구', 8년 전 퓨마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오늘(8일) 오전 10시,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7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포획되지 않고 있다. 관계 당국은 경찰과 소방 인력, 드론을 동원해 추적 중이며, 수색조에는 유해야생동물 구제를 위한 엽사까지 포함되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생포’를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엽사가 동행한 이상 현장 상황에 따라 사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태로운 국면이다.

한가지 분명히 짚어야 할 사실은 지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맹수의 처지가 되었을지언정 늑구는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피해자라는 점이다. 늑구가 동물원 우리에 갇힌 것도, 의도치 않게 낯선 도심으로 내몰린 것도 모두 동물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결과가 포획이든 사살이든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애초에 동물이 원한 삶이 아니었다. 동물전시시설의 관리 부실과 구조적 결함으로 빚어진 사고의 책임으로 시설에 갇혀 있던 동물의 목숨이 담보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은 명백히 부당하다.

더욱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18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됐던 바로 그 오월드다. 8년이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국내 동물전시 시스템의 한계와 무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심지어 대전시는 오월드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늑대사 인근에 글램핑장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알려졌다. 동물의 서식과 복지를 고민하는 대신, 관람과 소비 중심으로만 이루어진 동물원 운영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8년 전 사살당한 퓨마 뽀롱이가 동물원에 살던 시절의 쓸쓸한 뒷모습은 많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그 비극은 우리 사회에 동물전시시설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리는 또 다시 도심을 헤매는 늑구의 뒷모습과 마주하게됐다. 동일한 사고를 낸 시설은 동물 탈출 사고를 한 시간이나 은폐하며 초동 대처에 실패했고, 관리 미흡의 결과로 뜻하지 않은 도망자 신세가 된 동물은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인근 시민들 역시 야생동물 출몰에 대한 두려움에 노출되었다. 관람객 유치라는 상업적 목적에 매몰되어 생명에 대한 존중도 안전에 대한 통제력도 상실한 지금의 동물원은 결국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위협적인 시설로 전락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를 부추기는 대응이 아니라 생명을 최우선에 둔 신중한 구조와 재발 방지 대책이다. 우리는 늑구가 뽀롱이의 전철을 밟지 않고 무사히 생포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 겨우 한 살인 늑구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전시시설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과 과제를 남긴다. 그 시간이 과연 동물에게 타당한 것인지 깊은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늑구의 귀환은 그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단지 동물의 ‘무사 귀환’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동물이 이런 삶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늑구의 안전한 구조와 함께, 시대착오적인 동물전시시설의 구조적 한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촉구한다.

2026년 4월 8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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