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모피 반대 캠페인] 진짜 '리얼 라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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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반대 캠페인] 진짜 '리얼 라쿤'을 아시나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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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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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유행한 모피 관련 기사와 광고들

올 겨울, 어느 때보다 모피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겨울보다 일찍 시작돼서 길게 가는 한파 때문이란 분석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소비심리에도 불구하고 모피 매출만큼은 지난겨울보다 4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이 기세를 몰아 특가상품전, 파격 세일 등으로 소비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모피처럼 값 비싼 옷은 살 능력도, 관심도 없으면 이 열풍과 상관없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겨울옷을 장만하려 들면, 오히려 모피 안 달린 옷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퍼 트리밍(fur-trimming) 스타일이 유행, 깃이나 모자 끝을 모피로 장식한 의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모피 수입증가에 기여하고 있다(참조: 한국관세무역개발원 모피류 수입동향).
올 겨울에 유행한 모피는 라쿤이다. 의류업체들은 ‘라쿤 야상’, ‘라쿤 점퍼’ 등 일명 ‘라쿤 스타일’을 앞다퉈 선보였고, ‘리얼 라쿤’을 강조하는 광고가 넘쳐났다. 사람들은 ‘라쿤’을 그저 올겨울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여기게 됐다. 그러나 자신의 모자 끝에 달린 ‘라쿤’이 어떤 동물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쿤, 겨울옷 소재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동물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연말부터 한 달 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라쿤에 대한 간단한 상식(Fast Facts)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옷에 달린 모습으로, 패션 트렌드로 익숙해져버린 라쿤이 그저 겨울옷의 소재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라쿤 털’이 ‘라쿤이라는 동물의 털을 벗겨낸 것’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라쿤이 동물 이름이었네요!”, “옷 살 때 라쿤이라고 해서 뭔가 했는데 이런 동물이었군요”, “옷에 달린 털 확인하고 삽시다”, “동물 털을 빼앗지 맙시다!” 등등 라쿤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올릴 때마다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라쿤의 습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

라쿤은 아메리카너구리과 동물이다. 길고 유연한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데다 손 감각이 예민해서(사람의 10배) 먹이를 먹거나 물건을 잡을 때 능숙하게 손을 사용한다. 먹이는 꼭 씻어 먹고, 물가에서 쉴 때는 바위를 깨끗이 씻는 것도 모자라 햇볕에 바짝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누울 만큼 깔끔한 동물이다. 나무를 잘 타고, 강을 가로질러 건널 정도로 수영도 잘한다.
어미라쿤은 인디언 우화에서 현명한 여성의 상징으로 나올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고, 생후 1년까지 새끼를 돌보며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르친다. 복잡한 자물쇠도 열 수 있고, 한 번 배운 건 3년 동안 기억할 정도로 똑똑한 라쿤은 생김새도 귀여워 어린이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로도 종종 등장한다.
우리는 이런 라쿤을 유행이라고, 예쁘다고, 따뜻해 보인다고, 그나마 보온과는 아무 상관없는 모자 끝에 달고 다닌다. 패션업체마다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길거리에 나가면 남녀 할 거 없이 입고 있는 그 많은 옷에 달린 라쿤 모피는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 걸까?
 
모피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들
전 세계 모피의 80%는 공장식 모피 동물 농장에서 생산된다. 라쿤을 비롯해서 수많은 모피동물이 털 때문에 좁은 철장 안에 갇혀 평생을 산다. 본성을 억제하는 열악한 환경은 동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 안을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거나 자신의 꼬리나 다리를 물어뜯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며 심지어 새끼나 동족을 잡아먹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철장을 벗어나는 길은 죽음뿐이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지기도 한다. 사후경직 전이라야 가죽을 벗기기도 쉽고, 더 윤기 있는 모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철장에 갇히거나 덫에 걸려 고통 받는 라쿤

야생 동물도 안전하지 않다. 매년 야생에서 천만 마리 이상이 모피 때문에 인간이 놓은 덫에 걸려 죽는다. 덫이나 올가미에 걸린 동물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서서히 죽어간다.
 
생명을 존중하는 패션, 실천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모자 끝에 달린 털이 없어도 따뜻하게 살 수 있지만 동물은 털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다른 생명을 비참한 고통 속에 내몰지 않고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예쁘고, 따뜻하다며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부추기는 의류산업의 뒷면에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며 고통을 당하는 수많은 동물들의 피와 눈물이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1. 모피는 입지도 쓰지도 않기
모자나 깃에 털 장식이 없는 제품을 고른다. 털 장식을 원한다면, 인조모피를 사용한 것으로 선택한다.
 
2. 모피 사용 중단과 판매 중단 요청하기
평소 자주 구매하는 의류업체, 인터넷 쇼핑몰 등에 이메일이나 고객 상담 전화,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자. 모피를 반대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날수록 모피로 고통 받는 동물의 수도 줄일 수 있다.
자신이 입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을 갖고,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우리의 실천이 동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패션을 실천해서 동물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옷이 아닌 진짜 ‘리얼’한 동물의 모습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라쿤에 이어 ''밍크에 대한 간단한 상식 알리기(Fast facts'')를 이번 주부터 동물자유연대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실시할 예정입니다. 유럽에서만 해도 연간 3천만 마리의 밍크들이 모피 때문에 죽임을 당합니다. ''밍크''하면 ''코트''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밍크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어떤 습성을 가진 동물인지 알고 우리와 같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생명임을 알리는데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