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4월 14일(월) 동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충남 'AI 돼지빌딩'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대규모 밀집 사육을 지향하는 충남의 그릇된 정책을 규탄하며, 기자회견 당시 동물자유연대의 발언을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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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동물자유연대는 어느 슬픈 돼지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경북 구미시 도로를 달리던 트럭에서 탈출한 돼지의 이야기입니다. 다리가 부러진 채 도로변에 방치된 돼지에게 물을 떠다주고 담요를 덮어주며 살리려고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탈출 3일만에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됐습니다. 이 세상에서 돼지라는 동물은 음식 아닌 생명으로서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생의 의지를 품고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렸을 그는, 돼지 한 마리조차 보듬지 못하는 비좁은 세상에서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충청남도에서 계획 중인 ‘AI 돼지빌딩’은 돼지를 그저 음식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의 비좁은 시각을 극단적으로 나타낸 발상입니다. 게다가 축산업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벌어들이는 충청남도는 지역의 살림을 꾸리는 데에 돼지에게 큰 빚을 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삶과 복지에는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으며, 그저 더 많이 착취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충남과 협약을 맺은 중국의 양상그룹이 운영하는 돼지빌딩은 ‘인간성의 상실’ 그 자체입니다. 고층 빌딩에 수십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몰아넣고 더 쉽게 키워 더 많이 잡아먹겠다는 발상은 인간으로서 다른 동물을 대할 때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포기한 야만의 산물입니다. 국내에서는 시민 의식이 성장하며 음식으로 이용되는 동물 역시 살아있는 동안에는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세계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의 돼지빌딩을 국내에 들여오겠다는 충남의 행보는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행정으로 즉각 철회해야 합니다.
지금도 이미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농장동물이 고통받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가축전염병과 예방적 살처분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국내 축산 정책에서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한 농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합니다. 한 농가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그 인근의 동물은 질병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살처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건물에 막대한 수의 돼지를 밀집사육하는 돼지빌딩은 대학살의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돼지빌딩의 가장 큰 문제로 전염병 확산의 위험을 꼽는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집니다.
충청남도가 ‘AI’라는 기술의 환상 속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월 20일,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스마트 축산”이라며, “사육부터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끝내고 분뇨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전기도 생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산업을 AI 기술로 개선하겠다는 발상은 산업 내에 존재하는 동물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인간의 음식으로 이용당하는 동물일지라도 최소한 살아 숨쉬는 동안 만큼은 고통과 공포에서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적 급여나 자동화된 사육 설비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동물의 행동을 세심히 살피고, 제한된 환경에서나마 동물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변화를 계속 시도해야합니다. 이는 AI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충청남도는 이제라도 헛된 착각에서 벗어나 ‘AI 돼지빌딩’을 지탄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란 빈곤한 환상 속에서 깨어나,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깊게 고민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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