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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의 부음

저의 숀이 지난 8월 18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경 영면했습니다.

지난 7월 29일에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노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고
걷지 못하며 마비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두 가지를 1주일씩 받으며 보름을 지내고
안락사를 고민한 형의 의사에 반해 "의사의 지분을 주장하신" 주치의 선생님의 권유로 새로이 얻은 1주일을 차분하고 소중하게 다시 더 지내며,
그렇게 꼬박 3주를 저와 함께 의연하고 흔연하고 고맙게 살다,
일요일 아침 산책과 아침 식사를 즐겁고 조용하게 하지만 다소 지친 듯 마치고는,
아침식사거리 설겆이를 마치고 온 형 앞에서 잠시 고통스러워 하다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7월 중순 경부터 머지 않은 이별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꺼지듯 숨을 거둘지는 미처 몰랐어요.
주치의 선생님께 급히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여쭸습니다.
"어... 선생님, 이대로 가는 건가요?"
괄약근이 풀려 대변이 세어나와 있었고, 목은 꺼지듯 제 품에서 늘어뜨러졌죠.
...
그게, 17년 10개월을 제 가족이자 친구, 주인이자 영웅으로 지내온 숀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아름다운 또 다른 시작이 있으니 그 모습이 "마지막"은 아니겠습니다.
...
제 품에서 식어가는 숀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울음이 반 섞인 채로 그에게 또박또박, 다부지게 속삭였습니다.

"숀, 정말 고마워! 사랑해, 숀! 지난 18년 동안 네 형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정말 즐거웠어, 숀! 고마워!!! 편안히, 즐겁게 쉬다 형 보고싶으면 언제든 찾아와 줘, 숀! 약속!!!
난 언제나 널 그리며 열심히 지내고 있을게! 정말이야, 숀!
편안히 쉬렴, 고마워 숀, 사랑해!!! 사랑해 숀, 고마워!!!"

숀이 혹시 꺼져가느라 못 듣고 놓칠까 봐 평소보다 더 크게, 외치듯 속삭였던 거 같아요.
해야 할 진짜 얘기를 저렇게 다 마치고 나서야 엉엉 울었던 제가 그때나 지금이나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이내 달려나가 다음날 아침까지 숀을 누일 스티로폼 박스와 얼음을 구해왔었죠. 1시간이 어떻게 그리 빨리 흘렀는지 신기했습니다.

정말 간만의 일요일 나들이를 가시던 주치의 선생님께서 염을 해주시러 일삼아 와주셨었죠.

황송하고 그만큼 뿌듯한 행차였습니다. 

숀은, 지난 18년 가까이 제가 외롭거나 무섭거나 지칠 때,
제게 여유와 안식, 치사함을 깔볼 수 있는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기쁘거나 흥겹거나 달뜰 때, 제게 사랑과 믿음, 다음을 위한 차분함을 일깨워줬었죠.
숀과의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 지난 열흘간을 되돌아보니,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고마워라, 참 한결같네요.

제가 찾아낸 거였을까요?

참 좋은 가족, 친구, 나의 영웅이자 주인, 나의 진정한 그 왕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

주치의 선생님께서 장례식장으로 출발하기 전의 숀에게 해주신 말씀이 참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 다시 만나요."

장례를 마친 다음날 의사 선생님을 찾아뵈어 드린 말씀은 참 진실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험이었고, 그걸 욕심낸만큼 충분히 잘 치러낸 것 같'다고 말씀드렸었거든요.

저의 숀은 1995년 10월 19일에 태어나 그렇게 2013년 8월 18일에 영면했습니다.
그의 평안한 휴식과 숀과 저의 아름다운 새 출발을 기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동물자유연대를 자랑스러워하는 만큼요.




댓글

김현정 2013.09.03

참으로 담담하고 우직하게 마지막까지 잘 지켜주셨네요...숀은 언제나 민수홍님곁에 있을거에요...우리 옆에 더 많이 더 오래 두고싶은 마음은 우리의 욕심일까요...먼저 내곁을 떠난 아이는 지금쯤 너무나도 건강한모습으로 잘 지내고있을거라고 확신하는데도..정작 내눈에안보이고 내가만질수없으니 언제나 그립고 눈물나게보고싶은거같아요...


이형주 2013.09.03

숀의 명복을 빕니다. 어떤 말씀도 아픈 가슴에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숀형님도 힘내세요.


박경화 2013.08.31

숀은 이제 무지개다리에서 행복하게 뛰어다닐거에요... 마지막을 함께 보내주셨다니... 숀은 수홍님 따뜻함을 기억하고 갔을거에요.


전희진 2013.08.31

울음을 참느라 목이 아프네요. 숀은 분명 아름다운 세상에서 건강한모습으로 뛰어놀고 있을거에요. 정말 멋진 작별을 하셨어요. 수홍님도 힘 내세요!


이기순 2013.08.30

숀의 명복을 빕니다. 숀이 얼마나 그리우실까.. 힌드실텐데도 숀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행복하게 추억하시는 수홍님의 의연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구...


한송아 2013.08.30

천천히 읽기가 힘드네요. 마음이 아프고 아려서요. 지금 곁에 있는 아이들도 언젠간 떠날걸 생각하면 슬프지만.. 있는 동안 최대한 사랑해주고 아껴줘야겠단 다짐도 더욱 강하게 듭니다. 숀의 명복을 빕니다.


윤정임 2013.08.30

수많은 행당동 아가들에게 베푼 숀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정말 고마웠고 자랑스럽습니다. 숀의 평안한 휴식과 수홍님의 아름다운 새출발 응원합니다. 남양주 한번 오셔야죠? 큰 사랑 주시고도 쓰담하기 어려웠던 수홍님의 또다른 영웅들이 이 곳에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최지혜 2013.08.29

읽는 내내 눈물입니다.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같네요. 지금도 동물학대, 유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네요. 반려견,묘를 키운다는건, 바로 이런 사랑이라고.. 님의 얘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저의 동생 두람이도 지금16살,,,배에 종양까지 안고 살고 있지요. 하루에 먹는 약도 2~3가지,, 약의 기운이라도 이렇게 제 옆에 있으면서 안을수 있고, 웃을수 있고, 이름을 부를 수 있어서 하루하루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숀처럼 그런 시작인듯한 마지막을 준비해야겠죠????


고현미 2013.08.29

사랑하는 형아 옆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숀도 행복했을겁니다. 숀의 명복을 빌며, 수홍님의 새로운출발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현숙 2013.08.28

숀의 명복을 빕니다. 숀은 멋진 영웅, 자랑스러운 친구였네요. 시험 근사하게 치러내신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이경숙 2013.08.28

수홍님...ㅠㅠ 숀이 떠났군요...ㅠㅠ 읽는 내내 눈물이 나서...ㅠㅠ 깊은 사랑 속에서 행복했을 숀 따스한 그곳에서도 행복할 겁니다


김용현 2013.08.28

마지막 순간까지 숀은 행복했을 것 같네요. 숀의 명복을 빕니다.


홍현신 2013.08.28

행복했던 숀의 명복과 숀형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읽는 내내 눈물이 자꾸 뒤로 넘어요.. 슬프지만 자랑스럽게 그 시험 잘 치르신건 참 부럽습니다. 다독다독..


류소영 2013.08.28

저도 요즘 17년된 우리 깜비양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깊은 위로 보냅니다.


진주초롱 2013.08.28

숀과 형의 의연하면서도 가슴이 메어지는 이별 글을 읽으면서 아침부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ㅠㅠ


오경희 2013.08.28

수홍님과 함께 였으니 지난 17년10개월 숀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충만한 사랑을 주셨네요. 숀의 평안한 영면과. 수홍님의 평안함도 함께 기원합니다.


강연정 2013.08.27

아...숀이 먼길을 떠났군요... 어려운 시험 정말 잘~ 치뤘다고 숀 또한 형아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 같아요..숀의 명복을 빕니다..


조희경 2013.08.27

숀과 형의 깊은 신뢰와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형과 18년 가까이 살았으니 숀은 원도 아쉬움도 없이 평안히 잠들었으리라 믿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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