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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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15
그저께, 집 앞 분식점 앞에서 털이 하얀 개를 봤습니다.
배가 홀쭉하고 갈비뼈가 좀 드러난 것이 며칠은 제대로 못 먹은 듯 했어요.
분식점 앞에서 떡볶이며 순대며.. 먹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지더군요.
아무래도 떠돌이 아이인것 같았어요..
그래서 급한 김에 분식점에서 오뎅을 사서 먹였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잘 먹지를 못하더라고요.. 목도 마른 것 같고..
일단 집에 가서 아이 먹일 물이랑 사료랑 챙겨와야겠다 싶어 급히 집으로 갔죠.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땐, 없더군요..
다음날, 엄마가 산책로에서 비슷한 아이를 본 것 같다길래
사료라도 챙겨줄 마음에 산책로에 나갔다가 또 다른 버려진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산책로 담장 너머에서 산책로 쪽으로 넘어오지 못해서 낑낑대고 있더라고요.
개가 있던 곳은 동물이 혼자 넘어갈 수 없는 곳이라.. 버려졌다 싶었어요.
이빨 상태나 눈, 털.. 등으로 봤을 때 나이가 많은 개였어요..
나이 많고 힘 없으니까 더더욱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했을텐데..
꺼내주니 주인을 찾는 듯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뒷다리 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한동안 지켜보고 고민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양주시에 있는 동물구조협회에
연락을 했습니다. 유기견을 발견했다고요. 곧 구조하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장마철인데 몸도 안 좋은 아이가, 혼자 지내기 어려워보였거든요.
마음 같아선 제가 돌보고 싶었지만, 저희 집에도 까칠한 강쥐 셋이 있어서..
게다가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거든요..ㅜㅜ
얼마 후, 구조협회에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구조대원분이 그러시더군요..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20여일 후에 안락사 될 거라고요..
제발, 주인이 마음을 바꾸길 바라는 마음에 전단지를 만들어서
근방 동네까지 다니면서 전단지를 붙여놓았어요.. 아직 연락이 없네요..
오늘 동물구조협회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유기견 게시판에 어제 제가 보낸
아이 사진이 올라와있더라고요..
게다가 분식점 앞에서 봤던 하얀 아이도 그곳에서 보호 중이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요..
버려진 상황이 거의 확실하고.. 나이가 많고 피부병에.. 다리도 불편한 아이라
누가 쉽게 데려가기 힘들 것 같고.. 장마철에 혼자 지내단 금세 병 날 것 같고..
아이 상태로 봐서 혼자서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래서 보호센터에 보낸 거지만...
그래도 그 아이의 삶을 내가 결정지을 자격이 있는 건지..
내가 한 결정이 그 아이에게 과연 행복한 것이었을지..
그렇다고 제가 돌봐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눈물만 나고..
딜레마네요..
그런데.. 동물보호소 건립 소식.. 그나마 너무 반갑고 희망적이에요..
그곳이라면 다시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작지만, 후원했어요..
앞으로도 종종 참여할 거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 성공해서 가여운 아이들 위해서 좋은 일 많이 해야겠단
그런 생각이 드네요..
부디 하루 빨리 보호소가 건립되어서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으며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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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2010.07.16
저도 이런데.. 대표님께선 그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겠어요..ㅠㅠ 그쪽 협회에 건의+문의글 남기긴 했는데... 한 사람이 입양 못 간 아이들 하나, 둘 정도 담당해서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목욕봉사, 산책봉사, 사료후원 등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에.. 그치만.. 협회분들도 얼마나 힘드실지 알아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에고.. 역시 답은 보호소가 빨리 건립되는 길 뿐...ㅜㅜ
조희경 2010.07.16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우리가 다 그런 마음이 모여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인데 어떤 녀석은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보내야 하고 어떠 녀석은 보듬고.. 그건 누구의 판단과 누구의 기준이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나름의 기준을 두고 운영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빈가슴을 치유할 수있는 것은 언제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인지..그런 날이 올지...늘 한쪽 가슴을 쥐어잡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사무실 가족끼리 그런 기준을 두기도 했지요. 정회원님의 가슴만이라도 덜 아프게 하자.... 마음만큼 다 되는게 아닌 것이 늘 답답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