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롤스가 긴 소풍을 떠났습니다.








손끝에 닿는 롤스의 털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내리쬐는 햇살에 노곤히 잠든 모습이 꽤나 편안해 보였다. 안온한 낮의 한때, 쏟아지는 볕 사이로 고운 털들이 곡선을 그리며 방 곳곳을 유영했다. 롤스가 함께 살던 시간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 대신 보낸 정령 같았다. 롤스의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져 조용히 각자의 자리를 찾았다. 이 공간이 보호소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요였다. 제멋대로 이불 위에 나란히 누워 감겨오는 눈을 그대로 두던 때가 가장 안전했다. 롤스와 나는 우리가 사랑한 무음 위에서 함께 시간을 죽이며 아픔을 나눴다. 롤스를 괴롭히던 심장병과 신부전이 악화되며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 지 닷새가 넘었다. 하얗던 입가 털이 새어나온 침으로 꼬질한 회색빛으로 점점 물들고 있었다. 눈동자는 서서히 방향을 잃어갔고, 반쪽이 된 몸으로 힘없이 하루의 전부를 잠으로 보냈다.




그렇게 롤스가 사라져갔다. 바겐과 석별한 지 2년 만이다. 송롤스와 송바겐, 둘에게 내 성을 따라 송씨를 붙여놓고 가족이라며 행복해했다. 셋이 서로의 일상이 된 것은 삶의 가장 큰 위로였다. 나는 바겐의 다리가 되었고, 바겐은 롤스의 용기였다. 그리고 롤스는 바겐을 잃고 헤매던 나의 인도자가 되어 단단하고 매끄러운 길로 이끌었다. 가끔 용기를 잃은 인도자는, 두려움에 망설이던 순간에도 꼭 뒤를 돌아 누나를 확인했다.




선글라스를 쓴 거 아니냐고 놀려대던 까만 털이 하얗게 바랜 할아버지 개였지만, 언제나 아기라는 말을 들었다. 살며시 다가와 무릎에 얹던 작은 발, 그의 조심스러움이 막 걸음마를 뗀 아이 같았다. 그래서 항상 우리 아기라고 불렀다. 아가, 아기, 동생 같은 소중한 단어는 모조리 영원한 막내 롤스의 차지였다.





진득한 식감의 화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갓 쪄내 촉촉하고 질퍽한 고구마는 좋아했다. 노랗고 달달하게 퍼지는 냄새에, 먹고 싶은 마음만큼 발톱으로 허벅지를 꾹 눌러대 꽤나 아팠다. 그리고 건조기에서 막 꺼내 온기를 머금은 이불은 가장 확실한 좋음이었다. 폭닥한 이불이 보이면 공중으로 앞발을 쭉 뻗어 뛰며 크게 환영했다. 살 위에 남은 발톱 자국이, 야무지게 낚아채 돌돌 말아 만든 이불 둥지가 롤스의 행복이었다.



2026년 9월 9일, 누나가 헤매지 않도록 이끌던 롤스는 새로운 길로 소풍을 떠났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이 길도 무사히 잘 헤쳐갈 것이고, 누구를 만나든 친구가 되어 늘 곁에 사랑이 가득할 거다. 목이버섯 닮은 귀를 팔랑이며 달려가 지금쯤 분명 바겐이를 만나 온전한 평안을 찾았으리라 믿는다.






롤스야, 가는 길마다 모락모락 김 나는 포슬한 고구마가, 아무도 쓰지 않은 새 이불이, 휠체어를 타지 않은 바겐이, 롤스의 긴 여행을 함께하길 바라. 자장자장 우리 아기 롤스, 좋은 꿈이 되었으면 좋겠어. 잘 자.




댓글

이미희 2026.09.16

롤스야~편안하길 너의 대모여서 행복했어


조구름 2026.09.16

롤스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