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40년 비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마지막 숙제,
240여 마리 사육곰 구조와 보호

<‘구례 곰 마루쉼터’ 개소> 더 나은 삶을, 잠시 뿐이라 해도









9월 30일, 드디어 전남 구례에 사육곰 보호 시설이 문을 열었습니다. 2026년 곰 사육 산업 완전 종식을 앞두고 농장에 남은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2010년대 초부터 사육곰 해방 운동을 이어온 동물자유연대도 ‘구례 곰 마루쉼터’ 개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개소에 앞서 지난 25일에는 연천 농장의 사육곰 12마리 이주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들은 동물자유연대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총 네 단체가 힘을 모아 구조한 개체입니다. 구례 곰 마루쉼터의 첫 입주자인 연천 곰들은 이제 뜬장이 아닌 쉼터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주 과정에서 두 마리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사히 도착한 곰들 역시 마취를 하고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지금껏 그들을 외면하고 방치해온 과오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한 여정은, 그 잘못의 무게와 시간에 비례한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고통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반성의 기회로 기억해야 합니다. 


개소식에서 만난 연천 곰들은 달라진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직원 분들도 치아와 잇몸이 상한 곰의 상태를 고려해 단단하지 않은 음식을 선별해 급여하는 등 세심하게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주한 곰들은 이제 뜬장이 아닌 단단한 바닥을 딛고, 철푸덕 몸을 눕혀 뒹굴어보기도 합니다. 환경에 더 적응을 하면 외부 방사장에 나가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사육곰에게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야생에서의 자유에 견줄 수는 없어도 이곳에서의 경험은 그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것입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마지막 기억이 ‘한 평짜리 세상’에서 멈추지 않아 다행입니다. 


‘구례 곰 마루쉼터’는 국내에 곰 사육 산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오직 곰의 삶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지금까지 이용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사육곰을 위해 보호시설이 생겼다는 사실은 곰 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의미를 가집니다. 


곰 사육 산업 종식이 예정된 2026년까지는 이제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사육곰의 시계는 그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농장에 갇힌 200여 마리 곰들은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단 하나라도 더. 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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