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야생동물

[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 정형행동의 늪에 빠지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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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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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함께 지난 주 4월 1일 남양주와 4월 2일 포천, 그리고 4월 5일부터 6일까지 강원도 사육곰 농장에 현장 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작년 여름 각종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국내 사육곰 문제. 현재 남아있는 526마리 사육곰은 좁을 철창에 갇힌 것은 기본이고,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육곰 문제와 관련하여 합의된 국민 여론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 속에서,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국내 사육곰 농가 전수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시민 여러분께 그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사육곰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4월 1일, 남양주

남양주 사육곰들은 전시 및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곰들이었습니다. 타 농장의 사육곰들보다는 조금은 나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좁은 우리지만 곰들이 숨거나 올라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물웅덩이도 있었습니다.


남양주 사육곰 농장 내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간에서 뒹굴거리고 놀아야 하는 곰들에게 철창 안은 너무나 좁고 지루한 장소입니다. 하루에 1~2번 주어지는 사료를 허겁지겁 먹은 곰 한 마리는 무료한 듯 물도 없는 텅 빈 욕조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선 철창 사이에 혀를 넣었다 뺐다하는 무의미한 행동을 수 십분간 반복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으로 곰의 이는 대부분 갉아져 형태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지루함에 지쳐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행동을 반복했을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또 한 마리의 곰은 물을 먹을 때마다 물통 속에 손을 넣고 손바닥을 핥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이런 반복적, 습관적인 행동들은 장난이나 놀이로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좁은 우리 안 3 마리의 곰들은 하루 종일 먹이 시간만을 기다리고 또 멍하니 앉아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4월 2일, 포천

새벽 6시, 농장주와의 약속 시간에 맞춰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사전 연락을 취하고 방문했으나, 막상 농가 앞에 방문하자 농장주는 출입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실랑이 끝에 농장주의 허락을 받아 들어간 사육장 안에는 총 7마리 사육곰들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추운 날씨에 물통 안의 물은 모두 얼어있었고, 곰들은 얼어버린 물을 핥거나 얼음을 깨 먹고 있었습니다.


밤새 얼어버린 물통에 꽝꽝 얼어버린 얼음을 깨먹고 있던 사육곰

아침 식사 시간, 우리 안으로 돼지 사료와 개 사료가 흩뿌려졌습니다. 곰들은 밤새 배가 고팠는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사료를 연신 핥아 먹었습니다. 포천의 곰 농장도 다른 농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나은 환경이었지만, 식사 후 곰들은 줄곧 무기력하게 앉아 철창 밖만 하염 없이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사냥을 즐기고 나무 타기를 좋아하는 곰들에게, 비좁은 공간에 갇힌 채 멍하니 보내야 할 하루 24시간이 얼마나 괴롭고 버거울까요?


곰들의 식사 시간, 바닥에 뿌려진 사료를 정신 없이 먹고 있는 모습

농장 내 가장 안쪽 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육곰은 반복적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폭도 상당히 넓었고, 오랜 시간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는데요. 좁은 공간, 열악한 환경에서의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무의미한 반복행동 즉 정형행동으로 나타납니다.


4월 5~6일, 강원도

강원도의 사육곰 농가는 지금까지 방문했던 농가 중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5평 남짓한 뜬 장에 갇힌 사육곰들은 하루 한 번 뿐인 식사를 돼지 부속 고기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곰은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곳의 곰들은 대부분 말랐고, 설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너무 적은 양의 먹이만을 급여 받고 있었기 때문에, 고기를 다 먹은 뒤에도 자신의 손을 계속해서 깨무는 정형행동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곰들은 좁은 뜬 장에서 평생을 생활한 탓에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거나, 계속해서 고개를 무의미하게 좌우로 흔드는 등의 정형행동도 심하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손을 계속해서 깨무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곰


좁은 철창 안을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사육곰


자연 상태에서 반달가슴곰은 평균적으로 130km²의 영역에서 서식하는 동물입니다. 평생을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지낸 사육곰... 이들에게 평생을 살아온 우리는 어떤 공간으로 느껴질까요? 자연에서 당연히 누리던 자유를 억압 받고 있는 사육곰들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육곰 문제에 지속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