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생체실험을 거부하고 수의학을 마친 수의사

동물실험

동물생체실험을 거부하고 수의학을 마친 수의사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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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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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체실험을 거부했던 수의사 앤드류 나이트 이야기


호주의 머독大 수의과대학은 호주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의 동물실험 거부를 허용한 곳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 학교의 학생이었던 앤드류 나이트의 1년여에 걸친 반대운동의 결과 1998년 머독대 수의과대학은 동물 생체 실습이 포함된 45개 교과목(수의학, 생체의학, 생물학 모두 포함)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동물 생체 실습을 거부하고 대신 인도적인 대체 실습으로 교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했고, 이 규정은 1999년 9월 15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동물들을 위해 시작한 수의학 공부, 그러나 실상은...

앤드류 나이트의 동물 생체 실험 반대 운동은 수의과 대학 입학 첫 학기에 수강한 세포 생물학(Cell Biology) 실습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살아있는 상태의 쥐의 장기를 이용해 글루코스의 흡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수업의 내용이었고, 앤드류 나이트는 매년 이 실험을 위한 재료(살아있는 상태에 있는 쥐의 장기)를 얻기 위하여 매년 30-50마리의 쥐들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실험에 반대하는 데몬스트레이션을 시작했을 때 앤드류 나이트는 이 수업을 관장하는 교수진들과 만났고 이들 대부분은 적대적이었다.

이들은 앤드류 나이트에게 이 실험은 앞으로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통과해야하는 많은 동물 실험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앤드류 나이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호주와 유럽의 동물보호그룹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대체 실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대안적인 실습방법과 이의 성공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들고 각 과목의 실험 담당자들을 만나 동물 생체 실험 대신 가능한 대안적인 실험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도적인 대체 실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세계적으로는 대학 교과과정에 인도적인 대체 실험이 도입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2002년 1월까지 북미 31개 수의과 대학 중 20개 학교에서는 외과 실습을 포함한 교과과정에 대체 실습 강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중 미네소타 대학과 터프트 대학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외과 시술 교과 과정에서의 생체 실습을 전면 폐지했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주립대, 코넬대, 플로리다대, 펜실베이니아대, 위스콘신대 수의과 대학에서는 수의과대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모든 필수 과목에 실험동물을 죽게 함으로써 종결되는 외과 해부 실습을 전면 폐지하였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대와 터프트 대학은 선택과목에서도 이러한 생체 실습을 모두 폐지했다. 이외에 24개의 북미 소재 수의과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16개의 교과과정에 인도적인 대체 실습을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2002년 2월까지 미국의 126개 의과 대학 중 92개(73%)의 의과대학에서는 생체 실험 중 살아있는 동물 사용을 폐지했고, 이를 대신할 대체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외가 되는 것은 사관학교 뿐이다. 캐나다에서 또한 16개 의과 대학 중 11곳이 의대 실습 과정 중 살아있는 동물의 사용을 안전히 폐지했다.

수의과대 외과 실습 과정에서의 대체 실습은 다음과 같이 일정한 단계를 거쳐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에 학생들은 봉합술, 놋타잉(knot-tying) 보드, 활성화된 장기, 기타 모델을 활용한 기기조작법 등 기본적인 정신 운동 스킬(psychomotor skill)을 습득한다 이후 윤리적으로 취득된(자연사 또는 사고사하거나 의학적인 이유로 안락사된) 동물의 사체를 이용하는 외과 실습으로 나아간다. 최종적으로 실제 동물의 시술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엄격한 지도와 감독 하에 수술을 보조하거나, 직접 집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시술되는 동물은 건강한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들여와 궁극적으로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 증세를 가지고 있는 아픈 동물로, 학생들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감독 하에 수술을 집도하면서 실험 대상을 대하는 것보다 한층 신중한 태도로 수술에 임하게 되며, 시술의 대상이 되는 동물들도 결국 치료의 혜택을 입게 되는, 상호 이득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길고 긴 싸움의 시작

먼저 앤드류 나이트는 자신이 수강하게 될 과목들 중 동물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실험들이 포함되어있는 과목들이 있는지 먼저 조사를 시작했다.

생화학과 생리학 과목 중 4개의 실험 과목에 이러한 생체 실습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과목 평가관에게 생체 실험 외에 다른 대체 방식을 통해 과목 성적을 평가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2학년에 접어들자 1학년 때의 생체실험은 오히려 순진한 장난과도 같이 보일 정도였다. 학생들은 수십년간 입증된 사실로 자리잡은 과학적 원리들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양, 기니피그, 쥐, 두꺼비 등을 죽였다. 생리학 실습 과정에서 학생들은 동물을 직접 마취하였고, 실습용 양의 동맥과 정맥 여기저기에 튜브를 삽입해 온갖 약물을 투입해 그에 따른 심장박동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중 양의 동맥은 완전히 막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실험용 양의 심장박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신경을 손상시키고,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가스를 양이 흡입하게 했다.

교내에서의 보이콧 운동과 데몬스트레이션이 학교 측의 반응을 얻지 못하자 그는 주정부의 평등 위원회에 호소하였다. 호주 내에서는 아직 그 사례가 많지 않았으나 미국의 경우 교내에서 종교적인 믿음에 따른 학생의 행동에는 학교 측이 어떠한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판례들이 존재했고, 여기에서의 종교란 반드시 신에 대한 믿음, 전통적인 종교의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동물 생체 실험을 거부하는 자신의 신념 또한 이러한 ‘종교적 자유의지’의 보장 원칙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사상과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로 법에 호소

"균등의 기회 법(Equal Opportunity Act)"에 의거, 주 정부 산하 평등 위원회에 그는 이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균등의 기회 법이 정의하는 ‘종교’의 의미가 관습적인 종교에 한정되지 않으며, 동물 실험에 대한 앤드류 나이트의 주장 또한 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해였다. 위원회는 교육 기관에 어떠한 형태로든 교내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를 멈추도록 명령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과거 발생한 위반행위에 대한 배상(최대 4,000 호주 달러)을 명령할 수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앤드류 나이트의 케이스에 있어서는 6개월 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치하였다. 머독대학은 이를 받아들여 협상 초기 단계에서 앤드류 나이트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었다.

이어 1998년 11월 11일 머독대 교수위원회는 앤드류 나이트 외 동물 생체 실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교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첫 번째 보고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양심에 따라 특정 교수법이나 평가방식이 개인의 신념과 어긋날 경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학교 측은 이에 상응하는 합당한 합의점을 제공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두 번째 보고서는 대학의 동물복지 담당 사무관이 작성하고 교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머독대 생체 실험이 포함된 내 45개 학과과정의 동물 사용의 적정성 및 대체실험의 도입 가능 여부를 리뷰하도록 규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이 시작되어야 더이상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적인 실험, 실습이라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수의학 및 대학에서의 불필요한 생체실험 및 실습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저희와 함께 향후 방안에 대해 모색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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