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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더위... 오늘 보신탕 드셨나요?(기사)

\'사람 잡는\' 더위... 오늘 보신탕 드셨나요?
[오마이뉴스 2004-08-09 20:11]
[오마이뉴스 정민규 전형준 정현미 기자]말복(末伏)인 9일 서울지역 수은주는 30도를 가볍게 넘어섰다. 그저께가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였음에도 날씨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고공 행진이다.

시원한 빙수 한 컵이 생각날 법도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모아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보신탕’ 집이다. 최근들어 복날의 새로운 풍속도도 눈에 띄게 늘었다. \'보신탕\'에 집착하지 않고, 뱀장어·아이스 홍시·오미자 쥬스 등 다양한 \'대체용품\'도 등장했다. 또 인터넷 상에서는 닭과 개가 솥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모습을 형상화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복날 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실습중인 시민기자들이 서울 시내 현장을 누비며 \'2004년 말복\' 풍경을 담아봤다.

[풍경 1] 넥타이 부대가 접수한 광화문 보신탕집

덥다!더워!그래도 발길은 개고기 집으로...
ⓒ2004 정민규
9일 낮 서울지역 불쾌지수는 78. 서귀포 등지는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84에 이를 정도니 그야말로 가마솥더위다. 이날 점심시간을 맞춰 찾아간 광화문의 한 보신탕집은 인근 넥타이 부대가 이미 접수를 해버린 뒤였다.

비좁은 방안에 모여 앉아 펄펄 끓는 냄비를 바라보며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도 보신탕을 먹기 위한 집념을 누그러트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가게 밖에 마련해둔 간의 식탁에도 땡볕을 아랑곳 하지 않는 손님들도 가득차있다.

직장 동료와 함께 보신탕집을 찾은 김주봉(48)씨는 맛 나는 보신탕 먹는데 다가가 말을 붙이는 기자가 못내 귀찮은 듯 하면서도 보신탕 예찬론에는 거침이 없다. 김씨는 “개고기나 돼지고기나 같은 고긴데 뭐 다를 게 있냐”면서 “백숙이 우리 고유문화이듯 보신탕도 우리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보신탕을 싫어하지 않나”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번 줘봐, 얼마나 잘 먹는데”라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도 “삼겹살 같은 걸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하는데 개고기는 소화도 잘되고 좋다”고 맞장구 쳤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인 할아버지는 “오늘 같은 날은 평소보다 손님이 두 배 정도 많다”며 “한해 중 이맘때가 장사가 잘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 수술을 한 환자들도 의사들이 개고기를 먹으라고 했다면서 포장해 간다”며 개고기가 건강식품임을 연신 강조했다.

[풍경 2] \"전 맛이 없어요... 밥이 보약이래요\"

톡톡튀는 네티즌들의 온라인상 플래시 애니메이션

▲ 커뮤니케이션 포털 사이트 \'레떼\'에 게시된 애니메이션.
ⓒ2004 레떼 제공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네?”

올해도 어김없이 생사가 결정될 ‘삼복 관문’에 선 개(dog) 커플이 펄펄 끓는 솥 앞에서 부르짖고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다.

‘보양식을 골라봐’라는 제목의 이 플래시애니메이션은 복날마다 수난인 삼계탕, 보신탕, 곰탕의 이야기를 귀엽고 코믹하게 그려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삼계탕의 닭은 ‘흑흑흑 ㅠㅠ 한번만 살려주세요~!/ 솔직히, 저보다 보신탕이 더 맛있는데...’라며 두 손 모아 빌고 보신탕의 개는 ‘아니예요. 거짓말이예요!! 전... 맛이 없어요./ 느끼하고 질겨서 정말로 맛이 없어요./ 휴가 때 집 잘볼께요!! 네~?’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어 곰탕의 곰은 ‘기운이 없어서 보양식이 필요하시다구요? 그럼 제가... 가장 좋은 보약을 알려드릴께요’라며 ‘밥이 보약이래... 이거 먹고 힘내서 건강한 여름 보내~!!’라며 귀여운 메시지를 보내온다.

또한 찜통더위로 지쳐있는 네티즌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어, 한 포탈사이트의 7월 마지막 주 인기 급상승 검색어 9위를 차지했던 플래시애니메이션 ‘복날송’은 재미있다는 쪽에 투표한 네티즌만 18만여 명에 달한다.

복날송은 ‘제발 나를 잡아먹지마/난 말라서 먹을 게 없어/오동통 살찐 멍멍이 고기도 끝내주지/복날엔 멍멍이가 최고야!’, ‘대추 넣고 인삼 넣고 푹 삶아/삼계탕이 훨씬 맛있어/찌는 여름 몸보신으로 닭다리를 뜯어봐/다 먹고 나면 힘이 불끈불끈’이라며 닭과 개가 목숨을 걸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엽기 플래시애니메이션의 노래다.

요즘은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잠깐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복날 관련 인터넷 유머가 돌고 있다. ‘복날만은 주인이라도 믿지 말고, 함부로 따라가지 말라,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무조건 동네 야산으로 도망가고, 25도 이하로 내려가면 그때 내려온다, …(중략) 만약 잡히면 입에 거품을 물고 미친 척하라. 위 9가지 수칙은 초복 10일전부터 시행되며, 말복이 10일 지난 후에 해제되므로 경계기간에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는 등의 짧은 이야깃거리가 더위 속 짜증을 잠시나마 날려주고 있다.

이 밖에도 3D 아바타 커뮤니티 퍼피레드는 ‘아바타도 몸보신하자!’며 지난 7월 20일 초복을 맞아 사이버 상에서 삼계탕을 끓여먹는 이색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퍼피레드 회원은 사이버 공간에서 알에서 부화한 닭에게 매일 모이를 줘 기른 뒤 조리기구 아이템을 구입해 삼계탕을 요리하는 사이버 상의 복날 잔치를 벌일 수 있다. 이렇게 복날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삶 속 오프라인에까지 들어와 새롭게 발견된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삼계탕·보신탕만 먹는 ‘복날은 간다’

복날만 되면 삼계탕·보신탕 집은 여전히 만원이지만 시골 마을에서조차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게이트볼 경기를 하며 수박을 나눠먹는 등 함께 더위를 식힐만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동네도 생겨나고 있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으로 복날 회식을 하던 업계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쓰리콤은 지난 7월 16일 전 직원이 참여하는 다과회와 함께 추첨을 통해 직원 3명에게 애완견을 선물하는 `복날 복견을 드립니다\'라는 행사를 열었다.

인터넷 전자화폐 발행업체 ㈜이코인은 한방 삼계탕과 한우족, 한우사골, 수박이 들어있는 `복날 선물세트\'를 같은 날 전 직원에게 전달하고 사무실 청소, 경비담당 직원과 함께 수박파티를 열기도 했다.

중복을 이틀 앞둔 지난 7월 18일 복날행사는 거리로 나왔다. 이날 신촌역 앞에서는 동물자유연대 등 3개의 시민단체가 죽은 개의 영혼을 달래는 살풀이와 함께 개의 애환을 담은 인형극을 펼쳐지기도 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는 지난 7월 30일 중복을 맞아 999명에게 치킨 조각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먹거리 또한 웰빙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복날음식을 넘어 다양해졌다. 삼계탕과 보신탕, 육개장 등에 그쳤던 복날음식은 뱀장어, 유황오리, 오미자주스, 아이스홍시, 딤섬, 사골국, 복숭아 등 몸보신음식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한편 먹거리의 부족함이 별로 없고 바쁜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복날의 의미는 과거에 비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 듯 하다. 이지숙(24 대학생)씨는 “복날이 정확히 몇일인지 따져서 챙겨 먹지는 않는다”며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보호한다는 의미니까 꼭 먹는 것이 아니라도 야외음악회나 한강시민공원 등을 찾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

[풍경 3] \"법 만드는 분들이 개고기 좋아해 금지법 못 만든다\"

개소주집서 사온 강아지와 함께 국회 앞서 시위 벌인 동물보호단체

▲ 오후 3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고기를 먹지말자면서 1인 시위를 벌인 동물보호단체 ‘아름품’ 운영진 이주연(27)씨.
ⓒ2004 정민규 기자
매년 \'복날\'이 되면 달아오르는 것이 개고기 논쟁이다. 한켠에서 개고기를 먹느라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 다른 한 곳에서는 개고기를 막아보겠노라고 비지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오후 3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동물 애호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중복부터 집회를 해오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 ‘아름품’ 운영진 이주연(27)씨와 조보경(20)씨는 오늘도 피켓을 들고 국회를 찾았다.

이들의 시위에는 개소주집에서 사왔다는 강아지 ‘해피’도 동행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녀석답게 찌는 듯한 더위에도 자리를 지키고 섰다. 처음 이 녀석을 사왔을 때는 털이 엉켜 자를 수가 없을 정도 였다고 한다.

압구정과 잠실 등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법을 만드는 분들이 개고기를 좋아하다보니 개고기를 금지할 법을 만들지 못한다”며 “국회 앞에서 호소를 할 작정”이라고 국회로 장소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는 “개고기를 왜 먹으면 안되느냐”는 질문에 “굳이 개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지 않냐”고 되묻는다. 조씨는 “보신탕이 고단백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굳이 개를 통해서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씨도 “만약 사람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될 경우 죽는다면 나도 개고기를 찬성하겠다. 하지만 굳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지 않느냐”고 거든다. 이씨는 “동물보호법을 통해 개의 도축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 역시 “인간의 욕심에 의해 소가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닭은 성장촉진제 때문에 시름한다”며 “아예 안 먹으면 좋겠지만 두 번 먹을 거 한번 먹고, 한번 먹고 반 번만 먹어줬음 좋겠다”고 부탁한다.

이어 조씨는 “복날이 고유의 문화적 전통이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더운 여름날 차라리 시원한 것을 먹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며 “보릿고개도 아니고 요즘은 언제든지 고기를 먹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조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동물만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할 뿐”이라고 말한다.

[풍경 4] 붐비는 명동 삼계탕집과 이주노동자들의 269일째 천막 농성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달한다는 명동.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상가지역만 따지면 넓이가 1만 평 정도라고 하니, 한 평당 평균 100명이 오고 가는 꼴이다.

▲ 무더위를 견디며 줄을 서서 먹는 삼계탕의 맛은 어떨까?
ⓒ2004 전형준
이들의 발길이 \'9일 말복\'이라고 곳곳에 써붙인 삼계탕집에 머문다. 이날 낮 12시 20분 경 기자가 찾은 A 삼계탕집에는 이미 10여 명이 문 밖까지 줄을 서 있었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10여 명이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약 5분 정도. 하지만 그 사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삼계탕을 다 먹고 나올 때까지 바깥의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 시민은 “줄 서서 음식 먹어보기도 오랜만” 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 정도 기다리는 거야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식탁은 간단하게 차려졌다. 삼계탕, 깍두기, 소금, 개인 접시와 물컵.

기다리고 있던 사까이(23)씨와 그의 두 친구들을 만났다. 사까이씨는 지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말복에 대해 배웠다고한다. 같은 학원의 한국인 친구들에게 삼계탕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친구들이 데려왔다. 뒤에 서있던 김정아(25)씨도 “남자친구가 생일이어서 겸사겸사 왔다”며 “일본인 친구들과 예전에 들른 적이 있다” 고 말했다.

송민영(38)씨는 맛보다는 “복날이니까 먹는다”며 “이런 날은 삼계탕을 먹어줘야 한다” 고 말했다. 삼계탕을 오랫동안 즐기신 두 어르신도 만날 수 있었다. 박태현(85), 배옥화(75) 두 분은 식사를 마치고 다정하게 걸어나오며 “삼복 때는 꼬박 꼬박 삼계탕을 먹는다”며 “맛이 있다” 고 수줍은 듯 얘기하셨다.

부드러운 닭의 살은 푹 고아서 부드러운 맛이었고, 인삼과 닭의 맛이 약간 우러난 육수가 입맛을 돋구었다. 닭 껍질의 느끼한 맛은 개운한 깍두기의 맛으로 갈음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바라본 명동은 다른 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오가고 있지만, 그들의 어깨에는 어떤 무게가 놓여있는지, 얼굴표정은 그리 가볍지 않다.

269일째 이주노동자 농성 천막...\"우린 보통때처럼 먹어요\"

이어 명동성당을 찾았다. 269일째 명동성당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이들에게 말복은 특별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불법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 지 269일이 지났다는 의미일 뿐이다.

▲ 아노아르씨.
ⓒ2004 전형준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 농성을 이끌고 있는 평등노조 이주지부 대표 아노아르(33)씨를 만났다. 아노아르씨는 “작년 11월 15일 농성을 시작했다, 겨울과 여름을 다 겪었는데, 여름이 더 힘들다”면서 \"그는 추울 때는 옷이나 이불을 덮으면 되지만, 더울 때는 나무그늘에 가 있는게 고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의 복날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그냥 보통 때처럼 먹는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는 또 \"야채로 만든 방글라데시 음식을 주로 먹고, 가끔 카레나 생선, 양고기 등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들 농성자들은 농성장 한 쪽에 마련한 주방에서 음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한 때 100명 정도의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 농성했지만, 요즘은 더워서 30여명만 남았다고 한다.

/정민규 전형준 정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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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권미영 2004.08.10

댓글들이 장난이 아니에요..가셔서 짧게라도 한마디씩 댓글 다시거나 추천 혹은 반대 눌러주심 어떨까요~^^


이현숙 2004.08.09

아름품의 시위하신 분, 인터뷰 내용이 전부 다 적절치못한 듯해 아쉽습니다. 이런 매체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다룰 때에라도 좀 논리적인 분이 대응하게 되었음 좋겠을 것을. 너무 아쉽네요...ㅠ.ㅠ


안혜성 2004.08.09

오마이는 헷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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