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도담아 안녕, 너를 잊지 않을게.

농장동물

도담아 안녕, 너를 잊지 않을게.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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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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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처음 구조한 두 마리 말 중 하나인 도담이가 얼마 전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지못할 기억을 안겨주고 떠난 도담이를 추억하며 소식을 공유합니다.

 

지겹게도 비가 쏟아지던 지난 여름 도담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충남 부여 한 폐축사에 말들이 방치됐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간 현장이었습니다. 빗물로 진창이 된 흙바닥 위에서 말 한 마리가 폐자재를 피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동시에 다리와 엉덩이에 생긴 커다란 상처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몸이 아파 예민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도담이는 조금 경계하는 듯 하더니 이내 조용히 곁을 맴돌았습니다.

 

구조 당일, 부여에서 제주까지 12시간 넘는 이동 시간을 버텨줄지 내내 마음 졸이다가 마침내 생츄어리에 발을 내딛고 물을 들이켜던 도담이를 보며 안도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날의 긴장과 기쁨은 아직 생생한데 도담이만 우리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다시 또 슬픔이 울컥 밀려듭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도담이의 상처는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구조 전후 진료 시 상처가 아물고 있다는 소견에 따라 자연스레 치유되기를 기다리며 소독과 드레싱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안타깝게도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몸 안쪽으로 염증이 번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주사 등 약물을 이용해 치료를 계속했지만, 12월 초 결국 염증이 다리까지 번져 몸을 일으키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말이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그 자체로도 비관적이었고, 게다가 통증까지 느낄 것이라는 수의사 소견을 전달 받았습니다.

 

이별이 두려워 망설이는 그 순간에도 계속 고통을 겪고 있을 도담이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정은 편안히 보내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인도적 절차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했습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를 그 상처에서도, 지금까지 겪었을 숱한 고난에서도 이제는 모두 벗어나기를 소망하며 도담이를 떠나보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도담이 치료를 위해 방법을 찾는 동안 국내에는 말을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체적 특성상 입원실에 누운 상태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말은 회복할 때까지 몸을 고정시킨 상태로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는데 일반 동물병원 중 이러한 시설을 구비해 놓은 곳은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말은 산업의 도구로서 존재할 뿐, 고통을 경감하거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동물복지적 차원의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치료를 받을 기회가 있다해도 대부분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경우에 한정합니다.

 

만약 도담이가 말이 아니라 다른 동물이었으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의미없는 물음 속에서 문득 도담이가 우리에게 숙제를 주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말이 아니었다면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태어났어도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야 합니다. 사람을 태울 수 없어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어도, 버려지거나 죽지 않고 그들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동물자유연대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비록 생츄어리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그 시간 동안 도담이는 꽤 행복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좋아하던 당근도 먹고 애정 가득 담긴 손길로 빗질도 받았습니다. 제주의 가을 햇살과 시원한 바람도 실컷 느끼고 갔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게 해준 도담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이제 정말로 도담이를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더 많은 말들이 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도담아, 잘가.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

 

동물자유연대는 산업 내에서 착취당하는 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동물자유연대 말 복지 활동에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