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야생동물

[전시동물] 동물원 동물에게 먹이만 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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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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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지난 4월 27일, 두 달째 계속되는 코로나 여파로 영업을 중단한 대구 한 실내 동물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돌아왔습니다. 해당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평소보다 적은 양의 먹이를 급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동물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는데요.

📂 [전시동물] 굶주림만큼 비참한 지하 2층 감옥생활, 대구 실내 동물원을 찾다

대구 동물원 사태 이후,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국내 동물원에 대한 수많은 시민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공통적으로 동물원 동물들이 생활하기에 좁고, 관리되지 않는 더러운 환경에서 기운이 없어 보이는 동물의 모습은 같았는데요. 제보 속 동물원 동물의 삶은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감옥에 갇힌 대구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가혹했습니다.

동물마다 특성과 서식환경이 다르기에 동물원, 수족관을 운영하고자 할 경우 엄격한 규제와 관리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 수족관은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소 요건을 갖추어 동물원, 수족관 등록 서류를 인터넷으로 제출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수족관법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굶어 죽는 동물원 동물들의 이야기가 기사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동물들에게 굶주림보다 더 가혹한 건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감옥 같은 환경을 살아가는 삶, 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관리하기 위한 '동물원수족관법'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며, 2017년 처음으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됐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동물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 동물원법은 목적부터 인간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내용 또한 동물의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등록제로 운영되는 국내 동물원은 현행법상 시설의 명칭과 위치, 전문인력 현황 등의 서류상 최소 요건만 갖추어 등록하면 동물원 또는 수족관 운영이 가능합니다.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계획, 질병 및 안전관리 계획 등도 등록 사항에 포함되어 있으나, 등록 후 계획 이행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정기 점검이 의무화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동물의 서식환경이나 관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멸종위기종을 제외한 동물의 사육시설에 대한 기준은 전무하며, 종 특성에 따라 적정한 서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략적인 내용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이번에 방문한 대구 실내 동물원은 건물 지하 2층에 햇빛 한 줌, 바람 한 점 없는 좁은 공간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자와 펭귄 등이 살고 있었습니다. 종에 상관없이 모든 동물이 먹이 주기 체험 구멍에 코와 입을 대고 있었으며 심지어 육식 동물이 당근에 반응하는 비정상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었는데요. 동물원, 수족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는 현행법이 오늘도 동물원과 수족관의 생명들을 신음하게 하고 있습니다. 


동물원 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영국은 동물원 면허제와 검사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시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데요. 또한 1년에 한 번씩 동물원 시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전시동물의 상태와 사육환경에 대한 조사가 진행됩니다. 스위스는 사육공간 최소 면적 기준을 실내외 구분하여 관련 법에 명시하고, 동물의 정상적인 행동을 위한 최소한의 제공 요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외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인도 등 동물원 관련 법 시행 국가들은 동물원이 일정 기준을 갖출 경우 정부가 허용하는 허가제(면허제)를 택하고 있어, 등록제인 한국과는 동물원의 시작부터 차별성을 갖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동물원 동물들에게 야생에서 누리던 환경을 그대로 마련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물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관리, 허가제의 전환 등으로 전시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 개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자의 경우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은 14㎡의 넓이를 충족해야 합니다. 14㎡, 4.2평의 공간은 사자가 단 열 발자국도 뛸 수 없을 만큼의 넓이입니다. 이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동물원 동물에게 최대한의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고 전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 실태 고발과 제보, 이는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근본적 원인은 아닙니다. 동물원 동물에 대한 양질의 먹이 제공보다, 우리는 햇볕 한 줌, 바람 한 점 없는 환경 속 전시동물의 고통스러운 삶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동물은 인간의 구경 거리가 아니며, 흥미와 유희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 동물원 동물들을 교육과 재미라는 포장지 위에서 바라보지 마세요. 동물을 오락의 수단으로 소비하지 마세요!