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마리아주 사망 1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나

농장동물

마리아주 사망 1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나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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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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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6일은 드라마 촬영 중 무리한 연출로 인해 사망한 마리아주(예명 : 까미)가 죽은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달리던 경주마가 고작 4살의 나이로 은퇴한 뒤 대여업체에 팔려가 결국 드라마 촬영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건. 미디어의 무분별한 동물 이용과 경주마 복지 부재라는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던 ‘마리아주 사망 사건’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화했을까요?


방송을 위한 소품으로서의 동물 이용

사건 직후 동물자유연대가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라’ 요구하며 게시한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정부는 1.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 2. 외국 사례와 연구 용역 등을 통한 가이드라인 마련, 3.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에 나섰고, 방송 관계자 및 동물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아직도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던 회의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방송 관계자들의 입장과 동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물단체의 의견이 대립을 이루었습니다. 각 입장 간의 협의점을 찾는 동시에 동물보호에 실효성있게 작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내에서 착취당하는 말들의 복지 부재

마리아주의 죽음은 방송에서의 동물 이용 그 이상의 문제를 내포한 사건이었습니다. 경주마였던 마리아주가 동물 대여업체로 흘러들어와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은 국내 말 산업의 폐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태어난 마리아주는 2019년 11월 경주마로 등록됐습니다. 그 사이 세 차례 경주를 뛰었으나 세 번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고 상금 역시 수득하지 못했습니다. 경마 산업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경주마는 필요없는 존재였고, 마리아주는 경주마로 등록한지 약 1년 6개월만인 2021년 8월 은퇴했습니다. 그 뒤 대여업체에 팔려간 마리아주는 3개월만인 11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모두가 잘 아는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올 초 드라마가 방영된 후 말의 안위를 우려하는 시청자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고, 동물자유연대가 입수한 촬영 현장 영상을 통해 해당 장면이 CG가 아닌 실제 연출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고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음에도 죽은 말의 정체를 금방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은퇴한 경주마에 대해서는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무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는 이력제는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점차 세상에 알려진 말 산업의 실태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말산업 육성법은 말을 경제적 도구로만 여길 뿐 그들의 안전과 복지를 고려하는 법과 제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마 산업에서 가혹하게 착취당하는 경주마는 대부분 2살-4살 이하에 은퇴하고, 그 중 상당수는 은퇴 직후 도축되어 말고기로 이용됩니다. 도축의 위기에서 벗어나 살아남더라도 은퇴 이후의 삶을 고려하는 복지 프로그램이나 이력 관리 제도는 전무했습니다.

올 여름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방치 말 ‘별밤’과 ‘도담’ 역시 이 같은 말 산업의 피해자입니다. 충남 부여의 폐축사에 네 마리의 말들이 버려진 뒤 그 중 두 마리는 목숨을 잃었고, 생존한 두 마리는 제주 말 생츄어리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심하게 야위거나 큰 상처를 입는 등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말 산업 포털상의 기록과 실제 거처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말을 생명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산업의 결과입니다.

부여 방치 말 별밤,도담 구조기 보러가기클릭


마리아주의 비극적인 죽음이 발생한지 일년이 지나도록 우리 사회에서 말들의 비참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뒤 말 복지 체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연대 단체와 국회 토론회 개최, 간담회 참석, 시민 캠페인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말들의 삶이 나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경마가 시작된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 사이 산업의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정작 산업을 지탱하는 말들은 100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진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사회는 조속히 말 복지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길 바랍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말 산업 복지 구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