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케이지프리] 케이지 문을 여는 일, 정말 무의미할까?

농장동물

[케이지프리] 케이지 문을 여는 일, 정말 무의미할까?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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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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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생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산란계는 국내에 7,600만 마리가 넘습니다. 그 중 93%에 달하는 7,071만 마리가 평생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전체의 약 7%에 불과합니다.


2012년부터 동물복지인증제가 시행되어 10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가 먹는 달걀 중 대부분은 여전히 케이지에 갇힌 닭으로부터 얻어진 산물입니다. 농장동물의 열악한 현실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복지 달걀 중 2번 달걀을 생산하는 시설로 많이 활용하는 에이비어리 시스템에 대해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나, 이 또한 감금 사육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개방된 여러 층을 쌓아 올려 닭들이 자유롭게 각 층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든 형태인 에이비어리 시스템에서는 바닥 면적 뿐 아니라 수직 공간까지도 생활 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 인증 기준인 마리당 0.11m²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부리자르기 같은 행위가 금지되고, 닭이 알을 낳는 공간인 난상과 올라앉을 수 있는 횃대 등을 마련하여 산란계의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합니다. 즉 에이비어리 시스템은 단순히 케이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닭의 자연스러운 습성을 허용함으로써 고통을 경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RSPCA를 비롯해 오랜 시간 농장동물 복지를 위해 활동해온 해외 단체들 또한 에이비어리 시스템을 산란계 복지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의 농장동물이 산업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동물학대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들의 희생은 합법적일 뿐 아니라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너무도 견고한 산업은 균열을 내기 쉽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는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축산법 개정안에서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을 0.025m² 만큼 더 넓히기까지 거쳐온 길고 치열한 논의 과정 역시 이를 증명합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농장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은 ‘완벽한 복지 수준 제공’ 보다 ‘더 많은 동물의 고통 경감’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극소수가 조금의 불편도 느끼지 않는 행복한 환경에서 사는 것도 그 개체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법과 제도는 더 넓은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더 많이 줄일수록 산업 속에서 착취당하는 농장동물 전반적 복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 도입 중인 동물복지인증제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무리(Flock) 당 사육두수를 제한하지 않고, 해외 기준에 비해 면적 당 사육 밀도가 높은 점 등은 앞으로 개선해나가야할 지점입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복지축산의 확대가 아닌 전환을 위해 노력하며, 장기적으로 동물의 이용을 줄여나가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부에는 동물복지축산 전환을 위한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달걀 소비 또는 유통량이 많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기업을 대상으로 케이지프리 전환을 유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와 협약을 맺고 케이지프리를 선언한 풀무원, 스타벅스, 한화 갤러리아 모두 이 같은 측면에서 농장동물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변화는 산업을 움직일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2번 달걀에 대한 우려는 동물복지인증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드러내는 긍정적 현상이지만, 그 흐름이 발전적 담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실과 한계를 직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동물자유연대는 산업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법과 제도를 통해 농장동물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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