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개와 행복하게 동거하는 법

반려동물

개와 행복하게 동거하는 법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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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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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개를 키우는 집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제 개는 \'애완동물(愛玩動物)\'이 아닌 \'반려동물(伴侶動物)\'로써의 자리 매김을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반려동물이라기 보다는 애완동물로써의 개념에 머무른 채 동물을 대하는 이들이 절대다수인 이 현실에서, 동물의 생명권과 처우를 염려하는 동물단체로써는 작금의 이 애견문화 열풍이 곱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서울시에만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떠돌이 개·고양이 포획건수만도 하절기 1달에 900여건을 넘어섰다. 민간 동물단체나 일부 뜻있는 동물병원, 동물보호가 개개인들이 구조·보호하고 있는 비공식적인 사례와, 길에서 교통사고 혹은 질병에 의한 객사, 그 외 음성적인 경로로 희생되는 동물까지 포함한다면 엄청난 숫자의 개·고양이들을 버리거나 관리 미숙으로 인해 잃어버리고 있다.

이렇듯 뜨거운 애견 열풍의 이면에서는 버려지거나 학대에 고통 받으며 생명이 유린되는 등 문화지체현상에 의한 부조화가 나타나지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개·고양이에 대한 배려는 미온적인 실정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렇듯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 없는 것이, 개는 인간의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살며 인간의 정서와 심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물로써 개를 키운다는 것은 나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 생활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훌륭한 교육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정과 사회, 국가 모두가 책임을 가지고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때,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심성들이 확산될 것이라 믿는다.

개를 키우며 생명에 대한 존중과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되는 첫 번째 출발은 가정이기 때문에 개를 키우고자 하는 가정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우선, 개를 키우고자 할 때는 유행이나 욕구에 의한 충동적인 입양, 어린아이들의 요구에 못  이겨서가 아닌, 우리 가정이 개를 키우는 것이 과연 적합한 가정인가를 반드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입양\'은 가족 간 갈등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동물의 거취가 불안해지다가 결국은 제3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 되면서 결국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고 호소할 줄 아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개를 키울 때는 개에게 알맞은 먹이를 주고 질병 관리, 쾌적한 환경 조성,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점들은 개와 함께 살아가면서 일방적으로 동물에게 베풀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서로 감정의 교류를 통하여 사랑을 나눔으로써 인간에게는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개를 키울 때는 이웃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나만 만족하며 이웃의 불편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애견문화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 개를 데리고 나갈 때는 개의 동반이 가능한 곳인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개의 털 날림 등으로 인하여 위생적인 염려가 우려되는 음식점이나 식품가게 등은 개와 함께 가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지나치게 심하게 짖는 개는 자제 훈련 및 짖음 방지 목걸이 사용으로 통제를 가해서 이웃 간의 소음분쟁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짖음 방지를 위한 목걸이를 착용시키는 것도 개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으나, 이미 함께 살기 시작한 개를 길거리로 내쫓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개와 함께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줄로 묶어서 외출하며 배변처리 봉투를 지참해야 한다. 개 줄은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개에게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산책길에서의 배변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길거리에 우리 견공들의 흔적을 남기지 말자.

최근에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에서의 갈등이 매우 깊어가고 있기도 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해서 이웃사이의 불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 모든 것은 애견인에 대한 공중질서 교육과 생명 존중의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관이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으로써 해결해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야생동물들은 인간 생존의 기반인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절대적 필요성에 의해 미약하나마 국가적, 사회적 관심의 테두리에서 보호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개체 수 감소나 멸종위기를 염려하지 않는 개·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의 처우개선에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특히 지금 심각하게 겪고 있는 버려지는 동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애견산업 통제의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버려지는 동물들의 구조·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과 대중 교육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이 해소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이는 화려한 애견 문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반려동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인간의 몫을 떼어서 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약한 존재와 나누는 자비일 것이다.

                  * 이 글은 녹색연합 산하기구 '작은 것이 아름답다' 11월호에 기고했었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