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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곤충 죽이지 마세요!



평소에는 자주 안 맞던 일기예보가 오늘은 정확하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오늘은 ‘물 반, 물고기 반’이라는 어성전 계곡에서 놀기로 한 날인데 비가 오다니. 교사들이 더 많이 실망한다. 오늘은 더 신나게 놀고 싶었는데. 일단 곤충박물관에 구경을 가고 비가 좀 그치면 계곡에 가자.

낙산도립공원 부근에 위치한 양양 곤충생태박물관은 실제 곤충의 자연스런 생태를 볼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벌, 사마귀, 풍뎅이, 잠자리, 메뚜기, 나비, 나방 등 곤충들의 다양한 종들의 표본이 잘 정리 되어 있다. 물론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은 곤충박사 재진이. 설명을 보지 않아도 어떤 곤충인지 척척 안다.

재진이의 흥미를 끄는 것은 살아있는 곤충보다 곤충으로 만든 장신구이다.

“그런데, 백곰 내가 다음부터는 조르지 않을 테니깐 이거 하나 사주면 안 돼?”

뜬금없이 이런 부탁을 할 때가 있다.

“왜?”

“그러니깐 생일 때 말구 지금 주라구.”

“아, 생일 선물로 미리 달라고?”

“응, 이거 갖고 싶어. 장수풍뎅이”

“그건 안 되겠는데 들살이 올 때 이걸 살 거라고 계획한 게 아니라서 이걸 살 돈은 없어.”

“아이, 그래두. 있으면 좋겠는데.”



오래 조르진 않는데, 계속 장신구 앞에 서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보더니

“그런데 이거 진짜 곤충이에요?”

“네, 맞아요. 진짜 곤충에 색을 칠한 거예요.”

“그럼 살아 있는 거예요?”

“아니, 죽은 거지요.”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주 어려운 질문을 직원에게 던졌다.

“그런데 왜 죽여요? 꼭 죽여야만 했어요?”

“응? 뭐라구?”

“죽이지 말지. 죽이지 마세요.\"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어떻게 하나 지켜보다가 박물관의 직원이 너무 난감해 하셔서 재진이에게 말했다.

“재진아. 재진이도 좋아하는 곤충을 보면 데려와서 키우고 싶지? 그리고 오랫동안 같이 살고 싶지?”

\"응, 나도 지난번에 배추흰나비 애벌레 잡아서 집에서 키웠어.\"

“그렇지? 그런데 곤충이 사람보다 먼저 죽잖아. 그래서 오랫동안 곤충의 예쁜 모습을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이런 투명한 돌에 넣고 간직 하는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그래도 죽이지 말지.”

이유가 납득이 가지만 그래도 곤충이 죽게 된다니 재진이는 여전히 슬픈가 보다.

“그런데, 누나 그래도 곤충 죽이지 마요. 제발요. 부탁이에요.”

그 누나가 죽인 것도 아닌데 참 난감하겠다 싶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그저 \"얘들아 가자!\" 해서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위의 글은 지난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에 들살이(학교여행)에서 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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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기순 2004.07.14

그러게


홍현신 2004.07.14

저게 본성인데..


이경숙 2004.07.14

재진아...이 마음 오래오래 ...아니...영원히 변치 말기를...........


박성미 2004.07.14

이런 어린이의 때묻지 않는 마음이 계속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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