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홍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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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09
개인적인 일로 혼자 힘들어 게시판을 못보고 잠든 것이 이틀째...
일요 봉사에 주의 사항을 알려주시려는 권간사님의 전화를 받고서야
게시판을 사건일지 보듯 읽어 보았습니다.
모두가 그랬듯이 머리속이 아득하고 어찌해야 좋을지...
사진에서 처럼 그 많은 시추들이 사무실 마당에 가득 있을 터이고,
그보다도 빈자를 볼 자신이 없어 두렵기까지 하고,
떠나기 싫어 어디에고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아이들을 느낄까 마디마디 저려오기도 했습니다.
주일 아침 빨리 서둘러야 하는데, 가서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이 모든 것을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 그때 까지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할머니를 뵙고 서둘러 약을 먹이고 발라주고..
아무리 강아지를 주워다 키웠지만 쉽게 맡을 수 없는 고름 냄새를 풍기는 아이를 안고 먹이고 씻기고..
그런 내 손이 두려워 케이지 안에서 한발도 내 놓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아는 이모 왔다고 평소와 다른 어린양을 하며 분명 붕가붕가도 아닌데 내 다리를 꼬옥 안고 다리사이로 얼굴을 파뭍는 하늘이를 달래주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그러면서도 사이사이 보고싶지만 찾을 수 없는 얼굴이 너무나 궁금해지지만.. 제 스스로 질문을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몇시인지도 모르는 시간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할머니도 가셨는데..
그때서야 제 머리가 맑아지고 모든게 제대로 보였습니다. 사무실 한번 더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 깨끗할 것도 없는 걸레를 핑계삼아 한번 닦아보고 두번 닦아보고...
여름이라 쉽게 해가 지지 않은 저녁 혼자 무슨 의식을 치루 듯 하고나니 , 깨닫지 못한 사이 자꾸 좁아져만 가던 저의 동물 사랑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가 느껴졌습니다.
우리를 필요로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저 방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은 너무너무너무나도 적은 수이기에....
잠시 앉아 있는데 보이지 않는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고 \'내 좁은 소견에 그녀석이 슬플거라 걱정했구나.. 고녀석들이 우리 걱정이 되어서 편안하게 웃으며 우릴 지켜주는 거구나 \'
사무실 불을 하나하나 끄고 마지막으로 습관 처럼 켜두웠던 2층 불을 끄며 그녀석에게 또만날 것을 약속하는 작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회원님들..
혹시 너무 맘이 아프고 두려워서 마음이 추스려지지 않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사무실에 가보세요..
왜 일까요?.. 보고나니 혼란스러움이 가시고 모든게 명료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리도 많은 일이 있었건만.. 저는 돌아오는 길에 그리 느꼈습니다..
변한 것은 없고 그대로구나.. 그래서 우리는 다시 정신 차라고 가던 길로 더 열심히 가야겠구나..
회원님들 사무실에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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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2005.05.11
저도 혜성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신행호 2005.05.10
혜성님 말이 가슴에 팍팍 와닿네 그려..
안혜성 2005.05.10
불교신자이신 저희모친은 제가 기르던 아이들이 죽으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짐승몸 받아 오래살면 뭣하냐고...얼릉 얼릉 새몸받아..다시 태어나 사람몸받아 사는게 복이니 기쁘게 생각하라고...그 굴레가 더 짧아지는것이니...불교에서는 개는 업이 많은 영혼들이 사람의 몸을 받기 직전의 생이라고 합니다.그래서 개고기를 더 싫어하지요...스님들이 돌아가셔도 사실은 울지말라고 합니다.기쁜일이라고요.집착과 업이 많은 육신을 떠나는 거라고.....전 그렇게 생각합니다.진정으로
이경숙 2005.05.09
저린 마음들 어여어여 추스리고......예....우리 모두 하~이~팅~!!!
홍현신 2005.05.09
대표님 그런 말씀 마세요.. 고민과 아픔.. 그 누구도 대표님 만큼은 아닙니다.. 대표님 하~ 이~ 팅~!!!
서해숙 2005.05.09
저도 도움도 안되는 짤막한 말 한마디로 백날 넋두리 하느니.. 하면서 은근슬쩍 외면해 버리고 싶은 맘이 깊었는데.. 짬짬히 봉사활동 시작하렵니다.
조희경 2005.05.09
봉사 회원님들께서 겪을 아픔을 생각하면 깊이 송구스럽습니다.
박성희 2005.05.09
저도 사무실에서 발생한 끔직한 사태를 읽고 눈물흘리면 머리속이 아득해 졌었어요. 하지만 사무실에 가서 남아 있는 아이들을 보니 그나마 맘이 좀 편하더라구요.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보는게 글만 읽고 가슴 아파하는 것 보단 나은 것 같네요...
홍현신 2005.05.09
네... 가셔서 그녀석들 자리 만져도 보고 거기에 서서 이야기도 건네 보세요.. 작별인사도 해주시구요.. 그래야 보낼 수 있어요.. 그래야 새로운 일도 하실 수 있을 거구요.. 너무 걱정마세요.. 눈물은 날테지만..
권미영 2005.05.09
정말 사무실에 가보면 차라리 마음이 평온해 질까요? 아직도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데..이쁨만 받던 아이들보다 말썽꾸러기라 야단만 맞던 건이가 제일 아프게 눈에 밟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