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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집 부순 주민으로부터 사과받고 사료기부 받았어요
- 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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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2.22
길고양이 밥을 주다 보면 주민들과 마찰이 종종 일어나는데, 참고하시라고 글 올립니다.
저도 5년째 길고양이를 돌보며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 여러차례 만났지만 장소를 옮긴다든지, 양해를 구해가며 비교적 무난하게 보살펴왔어요. 돌보는 아이들 중성화 수술도 형편되는 대로 개별적으로 시켰고요.
지난 여름 경기도로 이사온 몇달 뒤, 어린 고양이들이 차 밑에서 울고 있어서 또 밥을 주기시작했어요.
다른 주민이 길고양이 집도 사다놓고, 생선에 밥 비벼갖다주기도 하며 함께들 돌보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젊은 엄마가, 여기다 고양이 밥을 주며 어쩌냐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는다고 하기에 좋게 설명을 했지요. 사료를 주면 오히려 음식물 봉투를 뜯지 않는다고.
고양이 꼬인다고 야단이기에 영역동물이라 무조건 모이지 않으며, 중성화를 시켜 돌볼 거라고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안 듣고 짜증을 내더라고요.
마음대로 고양이집을 놨으니 마음대로 없애겠다며 고양이집을 엎어버리고 밥그릇을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더군요. (사진은 쓰레기통에 버린 그릇을 내가 꺼내 나란히 놓고 찍은 것)

그래서 왜 그러냐고 말렸더니 욕설을 퍼붓더군요.
나이 어린 사람이 막말에 욕설을 하는 건 그렇다 치고, "이러니까 용인 캣맘이 죽는 거야." 는 말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더라고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을 욕보이는 말이고, 캣맘을 협박하는 발언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녹취를 했어요. cctv 가 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때는 생각도 안 나고 해서, 해체시킨 고양이 집, 버려진 그릇 등을 촬영했더니, 자기 사진을 찍는다고 덤벼들어 휴대폰을 뺏더라고요.(참고로 사람 사진은 안 찍고 기물 사진만 찍었음)
아무튼 키고 크고 힘도 센 사람이 손목을 움켜잡고 뺏으려 실랑이하는 바람에 손목과 팔에 손자국(멍)이 생겼고요.
바로 경찰에 전화해서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를 썼는데, 그러면 바로 고소가 되더군요.
상대방이 사과하면 화해하고 합의 하겠다는 조항을 처음부터 달았는데도 맞고소를 ㅠ 했더라고요.
개인적인 불화나 무례함은 세상사가 그러려니 넘어가고 말지요.
그러나 그날 이후에도 고양이집을 몇 차례나 해체시키는 것을 봤고, 고양이들 안전도 걱정되고,
밥 주면서 계속 위협을 받을 것 같아서 법적 조처를 진행했어요.
병원 가서 진단서 바로 떼놓고, 녹취록을 풀어서 경찰에 넘겼어요. 다행히 cctv까지 있어서 전후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고요. 상대방은 폭행에 무고죄까지 가중될 판이 된 거죠. (공유지의 고양이집을 파손하는 것도 사유재산 손괴인가 법에 저촉이 된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건 저도 잘...) 어쨌든 합의를 안 해주면 전과가 남고 벌금을 받게 된 상황이 된 거에요.
서류를 넘겨받은 검찰이 전화를 했기에,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받아주고 합의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엊그제 마침내 전화가 왔더라고요. 자기가 이런이런 점들을 잘못했다고 너그럽게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하더군요. 고만고만한 어린애들 키우느라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이라 하고.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보이면 그렇게 하겠다, 그런데 경찰 합의서와 별도로 자필로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각서 한 장을 써오라 했어요. 그리고 진단서 비용이나 합의금 같은 거 받지 않을 테니, 길고양이 사료를 직접 사오든 아니면 구입 비용을 성의 표시 해달라고 하고요.
힘들게 살아가는 생명인데, 덕분에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 굶주리지 않고 겨울을 나면 좋지 않겠냐고, 행여 복을 받는다면 그녀 몫이 될 거라고 했지요.
오늘 만나서 서로 잘 얘기하고 잘 풀었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하면서 솔직한 얘기들도 털어놓고 해서 좋게 잘 헤어졌어요. 애기들 주라고 작은 케익을 하나 손에 들려 보냈고요.
길고양이 사료 15kg과 캔을 바로 사서 쟁여다 놓으니 뿌듯하네요.

법으로 강제하는 데까지 가지 않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될 때는 그저 피하고 양보할 게 아니라 법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툼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도 발생할 때가 있으니,
참고 하시라고 긴 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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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2016.01.11
어려운 일 하셨습니다만... 일단은 법적인 상태까지는 안가시는 것이 좋긴 하겠죠... 근데... 그런 분들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분들이니까... 너무 마음 놓지 마시고요... 그렇다고 그 분이 나쁜 분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법이라는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진행되고 그에 따라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니까... 선안나님의 경험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보거든요... 에고 말이 길었는데. 어쨌든 이웃과는 잘 지내시되, 그분과는 법적논쟁까지 갔던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 없어진 것이 아니니까... 절대로 방심하지 마시고요... 그분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사람 속은 모르니까요... 조심조심하시라는 얘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조심조심하시길 빕니다...
윤형식 2016.01.01
경찰서에~~ 고소까지~~ 와 쉽지 않으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적어도 가해자가 진심 어린 반성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길냥이라 함부로 맘대로 다루면 처벌될 수 있단 명확한 팩트는 각인시켜 주신것 같네요!! 늘 입으로만 유기동물이 어떻고 반려동물이 어떻다고 떠들기만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해봅니다.
안혜성 2015.12.26
현명하게 잘 대처하셨네요 그래도 매년 조금씩 사람들 인식이 달라지는게 느껴져 조금 마음이 덜 무거워요
이경숙 2015.12.26
고생 많으셨습니다 캣맘으로 일하는 저도 이런저런 일들로...ㅠㅠ 길냥이들 밥 주고 돌보는 일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조희경 2015.12.23
아이고,,,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훈훈한 소식 듣네요.,.. ^^ 조금 인내하심으로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시느라 애 많이ㅣ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은정 2015.12.23
난 이런 해피앤딩이 좋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