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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떨어져 맞이한 입양 1주년, 반성


작년 1월 13일에 친구들과 두 번째로 동자련을 방문했어요(베를린 입소한 지 바로 다음날입니다) 봉사를 마치고 갈 즈음에 베를린 녀석을 발견했는데 알 수 없는 끌림(!)이 막 느껴지더군요;; 이름도 특이하고 너구리같고 늑대같고 얌전하고 작은 녀석 생각에 집에 가서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제대로 못 보고 와서 아쉽기도 했고요.

세 번째 갔을 때(베를린이 유노유호와 촬영한 날이죠! 아마 17일 거예요) 다시 만난 베를린은 강한 녀석들에게 밀려서 호객 행위(?)도 제대로 못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나도 좀 안아주지.."하는 듯 했습니다. 회의실에 따로 안아왔더니 손을 막 핥고 장난하자고 무는 천진난만 사랑스러운 녀석이었어요.

어쨌거나 여차저차 하여 2월 26일, 자석에 쇠 달라붙듯 베를린은 입소 한 달만에 우리 식구가 돼 버리고 말았답니다.

처음 몇 달동안의 기억은 베를린에게 미안하고 미안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베를린 온다고 신나서 이것 저것 조사한다고 했지만 본디 무식한 사람이라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임을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았고 아무래도 강아지 식구는 처음이라 많이 서툴렀어요. 게다가 베를린 나이가 나이인지라 집 안에 공기 정화 장치로 둔 숯도 다 꺼내놓고 흙 파먹고 쓰레기통 뒤지고 똥 오줌도 아무데나 눠놓는데 저는 그걸 너그러이 받아주지도 못했습니다.

베를린이 집 안에서의 배변을 힘들어해 자꾸 참아서 아무데나 누길래 몇 번 심하게 혼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여린 가슴에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 마음이 쓰립니다ㅠㅜ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눈이나 비가 오면 잘 안 시켜줬고, 그나마도 공부 핑계로 한시간 안에 들어왔습니다.

서열이 잘못 잡히면 안된다는 말이 여기 저기서 보이길래 서열 강박증에 시달리다 겨우 베를린의 진심을 본 건 지난 가을입니다. 베를린은 훈련용 개도 아니고 버림 받은 경험이 있는 어린 녀석인데 기본적이 규칙만 알려주면 됐을 것을 참 언니로서 부끄럽습니다.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의 자리도 베를린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집 가까이 가져다 달라는 티를 내도 저는 못 알아챘네요.

그래도 베를린은 저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따릅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은 우리 가족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아빠가 술 드시고 괴롭혀도 자리를 피할 뿐 여전히 아빠를 좋아합니다. 저나 엄마가 발을 밟아도 그 순간만 소리 지르고 괜찮다는 듯이 꼬리를 흔듭니다. 베를린한테 제일 무관심한 동생도 밖에서 만나거나 외출 후 들어오면 열심히 반깁니다.

이 녀석, 참 작고 너구리같은 녀석이 우리 집을 에너지로 가득가득 채워줍니다(베를린 없는 요 며칠간은 조용한 가족이 돼 버렸습니다). 항상 활기차고 계단에 올라올 때 기다려주는 배려심도 갖췄습니다. 똑똑해서 많아야 두 번에 단어를 알아듣습니다. 목욕하자고 하면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요. 엄마는 저희보고 베를린만큼만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한테 베를린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하고(아이큐 검사했더니 진짜로 매우 똑똑한 개래요~~!!) 착하고 고맙고 소중한 막내입니다.

드디어 오늘 를린 면회가 허락돼서 부모님과 부랴부랴 손수 만든 음식 들고 갔습니다. 다리에 꽁꽁 깁스한 모습이 더 안쓰럽게 몸부림치며 반겼습니다.

제가 만든 게 맛이 없는지 먹지는 않았어요;; 캔도 안먹고 사료도 안먹고 변도 안 봤다고 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