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고양이도 안을 수 있어요!

지난 일욜

금정산 산행 중

동문에서 남문을 향해 가는데

작은 몸피의 검은 줄무늬 고양이가 보이더군요

고양이는

보통 낮에 그것도 산에서는 잘 만날 수 없기에

좀 의아해 하면서 살펴보니

걸음걸이가 여엉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야옹야옹거리며 경계를 많이 하는데

왼쪽 앞발 하나가 완전히 꺾이고

그 부근엔 살이 작은 달걀만큼 부풀어 올랐는데

그 곳이 또 쭉 찢어져서 벌갰습니다

상황을 보니 너무 심했습니다

 

같이 간 후배는

언니야~ 니가 지금 요게서 우짤끼고? 그냥 가자~

하고 몇 번씩이나 보채는데

내 맘은 이미 그 고양이한테 온통 빠진 터라

배낭을 후배에게 허겁지겁 맡기고

고양이한테 계속 눈길을 주며

먼저 단골 동물 병원에 전활했는데

(맡길 곳이 있어야 하기에)

역시나 일욜이라 안받더군요

(부산엔 일욜날 문여는 동물 병원이 잘 없습니다)

 

동문에서 제일 가까운 동물 병원에 다시 전활하니

처음엔 신호만 가더니

남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원장님이시냐고 했더니

자기는 간판 고치는 사람이고 진료는 안본다고 하길래

사정 얘기를 하며 일단 케이지 안에 고양이를 넣어 놓고

원장님한테는 내가 양해를 구하겠다

제발 좀 도와달라 부탁하니

자기 맘대로 할 수 없어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이 분 입장도 충분히 헤아려집니다)

일단 끊고 막무가내로 거기로 데리고 가기를 작정하고

고양이한테 다가가면서

계속 손을 내밀며 오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후배와 어느 새 몰려든  많은  등산객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라고 오라고 하니까

처음엔 아주 경계를 하며 도망을 가더니

뒤돌아서서 천천히 나한테 다가왔습니다

유인용 먹을 것도 없었고 오로지 눈으로 서로를 느끼는데

이러다가 후다닥 달아날까 싶어서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고양이 구조는 처음이라 더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추우면 걸치려고 배낭에 넣어 놓은 옷을 꺼내어

조심조심 다가가니 뒷걸음질을 치는데

에라이~ 그순간에 확 덮어서 안아버렸습니다

 

안겨서도 계속 발버둥치며 야옹야옹거리는데

꽉 안고 택시를 타려고 내려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그래도 이렇게 많이 애먹이지 않고  잡힐 정도면

이 고양이도 얼마나 내 도움이 필요했나 싶은 게

마음이 아주 아팠습니다

 

걸으면서 계속

나비야~ 내가 니 안아푸게 해 주께~ 걱정하지 말고

가마이 쫌 있어라~ 어이? 나비야~

중얼중얼거려도 많이 불안한지

계속 버둥거리다가 풀쩍 뛰어내려서 저만치 달아나서는

더 가지 않고 또 나를 보며 웅크리고 앉았길래

다시 거기로 가서 손을 내밀며

제발 오라고 사정사정했습니다

한 걸음씩 살금살금 다가가 잠깐 다른 곳을 보는 순간

다시 옷으로 덮어서 안았습니다

힘든지 야옹거리면서도 어느 새 나한테 스르르 몸을 맡기더군요

 

산행을 반정도 한 상태고

일방적인 이런  내 결정에 후배한테는 많이 미안했지만

아무래도 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택시가 마침 와서 서길래

나이 지긋한 기사님한테 사정 얘기를 했더니

별로 싫은 내색도 하지 않으셔서 고마웠습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달려

병원에 도착하니 간판일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다시 얘기하며

케이지부터 찾아서 옷과 함께 넣고

물과 시저 통조림 하나를 따서 같이 넣어 주었는데

옷 속에서 웅크리고 나오지 않던 고양이가

많이 굶주렸는지

빼꼼히 나오더니

물과 시저를 허겁지겁 먹고는 다시 옷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간판 아저씨는 계속 이러면 안된다며 난감해 하는데

원장 선생님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면

내가 양해를 구하면 되니까

지금 저 다친 고양이를 어디로 데리고 가겠느냐면서

또다시 사정했습니다

원장님 핸드폰 번호를 모른다길래

내 연락처를 적어주고 원장님께 꼭 좀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나와서 아무말 하지 않는 후배 얼굴을 보니

더 미안해졌습니다

 

니 뭐 묵고 싶노? 지금부터 니 하자카는대로 하께

하니 히죽 웃으며

언니 맛있는 거 무로 가자고 했습니다

ㅎ~ 구여븐 것!

 

온천장으로 걸어서 시장 구경도 하고 점심을 맛있게 먹고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동물 병원 원장님 목소리였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며 양해하시고 도와 주십사고  했더니

밝은 목소리로 흔쾌히 돌봐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어제 월욜 아침

일터에 가기 전에

빵을 몇 가지 사서 들고 병원에 들렀더니

아무래도 골절인 것같고

(사진 안찍어 봤지만)

감염이 너무 심해서 치료를 해야 하겠는데

너무 굶주리고 예민해서

(일욜 오후에 원장님이 사료를 많이 줬는데 그것도 다 먹었다고)

일단 좀 먹이고 마취 주사도 놓고 해서

자세히 살피고 치료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걱정 안합니다

치료후 걱정은 그 때 하기로 하고요

 

고양이를 잘 모르고

두렵기도 했는데

우리 회원님들 중 이현숙님, 이경미님을 비롯한

고양이 사랑이 두터운 분들 덕분으로

이렇게 고양이에게도 다가설 수 있었기에

그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많이 추워졌지요?

회원님들 따뜻하게 잘 지내십시오




댓글

이기순 2005.12.02

아이고... 이사님... 여전히 고생 많으시네요... 그 쬐끄만 것은 또 어쩌나... ㅠㅠ


이옥경 2005.11.30

맞다..꼭좀 알아봐주세요 신순영님!


이현숙 2005.11.30

아이고..어쩜 좋아요............ㅠ.ㅠ 꼭 치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호할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냥이네 까페에 양식에 맞춰 입양글 올려두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몸불편한 아이들은 야생에선 거의 도태되기 쉬울텐데 걱정이네요...엉엉


신순영 2005.11.30

저도 여기저기 알아볼께여 울동네 길냥이 40마리를 키우는 아가씨가 있는데.........저랑 동갑이고 결혼아직 안한 ㅎㅎㅎ용강병원에도 말해놓을께여 거긴 고냥이들 많이 오거든여..


이옥경 2005.11.30

에고..사람손에서야 다리셋으로 사는게 문제가 안되는데...산에서는 생존할수가 없을텐데요..도움의 손길을 주실분이계셨음 합니다..


김경선 2005.11.29

아.. .정말 안타깝네요.... 우야 다리를 다쳤을꼬..ㅠㅠ


이경숙 2005.11.29

정말.....이대로 그 아이를 보내긴 싫은데.....흑흑 ㅠ.ㅠ.........혹시 이 아이를 품어주실 분이 정말정말 없겠습니까? 다리 셋으로는 정말 살기가 힘이 많이 들까요?


이경숙 2005.11.29

방금...동물 병원 원장님 전활 받았는데 ...이 아가의 상태가 아주 안좋다 하시네요...골절을 입은지가(교통사고 같다는) 꽤 된 것같고 그 상태로 생활하여 피부가 감염되고 결국 뼈까지 감염되어 왼팔 하나를 온전히 절단해야 하는데...그러면 살릴 수는 있지만 그런 상태로 방사하기도 어렵고 누가 입양해서 온전히 사랑으로 거두어 줄 사람도 찾기 아주 힘들 거라...아주 조심스레 안락사를 의논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까지 심한 상황인 줄 정말 몰랐기에 (저는 골절된 부위를 캐스트해서 완치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며 내려앉았습니다... 당장 결정해야 하는 지 여쭈었더니...원장님도 이런 극단적인 결정은 거의 안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하루 정도 더 경과를 좀더 지켜보고 생각도 더 깊이 해 보자십니다... 어쩌면 좋을지.......가슴이 다 먹먹합니다...ㅠ.ㅠ........다 나으면 불임수술시킨 후 금정산에 데리고 가서 다시 맘껏 뛰어다니게 하고 싶었는데.........가슴이 쓰라립니다..........


신순영 2005.11.29

그래도 착한 고양이네여 저도 어제 저녁 심하게 바람이 부는데 고양이 한녀석이 기침을 하고 있길래 다가갔더니 걍 휭~가벼려서 못잡았습니다.. 녀석들을 잡아서 불임수술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어캐 유인을 해야 할까여?맨날 줄을 가지고 다닐수도없고 쩝....


이옥경 2005.11.29

이사님 손길에 한생명이 살았군요..^^ 행복한 한주되세요..


박경화 2005.11.29

다 지 살길 알고 나타나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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