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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철폐] 부산 구포 개시장 폐쇄 후 1년, 뜬장이 사라진 거리는 지금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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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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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콩국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습니다. 1년만에 다시 방문한 구포시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의 바쁜 발걸음으로 분주했습니다. 과거 시장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뜬장과 이를 가득 메운 개들의 신음 소리, 역한 냄새가 사라진 시장은 그제서야 시장다워 보였습니다. 개가 짖는 소리가 사라진 거리는 과일 가게, 토스트 가게, 신발 가게 등이 새롭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성남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며 동물학대의 온상으로 여겨져온 부산 구포 개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구포 개시장의 폐쇄는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개식용 종식을 염원하는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부산 구포 개시장 폐업 1년을 맞아 구포 개시장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전하고,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를 전합니다.


동물 학대와 도살의 장소에서 생명 존중과 공존의 터전으로



1970~80년대 60개 업소가 있었을 만큼 성업을 이루던 부산 구포 개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되어, 2019년에는 19개 업소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구포 개시장은 2017년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며 논란이 극에 달했는데요. 시장 내 위치한 탕제원 종업원이 5분 이상 개에게 줄을 메어 도로를 끌고 다닌 '구포시장 개 학대사건', 집 잃은 반려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선이를 강제로 자신의 트럭에 싣고 탕제원에 팔아 넘겨 목숨을 잃게 한 '부산 오선이 사건' 등이 세상에 알려지며 잔인한 학대자의 처벌과 구포 개시장의 폐쇄를 촉구하는 각종 항의와 민원이 쏟아졌고, 개시장을 중심으로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 [참여요청] 부산 구포시장 개 학대사건에 항의해주세요
📂 [참여요청] 이웃의 반려견을 개소주로? '부산 오선이 사건' 엄중 처벌을 촉구해주세요!

2017년 12월 '구포개시장 업종전환 TF' 발족을 시작으로 구포 개시장의 원활한 업종 전환 및 현대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이 구성됐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부산 동물학대방지연합과 함께 TF 참여단체로서 시장 상인회와 개시장 폐업에 대한 협의를 지속했습니다. 2019년 5월 30일, 부산 북구청과 구포가축시장 상인회가 폐업과 업종 전환을 위한 잠정 협약에 합의함으로써 구포 개시장의 폐업이 결정됐고, 본 협약을 앞두고 동물자유연대는 동물권행동 카라, 부산 동물학대방지연합, HSI와 함께 조기 폐업과 개들의 구조를 위하여 상인들과 줄다리기 협상 끝에 본 협약을 10일 앞둔 6월 21일, 구포 개시장 업소 중 7곳이 도살시설 및 장비 일체를 봉인하고 조기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지육 판매도 조기 폐업에 합의한 6월 21일 이후 단 3일간만 허용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업소에 계류 중이던 일부 개체의 소유권은 동물보호단체들로 이전되었고, 이중 너무 어리거나 질병 검사, 치료가 필요한 개들은 우선적으로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구포 개시장 폐업 본 협약일인 7월 1일에는 사전구조 후 나머지 개체와 협약 당일까지 계류 중이던 개들을 모두 구조, 총 86마리의 개들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구포 개시장 폐업 후 1년, 거리에 찾아온 변화

부산 구포 개시장의 경우 개 도살뿐 아니라 개고기 판매 등 모든 영업을 완전히 종료하는 최초의 사례로, 구포 개시장 내 상인들과 지자체가 지속적 대화를 통해 이룬 민주적 합의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모든 상인들이 업종 전환에 동참함으로써 개식용 관련 영업을 완전히 끝내는 완결성을 갖춘 모델로 평가할 수 있으며, 시의 강력한 의지와 동물단체들의 협력으로 '개시장 완전폐업'이라는 전국 유일의 사례를 만든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과연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구포 개시장 폐쇄 1년을 맞이하여 지난 6월 29일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구조 당시만 해도 시장 거리를 길게 늘어선 뜬장은 찾아볼 수 없었고, 뜬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개, 닭, 오리 등도 마찬가지로 구포시장 내 살아있는 가축의 전시 및 도축, 판매행위는 모두 중단된 상태임을 확인했는데요. 개시장 부지를 중심으로 시장 내부를 반복적으로 돌며 외부 냉장 진열대를 수차례 확인했지만, 지육 판매 업소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7월 1일 개시장 폐업 후 동료 단체의 모니터링 및 시민 제보를 통해 같은 해 7월과 11월 개소주 및 개고기 판매 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복날을 앞두고 방문한 구포 개시장에 또 다시 전시 및 도축, 판매 행위가 횡행하지 않을지 노파심을 안고 시장 안을 꼼꼼히 점검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폐업 당시 부산 북구청과 구포시장 상인회 가축지회 간 협약 내용에 따라 개시장 내 점포들은 업종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구포가축시장 정비사업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업소 철거 및 공지 매입 등의 절차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로 갈등의 장에서 평화의 장으로 완벽한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지자체와 상인회 모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동물학대의 온상지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다시 태어날 구포시장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고, 진정한 생명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날 그날까지 꾸준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개식용 산업,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났습니다

구포 개시장 폐쇄까지의 과정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료 단체들과 함께 부산광역시청, 부산 북구청, 구포가축시장 상인회와 수년에 걸쳐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때로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단 한 가지 모두가 공감하고 있던 사실은 개식용 산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국민적 정서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복날을 앞두고 구조되어 새 삶을 찾은 86마리 개들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가 개식용이라는 악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올해도 복날은 다가왔고, 안타깝게도 대구 칠성 개시장을 비롯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개시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작년 구포 개시장 폐업 당시 구조되어 캐나다 밴쿠버에서 가족을 만난 대박이 (출처:인스타그램 @dae_ko_house)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개식용 반대 40만 국민청원과 함께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트로이카 법안이 발의 됐지만,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개식용 종식 법안 발의를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시작되는 등 우리 사회 개식용을 뿌리 뽑기 위한 국민의 염원은 다시 한 번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청 및 부산 북구청, 그리고 동료 단체들과 함께 구포 개시장의 완전 폐업을 이끈 동물자유연대는 이제 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구 칠성 개시장으로 향합니다. 칠성 개시장 철폐를 통해 개식용 산업 붕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더 이상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방패 삼아 개식용 종식을 향한 국민의 요구를 회피하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 개식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그날까지, 동물자유연대의 개식용 종식 활동에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